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년 만에 ‘존립 위기’ 맞은 나주 한전공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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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죄는 감사원·산업부 감사에 위축…한전 출연금 삭감까지 ‘먹구름’
광주전남 지역사회·정치권 반발 “한전공대 흔들기 즉각 중단하라”
​5월 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건물 한 채 달랑 서 있는 가운데 인적조차 드물어 을씨년스러웠다.ⓒ시사저널 정성환​
​5월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건물 한 채 달랑 서 있는 가운데 인적조차 드물어 을씨년스러웠다. ⓒ시사저널 정성환​

5월 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건물 한 채 달랑 서 있었다. 인적조차 드물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이에 비해 본관 뒤편에선 지원시설 등 캠퍼스 신축 토건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 공사장도 언제까지 돌아갈 지 감싸고 있는 먹구름처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을 삭감하면 우선 당장 공사부터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전 ‘적자 불똥’에…존립 위기 맞은 한전공대 

한전공대가 개교 1년 만에 존폐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감사원과 산업통자원부의 잇단 감사와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의 한전공대 출연금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처럼 설립 2년 만에 한전공대가 흔들리자 광주·전남 지역사회는 정치적 표적감사와 재정축소 검토를 중단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국정사업으로 설립을 추진한 한전공대는 지난해 3월 전남 나주시에서 개교했으며, 현재 학부 1, 2학년생 200여명이 재학 중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교원들의 활발한 연구와 학술 활동 실적으로 에너지 특화대학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월 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뒤편에선 지원시설 등 캠퍼스 신축 토건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 공사장도 감싸고 있는 먹구름처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공사비를 대고 있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출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시사저널 정성환
5월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뒤편에선 지원시설 등 캠퍼스 신축 토건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 공사장도 감싸고 있는 먹구름처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공사비를 대고 있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출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시사저널 정성환

한전공대에 ‘칼 들이대는’ 尹정부

하지만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공대의 대학 설립 과정 등에 대해 연이어 감사에 나서고 있다. 감사원은 2022년 11월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의 일환으로 예비감사를 진행한 뒤, 3월부터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력, 산업부, 교육부, 나주시 등 4곳을 대상으로 당시 문재인정부가 타당성 논란에도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한전공대는 이미 ‘부지선정 특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감사원은 부영주택이 한전공대에 골프장 부지를 기부한 대가로 잔여지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용도변경을 약속받았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도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나주에 위치한 한전공대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9월 한국전력 감사실과 한전공대 지원단이 실시한 업무진단 컨설팅에서 나온 정부지원금을 무단 전용한 의혹에 대한 감사다. 감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5월 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뒤편에선 지원시설 등 캠퍼스 신축 토건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 공사장도 감싸고 있는 먹구름처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공사비를 대고 있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출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시사저널 정성환​
​5월22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하늘이 잔뜩 찌푸린 가운데 본관 뒤편에선 지원시설 등 캠퍼스 신축 토건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 공사장도 감싸고 있는 먹구름처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공사비를 대고 있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출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시사저널 정성환​

한전 1600억 출연금 축소 가닥

이뿐만 아니다. 정부는 한전의 적자 대책으로 한전공대의 출연금 전면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다. 산업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한전공대에 지급하는 출연금을 기존 1599억 원에서 일부 줄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기금을 활용한 출연도 내년부터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 원의 적자가 났다. 여당은 한전의 적자 대책으로 한전공대 출연금을 지적하면서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출연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한국전력의 적자 불똥은 곧장 한전공대에 뛰는 모양새다. 한전공대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의 출연으로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어서다. 한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724억 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고, 올해도 1588억 원을 내야 한다. 한전 본사가 1016억원,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자회사 5곳 등 572억원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한전공대 출연 전면 재검토와 축소는 사실상 학교의 존폐를 위협하는 결정이나 다름없다는 게 지역사회의 우려다. 캠퍼스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건물 완공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추가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개교 2년차인 만큼 기반시설 등 기본 운영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진입로 사거리에 내걸린 한전공대에 감사원 감사와 출연금 축소를 비판하는 현수막 ⓒ시사저널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진입로 사거리에 내걸린 한전공대에 감사원 감사와 산업부의 출연금 삭감를 비판하는 현수막 ⓒ시사저널

지역사회 반발 “표적감사·출연금 축소, 학교 존폐 위협”

한전공대는 광주·전남 지역민에게는 대학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남도민과 광주시민의 염원을 담아 설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뀌자 한전공대에 대한 감사와 출연금 축소 논의 등이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에서 반발하고 있다. 한전공대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광주전남 시·도민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국가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에너지공대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의 출연으로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한국에너지공대 출연 전면 재검토와 축소는 사실상 학교의 존폐를 위협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6일 오전 열린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한전공대는 전남도민과 광주시민의 염원을 담아 설립했다”며 “한국전력의 적자와 한전공대 출연금은 별개 사안이다. 산업부의 출연금 전면 재검토는 시·도민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남도의원 60명도 15일 감사원의 한국에너지공대 감사에 대해 “사실상 정치감사”라며 “감사원은 전남 200만 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대학설립 기준을 들이대며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전공대는 특별법인 한국에너지공대법 제정 당시 여야가 합의해 만들어진 법 규정에 따라 설립됐다는 것이다.  

광주경실련도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전공대는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 분야 세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여·야 합의 하에 특별법을 제정해 만든 대학이다”며 “개교 1년 만에 정부·여당이 한전공대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비수도권의 한전공대를 탄압하는 것은 정부의 균형발전 사명을 내팽개치고 교육마저도 정치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며 “적법하게 설립된 한전공대에 대한 표적 감사와 출연금 삭감 등의 공격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영호 전 한국전력 감사는 “설립과정에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적하고 개선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통해 설립된 한전공대는 설립 초기이고 어찌 보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며 “이러한 시기에 대대적인 감사원 감사가 이뤄진다면 학교 운영이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하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전임 정부의 국정과제로 설립된 학교이다 보니까 개교 1년을 맞은 한전공대를 축소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시사저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시사저널

‘문재인 대학이라서’ vs ‘한전 빚잔치 탓’ 

지역 정가에선 전임정부의 공약인 소위 ‘문재인정부 대학’이라서 현 정부와 여당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도 한전공대 설립인가를 취소하거나, 대학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진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의를 거쳐 결정된 올해 310억원의 중앙정부 출연 부분은 예정대로 집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 한전 산하 전력기금사업단이 요청한 2023년 에너지공대 사업 지원 계획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산업부 역시 출연금 삭감에 따른 부작용과 재학 중인 학생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를 이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공대(한전공대) 지원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도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금 축소는 단순히 전임 정부의 공약에 대해 칼을 들이대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향후 10년간 1조 6000억원을 지원해야하는 한전의 빚잔치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라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한전공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전공대 관계자는 “출연금 전면 재검토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서 입장을 표명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관련해 정부의 명확한 방향이 잡히면 입장 발표를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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