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다르다? 여야 셈법 다른 ‘후쿠시마 청구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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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두고 여론변화 ‘미미’…되레 尹 지지율↑
여야 아전인수 해석…與 “선동 안 통해” vs 野 “민심 악화될 것”

“오염수인지, 핵폐기물인지 알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비 종교 같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안전할까. 대한민국 정부는 이 오염수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 간 갈등도 격화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두고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병풍을 쳐준다”고 반발하자, 국민의힘은 “광우병 선동을 재현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으면서다. 여야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민심의 향배를 두고도 아전인수식 전망을 내놓는 모습이다.

22일 오전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건강 위협” vs “근거없는 선동 시작”

22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우리 시찰단은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정부의 오염수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유국희 시찰단장은 21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염수 정화부터 방류까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다핵종제거설비를 중심 핵종 제거 부분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 방류 관련 안전성을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찰단은 유 단장을 필두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시설 및 방사선 분야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정부 여당에선 이들을 국내 최고의 원전 전문가 그룹이라 평가했지만, 야권 일각에선 이들이 ‘친(親)정부 성향 관계자’라고 의심하는 모습이다. 민간 전문가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에서다. 또 정부가 시찰단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취재진 동행을 거부한 것도 ‘보여주기식 시찰’의 근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전날) 출국했다”며 “오염수인지, 핵폐기물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인체에 유해하고, 일본의 방출이 적절하지 못한 부당한 행위임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 철저하고 투명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국민 건강에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다면 돌다리를 백 번이라도 두들겨보는 게 국가의 책무”라며 “‘3무 깜깜이’ 시찰로 일본 오염수 투기에 병풍을 쳐줘선 결코 안 된다. 일본의 심기 경호를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투기를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가장 피해가 클 인접국가 대한민국의 대통령, 대한민국 정부로서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시찰단의 결과 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반일 몰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여권은 나아가 과거 MB(이명박)정부 당시 ‘광우병 사태’를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근거 없는 선동을 시작했다”며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진실과 상관없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이비 종교 같은 구태를 아직도 반복하고 있다”며 “지난달 오로지 선전, 선동을 위해 묻지마 방일을 자행한 민주당 후쿠시마 방일단은 국제 망신만 당했다. 자당 망신 방일은 옳고,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이번 시찰단의 방일은 틀린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전 세계가 과학적 판단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고, 우리 정부는 그보다 높은 수준의 점검을 하러 갔는데 오로지 민주당만 비과학적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민주당이 아무리 ‘뇌송송 구멍탁’ 수준 괴담 앞세워 반일 정서를 부추겨봐야 국민이 더는 속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우병’과 다른 여론…민심 반영 시기상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론 변화는 미미하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비교되는 MB정부의 ‘광우병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과거 52%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파동’으로 시위가 계속되자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되레 반등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9%, 부정 평가는 57.9%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2.2%포인트(p) 오르고, 부정 평가는 2.9%p 내린 수치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도 전주에 비해 2.2%p 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제 막 시찰단이 파견된 상황이라 여야 지지층 모두 판단을 보류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시찰단이 도출하는 보고서와 전문가 그룹의 활발한 찬반 토론 등이 이어지면 여론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후쿠시마 방류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지켜보겠다는 관망세로 읽힌다”며 “부실한 음모론이 아니라 정확한 과학적 검증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여야 모두 ‘광우병 사태’의 교훈이 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주장하는 가운데, 민심의 방향을 두고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는 모습이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은 “광우병 사태 당시 민주당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당장 다 죽을 것처럼 선동했다. 그런데 지금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중 하나가 미국산 소고기”라며 “후쿠시마 오염수는 심지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화할 준비를 마쳤다. 여론도 더 이상 선동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은 “이미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민심이 (여론조사에) 선반영된 탓에 여론 변화가 크지 않아 보이는 것뿐”이라며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 같이 직접 마셔보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찰단의)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는 순간 국민이 반드시 (정부 여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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