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부동산 구매가 안보 위협?” 이민자들, 美 플로리다주 고소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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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토지구매 제한’ 법 제정에 반발
“아시아계에 대한 주택 차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모습 ⓒ AFP=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모습 ⓒ AF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가 중국 국적자의 부동산 구매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가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중국 이민자들에게 고소당했다.

23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지난 22일 이 법에 대해 “헌법과 공정주택법에 위배되는 아시아계에 대한 주택 차별을 명문화하고 확장한다”고 비판했다. ACLU는 중국인들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중 하나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8일 서명하면서 오는 7월1일 발효되는 이 법은 중국과 연관된 기업이나 개인이 플로리다주 내 농지와 군사·기반 시설 인근 토지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구체적으로 군사시설, 공항, 항구, 상하수 시설, 천연가스·석유 시설, 발전소, 우주선 기지, 통신 교환국 등에서 16㎞ 이내에 있는 부동산에 적용된다. 중국 국적자는 물론 쿠바, 베네수엘라, 시리아, 이란, 러시아, 북한 시민도 이 구역의 부동산을 구매할 수 없다. 

이들에게 부동산을 판매한 사람이나 회사도 처벌받는데, 특히 해당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한 중국인과 중국인에게 고의로 제한 구역 부동산을 판매한 사람·업체에게는 중범죄가 적용된다. 반면 쿠바 등 다른 제한 국가 시민에 대해서는 경범죄를 적용한다.

ACLU는 소장에서 “이 법은 중국인을 중국 정부의 행동과 불공정하게 동일시한다”며 “중국인이 플로리다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 법이 “합법적으로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중국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부동산 판매를 상당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법은 아시아인, 러시아인, 이란인, 쿠바인, 베네수엘라인, 시리아인처럼 보이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부동산을 사려고 할 때 과도한 의심을 받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ACLU는 이 법이 ‘중국인 배제 구역’을 만드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것이 1882년 중국인 배척법, 1913년 캘리포니아 외국인 토지법 등 과거의 차별적인 법과 같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이 시행되면 이미 중요 시설 인근에 부동산을 소유한 중국인 등은 주 정부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하루 1000달러(약 132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색되는 가운데 올 1월 미국 영공에 진입한 ‘정찰 풍선’ 사태를 계기로 미국 주의회 다수와 연방의회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를 둘러싼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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