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화단지로 구미 경제의 돌파구 찾겠다”
  • 박치현·김시훈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8 15: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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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 "구미는 인력·에너지·물류까지 완벽한 1등 투자처"
“신공항과 반도체의 결합은 구미를 넘어 영남권 발전의 기폭제 될 것"

“경북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시장직을 걸고 열심히 뛰겠다.” 김장호 구미시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비장함이 함께 묻어났다. 구미시는 경상북도와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공동위원회를 꾸리고 정치권과 대학,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애로대책 TF팀’을 구성하고 새로운 미래의 시작, 혁신의 중심에 구미가 자리할 수 있도록 신속한 원스톱 행정처리 체계를 구축했다.

축구장 375개 면적의 구미 5공단은 2028년 개항을 앞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있다. 구미시는 이곳에 ‘반도체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첨단기업 투자유치로 구미 경제 부활에 승부수를 던진 김 시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시장은 청와대와 중앙·지방정부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투자유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5년 후에는 구미시가 신공항경제권의 중심으로 비상하고 청년들이 찾아오는 젊고 활기찬 산업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시사저널은 5월19일 김장호 구미시장을 만났다.

ⓒ구미시
김장호 구미시장 ⓒ구미시

“반도체 관련 기업 투자 활발히 진행 중”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돼야 하는 이유는.

“구미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소재·부품부터 수요기업까지 전 공급망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SK실트론, 삼성SDI, LG이노텍, 원익큐엔씨, KEC 등 반도체 선도기업과 연관기업 344개사가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입지적으로도 타 지지체와 차별화된 강점이 많다. 구미의 국가 5산단(81만 평)을 활용해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은 깨끗하고 풍부한 용수 확보가 필수다. 공업용수가 오염되면 반도체 회로 공정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사용 용수의 50%는 초순수를 공급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에 의존했던 초순수를 최근 SK실트론 구미공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망 안정화와 자립화의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구미 반도체특화단지 지정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2025년까지 5공단 내 에너지센터가 완공되면 3000기가와트아워(GWh/1h)의 추가 전력생산도 가능하다. 또한 통합신공항 예정지와 가까워 수출·물류가 유리하고 기존 첨단 IT산업과 유기적 연계도 용이하다. 구미가 1등 투자 지역임을 확신한다.”

실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SK실트론 2조4700억원, LG이노텍 1조4000억원, 원익큐엔씨 1367억원, 월덱스 400억원, 코마테크놀로지 389억원 등 대기업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기업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많은 기업이 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입주 상담부터 공장 건축, 인허가까지 일괄 지원하는 투자프로젝트매니저를 지정하고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반도체 산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부가 ‘반도체 핵심인력 양성계획’을 발표했는데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구미시의 계획은.

“지난 2월, 대통령이 구미를 방문했을 때 정부의 ‘지역주도 인재양성 선도모델 구축’에 대해강한 의지를 보였다. 구미시는 경북도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핵심인력 15만 양성계획에 따라 2031년까지 산업현장의 반도체 인력 수요에 대응할 전문인력 2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대학(금오공대·영남대)과 경북도, 구미시, 관련 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특성화대학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고, 대학의 반도체 R&D 역량도 강화하겠다. 기업들도 호응했다. 삼성전자는 구미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월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했고,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MOU도 체결했다. 또한 경북대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 중이다. 구미시는 이를 통해 지역 산업 기반의 인재 양성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동반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

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됐다. 구미 특화단지 선정에 어떤 영향을 기대하는가.

“반도체 소재·부품은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수출물류 대부분이 항공편으로 이루어진다. 반도체는 물류, 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요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신공항은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에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물류비 절감, 원가 경쟁력 강화 등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여 대한민국의 K반도체 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이다. 반도체는 구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 발전의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의 많은 애정과 성원을 바란다.”

ⓒ구미시
구미시와 경상북도는 2월20일 반도체 기업·교육기관·연구기관 등에서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미시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강국으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성공 후 구미시의 마스터플랜과 기대효과가 궁금하다.

“구미시의 ‘소재·부품 산업’과 수도권의 ‘디바이스·장비산업’을 연계해 성공적인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대한민국의 반도체 초격차 달성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구미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세액공제 확대와 규제 완화 등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며, 더 많은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이 올 수 있도록 구미의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 가겠다. 이를 통해 대규모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생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구미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까지 모두 아우르는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중앙과 지방행정을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로서 구미시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구미시는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주도한 대표적 산업도시로서,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저력 있는 도시다. 또한 50년간 축적된 풍부한 기술·인력을 갖추고 있고, 2022년 3월말 기준 전국 시군 중 젊은 도시 3위에 걸맞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도시다.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 교통·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열악한 실정이다.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문제도 정주 여건과 기반시설에 대한 생활만족도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 전체를 종합적·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권역별 관광단지 조성과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진학진로지원센터 및 50플러스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유치 및 국비 확보와 더불어 계획 단계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명품 인프라를 조성하고, 도시의 작은 부분까지 챙겨 인구 50만 대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 무엇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최대 수혜 지역이자 신공항 배후도시로 구미시는 급부상하고 있다. 입지적 강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신공항 연계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사업들이 열매를 맺어 산업·물류·관광을 비롯해 정주 여건에 이르기까지 공항경제권 중심도시로 비상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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