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자국과 마이크론 ‘악연’ 조명…“중국 반도체 기업에 많은 화 불러와”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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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환구시보 “미국의 中 기술굴기 억압에 불쏘시개 역할”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로고 일러스트 ⓒ REUTERS=연합뉴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로고 일러스트 ⓒ REUTERS=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제재를 단행한 가운데, 중국 매체들은 그동안 마이크론과 중국 간의 악연을 조명했다.

중국 당국은 21일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자국 중요 인프라 운영업체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마이크론에 대한 조사가 국가 핵심 IT 인프라를 지키고 국가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23일 자 사설에서 당국의 공식 입장에 더해 중국과 마이크론의 ‘악연’을 소개했다.

사설은 “마이크론은 업계 안에서 과격한 경쟁 수단으로 이름을 날렸고, 미국이 발동한 중국 과학기술 탄압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중국 반도체 기업에 가장 많은 화를 초래한 미국 기업 중 하나”라고 썼다.

또 “그들이 미국 정부에 협력해 중국으로 안전하지 못한 제품을 수출했는지는 자신들만 분명히 알 것”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미래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은 2017년 대만 반도체 기업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가 자사 기업 비밀을 빼돌려 중국 D램 기업 푸젠진화(福建晉華·JHICC)에 넘겼다며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 이듬해 11월 미국 법무부는 푸젠진화 관계자 등을 기소했고, 중국 첨단분야 육성 정책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던 푸젠진화는 결국 문을 닫았다.

마이크론은 중국의 대표적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미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6억5000만 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것을 저지하기도 했다고 펑황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발표했을 때 마이크론이 이를 이행하면서 중국 측이 피해를 봤다고 썼다. 또 최근 5년간 마이크론은 미국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954만 달러(약 125억원)를 썼는데, 로비의 핵심 목표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작년에는 마이크론이 중국 상하이에서 운영 중인 연구센터의 D램 설계 조직을 해체하기로 했으며, 일부 핵심 인력은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해 자사에서 계속 일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는 중국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결국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보는 동시에, 미국 입법·사법·행정부를 등에 업고 경쟁하는 중국 기업들을 견제했다는 것이 현지 매체들이 전하는 중국 측 인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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