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때 손발 떨리면 즉시 신경과 찾아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9 13:0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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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갉아먹는 질환 ‘파킨슨병’ 경각심 높여야…꾸준한 운동과 약물치료로 일상생활 유지 가능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11일)을 맞아 스마트폰 앱과 책자를 내놨다. 스마트폰 앱(닥터 파킨슨)은 파킨슨병 관리법이 담겨 있고 책자(《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운동》)에는 자가 운동법이 소개돼 있다. 앱은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책자는 전국 대학병원에서 구할 수 있다. 또 국립보건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파일 형태의 책자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이 앱과 책자를 내놓은 이유는 파킨슨병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질병관리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16년 9만6000여 명, 2020년 11만1000여 명, 2021년 13만1000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65세 이후는 1~2% 정도지만, 85세 이상에서는 3%까지 증가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점 사라지면서 도파민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왜 파괴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만 노화·유전·환경·독성물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시사저널 사진자료

안정 시 손발 떨릴 때 의심해야

도파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돕는 물질이다. 이 물질의 분비가 점점 줄어들면 떨림 증상이 생기는데, 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7명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체 증상은 손 떨림이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한쪽 손이나 팔 또는 한쪽 발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린다. 

특정 자세나 동작에서 손발이 떨리는 경우는 파킨슨병이 아니라 본태성 떨림이라는 다른 질환이다. 본태성 떨림은 글을 쓰거나 물컵을 들 때나 밥을 먹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또 본태성 떨림은 손발이 떨리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도 생긴다. 그래서 파킨슨병 환자는 앞으로 쏠리는 구부정한 자세를 하며, 걸을 때 보폭이 줄어들고 다리를 끌기도 한다. 또 말이 느려지고 얼굴이 무표정하게 보인다. 신혜원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쪽 손이나 발을 떠는 비대칭성을 보인다. 처음에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비비는 듯한 동작을 보이다가 팔과 다리 전체에서 떨림이 나타난다. 때로는 턱·머리에서도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 몸을 움직일 때는 일시적으로 괜찮다가 안정 시에 다시 떨리는 것이 파킨슨병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파킨슨병 자체로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파킨슨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조기 진단이다. 빨리 발견해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찬영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안정 시 손 떨림이나 운동 기능이 완만해지는 증상이 생기면 파킨슨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파킨슨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돼 걷기 어렵게 되고 인지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긴다”고 말했다.

신경과에 가면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관찰한다. 또 환자가 설명하는 증상에 귀를 기울인다. 파킨슨병 진단에서 병력 청취가 매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영상 검사(PET-CT)를 통해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감소 여부를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등을 받을 수도 있다. 여러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이 강하게 의심되면 도파민 약물을 소량 투여해 변화를 관찰한다. 도파민 약물을 투여하면 파킨슨병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치료법 없어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

아직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파킨슨병 치료의 목표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도파민 약물을 통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증상을 개선할 수는 있다. 신혜원 교수는 “도파민을 사용하면 50%, 많게는 80~90%까지 증상이 좋아진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도파민 치료를 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이롭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만나 현재 상태를 상담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지는 환자의 증상, 장애 정도, 운동 능력, 약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을 진단했을 때 20~30%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인지 장애를 완화하는 약물도 사용한다. 

치료 약물은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것이다. 아직 도파민 신경세포를 재생하거나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을 멈추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사용 중인 가장 대표적인 파킨슨병 치료제는 레보도파다. 레보도파는 위장에서 흡수된 후 뇌로 이동해 도파민으로 변환된다. 이찬영 교수는 “레보도파는 파킨슨병의 증상 개선 효과가 가장 강력한 약제다. 레보도파를 장기간 복용하면 이상운동증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레보도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해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1~2년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년 동안 이어진다. 그런데 약물치료를 5년쯤 하다 보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거나 이상운동증 등 부작용이 생긴다. 그 후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 장치를 이식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하고 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주는 치료다. 이 수술도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호전시키고 약물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대목동병원
ⓒ이대목동병원

모든 의사가 권하는 ‘꾸준한 운동치료’

파킨슨병으로 행동이 느려지거나 몸이 뻣뻣해지더라도 몸을 꾸준히 움직이면 일상생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규명됐다. 그래서 신경과 의사들은 모두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치료(재활치료)를 권한다. 질병관리청과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파킨슨병 관리법과 운동법을 담은 스마트폰 앱과 책자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동치료는 근력·유연성·균형감각 등 신체적 능력을 개선해 떨림, 근육 강직, 보행 장애 등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운동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이찬영 교수는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 부족이 일어나기 쉽다. 운동 부족은 증상을 빨리 악화시키고 삶의 질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한데, 특히 근력 운동을 포함해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된다. 병의 진행으로 인해 생기는 삼킴 곤란 등에도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운동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연구로 확인됐다. 조성래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쥐 실험을 통해 운동·감각·인지 자극을 주는 시기가 빠를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재활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인지 기능은 물론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 효과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조성래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재활치료가 신체 근력 향상을 넘어 독성 단백질을 감소시켜 파킨슨병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기전을 규명했다. 질병 초기에 재활이 빠를수록 질환 진행 방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파킨슨병 환자에게 권하는 운동은 유산소운동이다. 일주일에 3차례 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강도 운동이 힘들다면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운동도 도움이 된다. 만일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면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운동치료를 받으면 움직임이나 발음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효과가 있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치료의 핵심은 ‘꾸준함’이다.  

 

■류머티즘 환자, 파킨슨병 위험 최대 95% 증가

최근 류머티즘 관절염이 파킨슨병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가 나왔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해 관절 내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관절이 점차 파괴되는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고신대복음병원 공동연구팀은 2010년에서 2017년 사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32만8080명을 평균 4.3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혈청 양성형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는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배에 가까운 95% 증가했다. 류머티즘 환자의 약 80%가 혈청 양성 환자에 해당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상당수가 파킨슨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파킨슨병 위험을 고려해 봐야 한다. 운동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적시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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