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귀족 진보’, 특권 세습하며 국민을 속였다”
  • 박성의·구민주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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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장
“文정부 정치‧경제‧외교 무능…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
“尹, 반등 자신…與, ‘재벌 3세’ 태도 버리고 개혁 나서야”

보수는 기득권을 지키고, 진보는 서민을 위한다. 그래서 보수 정당이 집권하면 ‘가진 자’의 세상이 오고, 진보 정당이 집권하면 ‘못 가진 자’에게 기회가 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당협위원장은 이 오랜 편견에 고개를 젓는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명제가 ‘문재인 정부’를 계기로 ‘거짓’으로 판별됐다고 진단한다.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며 ‘귀족 진보’의 민낯이 드러났고, ‘김남국 코인 사태’로 그 구악(舊惡)의 세습이 증명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보수의 시간’이 왔다고 자신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보수는 ‘재벌 3세’처럼 과거 보수의 유산을 흥청망청 사용하고 있다”며 “개혁하지 않고 수구만 좇는 극우는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현 정치판, 국민은 어디에서 희망을 봐야할까. 시사저널은 17일 용산 사옥에서 국민의힘 전 혁신위원회 대변인이자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 위원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정치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17일 오후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이 당혁신위원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7일 오후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이 당혁신위원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尹, 국민이 뽑은 이유 있어…이재명 만나야 협치인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는 악전고투했다. 대선이 끝나면 대개 패배자들은 승자를 축복하며 한발 물러선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달랐다.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곧장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왔고 당 대표까지 됐다. 이 탓에 대선 2라운드가 계속되고 있다. 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유보기간이 사라져 버렸다. 급기야 민주당은 1년도 안 된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의 태도가 아쉽다면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을까.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정치사범도 아닌 부패‧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평생 검사였다. 수많은 비리 의혹을 받는 사람을 야당 대표라 해서 대통령이 만난다면 검찰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는 신호를 혹 주지 않을까. 이 우려를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야만 여야 협치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지 않는데 협치의 물꼬는 어디에서 터야 하나.

“여야 협치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만나자 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기 전엔 안 만난다고 거절했다. 순서가 잘못됐다. 원내대표단이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 ‘아이스브레이킹’을 한다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여지가 생긴다. 무조건 ‘이재명 안 만나면 협치 안하는 것’이라고 못 박는 건 정치공학적인 주장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피아식별’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내 편’만 챙기다보니 당정관계가 경색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람은 자신이 성장한 배경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다. 아무래도 검찰 조직 문화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기자 시절 검찰을 출입했었는데 특수부 검사들은 ‘밀행성’을 중시하더라. 수사 비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특수부 검사 간 유대감도 굉장히 강하다. 그렇다보니 대화나 포용보다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있다.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윤 대통령을 뽑은 것도 국민이다. 국민이 그분을 뽑은 이유는 ‘문재인 정권 5년 하에 저질러진 실정과 비리를 견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참모나 당, 대통령실이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최근 모습을 보면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돋보인 장면을 꼽아본다면.

“한‧일 정상회담이다. 기존 정치인이라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역대 어떤 대통령도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다고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적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 의회에서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라고 밝힌 뒤 일본문화를 개방했다. 그랬더니 ‘왜색 문화가 한국에 들어온다’며 온 나라가 들끓었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정치인들이 반일을 앞세워 표를 챙겨왔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독도를 찾았다. 이 반일 감정은 문재인 정권에서 극대화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과감히 일본과 만나겠다고 선언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노사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지 않은 결과다.”

-대통령의 ‘결단’ 이후 정부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대통령 관저에 갔을 때 윤 대통령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잘못된 것은 막겠다.’ 돌팔매가 쏟아져도 옳은 길이라면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설득이 필요하단 것도 중요한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거쳐 가야할 관문이다. 예를 들어 주 69시간제의 경우 충분한 설득이 없으니 중노동을 시키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 다만 잘못된 것과의 타협과 설득은 구분돼야 한다.”

17일 오후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이 당혁신위원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7일 오후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이 당혁신위원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은 귀족, 국민의힘은 재벌 3세”

-언론계를 떠나 정계로 진로를 바꿨다. 계기가 있었나.

“나를 정치판으로 불러들인 건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를 보며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 있으면 정권과 싸울 수 없으니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쓴 책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다. 문 전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주겠다 했는데, 난 그런 나라를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취임사 얼마나 멋있었나. 해주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켜볼수록 실망만 커졌다. 정치적으로는 국민을 편 가르며 상대편을 향한 증오를 만연하게 만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해괴한 이론을 등장시키더니 ‘부동산 임대차 3법’을 만들어 집값을 올렸다. 전세사기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외교안보에선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멈추고 일본 불매운동까지 벌이며 관계를 악화시켰다. 그래놓곤 중국에 가 ‘혼밥’하며 홀대를 받고, 북한으로부터 ‘삶은 소대가리’라는 막말까지 들으며 무시를 당했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인가, 진보 정치의 문제인가.

