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서방의 對中 전략 변화, 이유는?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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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특정국 배제 대신 중국의 위험적 측면 강조”
SCMP 칼럼니스트 “덜 호전적으로 들릴 뿐 적대감 그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산시성 시안에서 열리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산시성 시안에서 열리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최근 서방 국가들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협을 논할 때 쓰는 표현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중국을 방문하면서부터 대(對)중국 분야에서 ‘디리스킹’이라는 말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디커플링을 유럽이 왜 안 따를 것인지를 설명하면서 “나는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들어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관계는 흑백이 아니고 대응 역시 흑백일 수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후 독일·프랑스 외교 당국은 디리스킹을 국제 구도로 끌고 들어갔고, 아시아 국가들도 수십 년 동안의 성공적인 경제적 통합을 해체하려는 것이란 점에서 디커플링이 ‘너무 나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지난 4월 정책연설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디리스킹이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어느 국가의 강압에 종속될 수 없다는 점을 보장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7일 “세계 경제의 위험 제거(de-risk)도, 책임 있는 성장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G7 정상회의에서 “(G7의 대중국 연대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용어 변화에는 중국을 바라보는 서방 내 복잡한 시선이 묻어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 진영이 전방위적 중국 고립 전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럽 일부 국가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등 단일대오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특정국 배제나 분리처럼 적극적인 의미의 디커플링 대신 중국이 갖고 있는 위험적 측면을 강조하는 용어를 사용해 대중 압박의 명분을 보태며 이탈을 다잡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NYT는 서방이 쓰는 용어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중국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말 논평에서 “디리스킹이 디커플링을 감추려는 것일지 모른다는 느낌이 있다”며, 미국의 접근법이 “세계를 지배하는 지위 유지에 관한 불건전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렉스 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니스트는 서방의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덜 호전적으로 들릴 뿐 근저에 있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그대로”라고 평했다.

NYT는 “디리스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일부 기업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규제 설정을 해야겠지만,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 중인 나머지 기업들은 그대로 중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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