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동남아시아에서 회삿돈 수백억 원을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황제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전날 배 회장의 해외 도피생활을 도운 우아무개 KH그룹 총괄부회장 등 수행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제도피’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배 회장은 최근까지 우 총괄부회장 등 KH그룹 임직원들의 조직적인 도움을 받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한국 음식을 공수받거나 호화 리조트와 골프장 등을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배 회장이 횡령한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필리핀과 싱가포르, 미국,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우 총괄부회장 등 KH그룹 임직원 4명에 대해 범인도피 및 상습도박방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KH그룹의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KH그룹 계열사인 KH강원개발은 지난해 6월 알펜시아리조트를 7115억원에 낙찰받았다. 배 회장은 KH강원개발이 KH필룩스와 KH일렉트론 등 계열사로부터 인수자금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들 회사에 4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방검찰청과 서울남부지검도 배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은 KH그룹이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혐의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배 회장이 2019년 5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중국을 방문해 북한 측과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또 KH그룹과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호 매수하는 등 복잡한 자금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 쌍방울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배 회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남부지검은 KH그룹의 주가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KH그룹 계열사인 KH필룩스가 지분을 인수한 바이오 기업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승인 관련 정보를 시장에 유통시키며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배 회장은 지난해 사업차 출국해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배 회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적색수배는 체포 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려지는 최고단계의 국제수배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묵과할 수 없는 형사사법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관련자들을 구속수사로 엄단함으로써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유사 범행의 재발을 막겠다”며 “배상윤에 대해서는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신속히 추적,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