“우리나라에서 민주당은 건강한 대안세력이었다. 군사정권에서 야당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IMF 사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잘 극복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정말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86 운동권 세력’이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인물에 불과했다. 어떤 정치적 결정권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대통령 권력은 청와대 내 운동권 출신의 수석, 행정관, 비서관들이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이후 변질됐다. 완벽한 귀족 진보가 돼버렸다.”

-‘귀족 진보’란 무엇인가.

“귀족의 특징은 ‘부당한 특권과 세습’이다. 운동권 세력은 이제 귀족이 됐다. 조국 사태를 보자. 자기 자식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반미를 외치면서 자식은 미국에 보내려 한다. 수십 억 코인이 있다는 김남국 의원은 구멍 뚫린 운동화를 신고 라면을 먹는다. 부자가 가난한 척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은 범죄 아닌가. 민주당 귀족들이 그렇게 돼버렸다.”

-민주당이 ‘귀족 진보’라면 국민의힘은 무엇일까. 건강한 대안세력이라 평가받을 수 있을까.

“보수는 ‘보수란 무엇인가’를 모르는 게 문제다. 보수는 극우도 수구도 아니다. 진정한 보수는 개혁을 하는 것이다. 영국 정치가 애드먼드 버크가 프랑스혁명에 대한 책을 썼는데 여기에서 ‘어떤 이념에 의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시도하는 건 결국 실패하고 큰 부작용을 만든다. 세상은 전통, 질서를 받아들이면서 잘못된 걸 조금씩 고쳐나가야 행복해진다. 한꺼번에 뒤집으려 하면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이 정신이 바로 보수다.

그런데 지금의 보수는 재벌 3세 같다. 재벌 1세는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부를 일구고, 재벌 2세는 아버지의 노력을 봐왔기 때문에 아버지보다 잘 하려 애쓴다. 그런데 재벌 3세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유산을 흥청망청 쓰며 산다.”

-김기현 지도부가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비상대책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데.

“비상상황엔 동의하지 않지만 위기상황이다. 김기현 대표가 처음에 팀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조금 ‘삐걱’거렸다. 팀워크를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제 수습 국면이다. 최근 김 대표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무엇이 문제인지’ 의견을 구하더라. 그래서 요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무엇이 바뀌었나.

“처음 김 대표는 ‘착한 교회오빠’ 같았다. 화내야 할 때도 웃었다. 사람들 보기에 약해보였을 수 있다. 그런데 달라지고 있다. 김 대표가 강단이 생긴 것 같다. 최고위원들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인데 ‘이대로는 큰일나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극복할 거라 본다.”

-여야 모두 위기다. 총선 전망 낙관하나.

“여야 모두 위기상황이니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점점 우리(국민의힘)에게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윤 대통령도 처음엔 곡절이 많았다. 다만 미국 국빈 방문부터 이번에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갔다 오면 (지지율이) 더 나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김기현 지도부도 정비해가며 나아질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한사코 물러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당내 어마어마한 분란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개선되고 민주당은 악화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되겠나. 국민의힘이 압승할 수도 있다.”

17일 오후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이 당혁신위원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7일 오후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이 당혁신위원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정당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넬슨 만델라 존경…증오의 정치 멈춰야”

-‘정치인 김종혁’의 목표는 무엇인가.

“1960년대, 어린 시절 대한민국은 가난했다. 아버지 세대는 어렵게 살았지만 자식 세대에 일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제가 대학 졸업할 때 일자리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저는 자식 세대를 보면 부끄럽다. 우리는 도대체 무얼 해줬나. 자식 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유능하다. 그런데 직업을 구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정치는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세대의 책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닮고 싶은 정치인이 있다면.

“넬슨 만델라다. 28년 동안 감옥에 있으며 증오감이 뼈에 사무쳤을 텐데 나와서 하는 얘기가 ‘기억하되 용서하자’고 했다. 그가 만약 ‘흑인들이여 단결하여 백인들을 무찌르자’라고 했다면 아마 남아공은 내전에 빠져 엉망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만델라는 분노 대신 용서를 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사형 선고를 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 번이나 따로 초청해 식사를 하셨다. 세상은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끝없이 증오를 키우고 우려먹으며 증오공화국으로 만들어선 세상은 발전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김종혁 위원장은?

중앙일보에 입사한 뒤 사회부에서 경찰팀장, 검찰팀장을 맡았고 정치부에서는 여당반장, 청와대출입기자, 워싱턴특파원 등을 역임했다. 신문기자 생활을 마친 뒤에는 JTBC로 자리를 옮겨 3년간 《뉴스현장》의 앵커를 맡았다. 퇴직 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대변인 및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현재 국민의힘 고양시 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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