‘쩐당대회’ 어제 오늘 일 아니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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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공격하는 與 일각에서도 “거마비 후원 관행” 증언
반복되는 금품선거 논란에 ‘외부감사 도입해야’ 주장도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021년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 등 수십 명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각 지역 유지(有志)나 재계 인사들이 선거철마다 ‘후원금’ 명목으로 수백~수천만 원씩 돈을 지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도덕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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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수까지 공개된 민주당 ‘돈 봉투’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강래구(58)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 정당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강 위원 등이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주도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당내 의원과 캠프 관계자와 선거 관련 인물들에게 살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위원은 이 과정에서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전국대의원,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는 데 사용하자’는 내용의 구체적인 지시·권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은 국회의원들에게 총 6000만원(봉투 10개X300만원씩X2차례),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등 17명에게 총 1400만원, 지역상황실장 20~40명에 두 차례에 걸쳐 총 2000만원으로 쪼개져 살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의혹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자 여권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이심송심(이재명의 마음이 곧 송영길의 마음)이라고 하는데 송영길 쩐당대회에 이심(이재명의 의중)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즉각 귀국을 지시하라”며 “민주당 차원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하고 독려하라”고 강조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돈 봉투’를 찢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그러면서 장 최고위원은 “민주주의를 오염시킨 돈 봉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형님, 나도 주세요’ 하는 돈 봉투, 구린내 나는 구태 문화 돈 봉투”라며 “젊을 때는 새천년 NHK에서 도우미 불러서 놀고, 나이 들어서는 돈 봉투 돌리는 86 운동권은 이제 그만 정치에서 영원히 퇴장해달라”고 비꼬았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만의 문제? “與 전당대회 때도”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불법 선거자금’이 비단 야권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선거철마다 각 지역구의 유지 및 캠프관계자들이 ‘선의의 후원’ 명목으로 상당한 현금을 지출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한 후보를 도왔다는 관계자는 “선거 때면 가야하는 장소가 수십, 수백 곳이고 만나는 사람만 수백, 수천 명”이라며 “이 과정에서 캠프를 돕는 소위 ‘돈 좀 있는’ 분들이 밥값을 부담하기도 하고, 봉사자들의 거마비를 직접 챙기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후보들도 사실 캠프의 ‘물주’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나중에 (돈을 쓴) 그 사람 회사 행사나, 경조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감사함을 대신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관도 “유력 정치인일수록, 전당대회나 대선 경선처럼 대형 선거일수록 들어가는 돈의 액수는 더 커진다”고 했다. 이어 “공식 회계 장부에 올리지 않는 비공식 지출은 주로 밥값과 술값”이라며 “봉투에 돈을 담아서 건네는 건 ‘검은 돈’이고 밥값, 술값을 원외 인사가 결제해주는 건 관습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민주당 ‘돈 봉투’ 파문의 경우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가 결정적 증거가 됐지만, ‘금품선거’를 실제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일탈은 의원의 직접적 지시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고, 실제 돈을 건네고 받은 이들이 자수를 할 가능성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아직까지도 이런 일(금품선거)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며 “돈 대는 물주가 얘기를 하거나 캠프 내부 누군가 폭로를 해야 하는데, 돈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걸리면 큰 일이 나니 입을 닫는다. 이러면(관련자들이 자백하지 않으면) 수사에 착수를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당 내 선거가 실시될 때마다 ‘외부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6년 12월 전당대회 조사권을 신설하고 불법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국회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묵살한 바 있다. 2012년에도 선관위가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전대 조사권을 신설하는 방안을 재검토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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