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의 쿠데타? 이재명의 ‘6월 고비설’ 실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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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李 향해 ‘개딸 손절’ 압박…‘자진 사퇴’ 주장도
6월 입국 앞둔 이낙연 “野, 혁신 안 하면 외부 충격”

지난 전당대회 후 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설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른바 ‘김남국 코인 사태’의 불똥이 ‘이재명 팬덤 논란’으로 옮겨 붙으면서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김남국 의원을 옹호하고 나서자, 당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개딸 손절’을 선언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침묵하는 가운데 당내에선 다가오는 6월이 고비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비명계 일각에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친명계 주자를 모두 제치고 친이낙연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도부 ‘투 톱’이 된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낙연 전 대표가 6월 중 입국해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뭉치는 비명계, 긴장하는 친명계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비명계 의원들의 비공개 회동 횟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김남국 코인 사태’ 후 차기 총선 상황 등을 염려하는 수도권 의원 및 당직자들이 수시로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의원은 “계파 모임은 아니고 뜻이 맞는 의원들끼리 차담이나 저녁을 함께 하는 정도”라며 “아무래도 최근 (당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보좌관은 “의원님이 (보좌진에게) 따로 알리지 않고 사적인 약속을 잡을 때는 보통 만나는 ‘조합’이 예민한 경우”라며 “이런 약속은 선거철이나 ‘비상 상황’에서 크게 늘어나는데 요즘이 그런 때”라고 귀띔했다.

비명계의 ‘밀실 화두’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비명계가 공식석상에서 띄운 화두는 ‘개딸 손절’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를 감싸면서 중도층의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기현 지도부가 극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광훈 목사를 손절했듯, 이재명 지도부도 개딸과의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이원욱 의원은 22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강성 팬덤과 절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성 팬덤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 결단하고 끊어내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김종민 의원도 이른바 개딸들의 공세를 “욕설과 협박으로 주저앉히려는 명백한 정치폭력”이라고 규정하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주당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지금 상태를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압박했다.

비명계는 나아가 ‘이재명 사퇴론’, ‘이재명 총선 불출마론’까지 점화시키는 모습이다.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가 ‘코인 사태’와 ‘개딸 논란’ 마저 수습하지 못한다면 당의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주장에서다.

5선 중진이자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 출마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민주당에서 돌고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를 맡고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당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건 틀림없고 검은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에 대표직을 사임하는 게 맞다”며 “지금 수사, 기소해서 재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판단되는 반대 자료가 있지 않는 한 공천 받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비명계가 목소리를 키우자 친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비명계의 반발을 ‘쿠데타’에 비유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압도적 당심을 업고 당선된 이 대표를 친낙계를 필두로 한 비명계가 ‘마녀사냥’하려 한다는 의심에서다.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은 2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 없이 총선을 치를 수 있냐, 그건 절대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로 구성된 ‘민주당 혁신행동’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대의원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야권 일각에선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개딸’의 비중이 큰 만큼, 이들의 영향력을 높여 ‘이재명 체제 붕괴’를 노리는 이들에 대항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장인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장인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오는 이낙연…비명계 구심점될까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는 6월 이낙연 전 대표가 입국하는 게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낙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도부에 입성한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까지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경우 비명계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란 시각에서다.

실제 잠행하던 이 전 대표는 입국을 앞두고 정치 현안, 당내 상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지도부가 과감한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비명계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만약 이 대표가 혁신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다.

이 전 대표는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정치 행보에 관한 질문에는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며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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