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어진 5‧18 망언…특별법 처벌 한 건도 없었다 [오월의 광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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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기념식 앞두고 광주 일대 “北 소행” 집회‧현수막
정치인 ‘망언’ 반복…시행 2년 ‘5‧18 특별법’ 실효성 논란도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3년이 흘렀지만, 올해에도 5‧18 정신을 왜곡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여야 모두 더 이상 5‧18을 정쟁화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일부 정치인과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각종 망언을 내놓으면서 오월의 광주를 아프게 하고 있다.

18일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 도심엔 어김없이 보수단체들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요한 문구는 ‘5‧18 폭동은 김대중 추종자와 북한 간첩이 일으켰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의 내용이었다.

북한군 개입설은 이미 지난해 국가 공식 조사기구인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현수막을 비롯해 유튜버 생중계를 통해 광주 시내 곳곳에서 여전히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역시 광주를 찾아 집회를 열고 “5‧18은 광주 사태는 북한 간첩이 선도한 폭동”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5‧18부상자회 등 오월단체는 전 목사를 즉각 경찰에 고소했다.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부터 시행된 ‘5‧18 특별법’을 위반한 혐의다.

‘5·18 역사 왜곡처벌법’으로도 불린 5·18 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유족들은 법 시행으로 오랜 세월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던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크게 줄어들 거란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이를 위반한 혐의로 처벌이 내려진 사례는 전무하다. 왜곡과 폄훼 시도가 감소해서가 아니다. 지난해 5·18기념재단은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허위사실 유포와 역사 왜곡·폄훼 행위가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단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 949건을 적발했으며 이 중 609건을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 달 평균 170여 건 허위사실이 생성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처벌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실효성 있는 처벌을 요구했다.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보수단체들은 5·18 특별법 폐기 목소리에 날로 힘을 싣고 있다. 급기야 전 목사는 “오늘날에도 북한의 지시를 받은 고정간첩의 활동이 명백히 확인되는데, 1980년 5.18 당시 북한의 선동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5·18 특별법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도 공언하기도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왜곡과 폄훼 시도를 막아야 할 정치권에서도 잊을 만하면 5·18 망언 논란이 유족들에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가장 최근에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입장을 밝히며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도 ‘선거용’이었다고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에도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 의원이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5·18 유공자 괴물집단” 등의 망언을 쏟아내 국민적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도 5‧18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정성에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월단체 등 5·18 관계자들은 이처럼 매해 되풀이되는 5‧18 왜곡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단속과 확실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정치권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등 좀 더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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