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당 재집권 가능성에 양안관계 ‘초긴장’…중국군,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8 12: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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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총통 선거 나설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선두 달려

5월17일 대만 국민당 중앙위원회는 내년 1월13일 열릴 총통 선거에 출마할 후보로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을 확정해 의결했다. 회의 석상에서 국민당 주리룬 주석은 “여론조사 추이와 결과에서 허우 시장이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꾸준히 앞섰다”고 후보 선정 배경을 밝혔다. 허우 시장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자. 정권을 교체해야만 나라를 구할 수 있고 대만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당 후보 경선에서 허우 시장의 가장 큰 경쟁자는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였다. 궈타이밍은 대만 최고의 부호로, 2019년 폭스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국민당에 입당해 총통 선거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그러나 한궈위 당시 가오슝 시장에게 패배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후 궈타이밍은 국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총통 선거 막판에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사퇴했다. 결국 2020년 1월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 후보였던 차이잉원 현 총통이 한궈위 국민당 후보에게 대승을 거두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 장면 ⓒ 타이완뉴스 발행 사진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 장면 ⓒ타이완뉴스 발행 사진 캡처

민진당 라이 35.8%, 국민당 허우 27.6%

이렇듯 4년 전 당내 경선 후유증을 겪어야 했던 국민당은 이번에 경선을 취소하고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확정했다. 국민당은 “최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허우 시장의 지지율은 40.77%였고, 궈타이밍은 31.77%였다”고 발표했다.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았던 궈타이밍의 입장은 의외로 빨리 나왔다. 국민당 중앙위원회가 열리기 1시간 전 SNS를 통해 “약속을 성실히 준수하겠다”면서 “허우 시장의 후보 당선을 지지하고 무능한 정부를 물러나도록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주리룬 주석은 “궈타이밍이 넓은 도량으로 후보 결정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만의 또 다른 야당인 민중당 중앙위원회는 커원저 주석을 총통 후보로 지명해 의결했다. 여당인 민진당은 지난 4월 라이칭더 주석을 총통 후보로 확정한 바 있다. 이로써 차기 총통 선거에 출마할 대만 3대 정당의 후보 진용이 모두 갖춰졌다. 현재 세 후보의 지지율은 여당의 라이 주석이 앞서고 야당의 허우 시장과 커 주석이 뒤따라가면서 호각세를 이루는 형국이다. 이는 5월15일 조사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라이 주석이 35.8%, 허우 시장이 27.6%, 커 주석이 25.15%의 지지율을 차지했던 것이다.

주목할 점은 세 후보의 지지율 추이다. 지난 2월까지 1~2위를 오르내리면서 지지율이 정체됐던 라이 주석이 3월부터 30%대 중반 지지율로 치고 오르면서 선두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2월까지 지지율에서 라이 주석과 엎치락뒤치락했던 허우 시장은 3월부터는 20%대 중반으로 내려가 고착됐다. 이런 허우 시장의 지지율 정체를 파고든 이가 커 주석이다. 커 주석의 지지율은 3월까지 10%대 후반에 머물렀다가 4월부터 조금씩 오르면서 지금은 허우 시장을 추월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놓고 보자면, 국민당은 정권교체는커녕 제3당인 민중당에도 뒤처질 상황이다.

사실 현재 대만인들은 민진당의 8년 집권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3자 대결 국면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라이 주석의 지지율뿐만 아니라 민진당 재집권에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여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만민의기금회의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재집권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에 대해 과반이 넘는 51.1%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0.0%만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민진당의 재집권 가능성도 47.3%가 “낙관적이지 않는다”고 답해 “낙관적이다”(41.7%)란 응답을 앞섰다. 

이런 결과는 야권의 분열이 고착되어 총통 선거가 3자 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아주 높은 탓에 나온 것이다. 현재 지지율에서 3위를 달리는 커 주석은 국민의 신망이 높았던 저명한 외과 의사였다. 2014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는데, 국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한 최적의 후보로 낙점되어 민진당은 자당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커 주석은 시장에 당선됐고, 임기 내내 민진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 시장 선거에서 민진당이 독자 후보를 출마시키면서 밀월관계가 깨졌다. 그에 따라 커 주석은 2019년에 신당인 민중당을 창당했다.

당초 민중당의 생존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전개되는 상황은 달랐다. 2020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중당은 158만 표와 5석을 획득하며 대만 제3정당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전국지방선거에서는 2명의 시장과 현장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아직 당원이 적은 데다 풀뿌리 조직도 미약해 지방의원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대만인들에게 커 주석의 원맨쇼 정당으로 인식된 현실도 큰 문제다. 그러나 커 주석의 인기가 지속되고, 민중당 구성원들이 보수화되면서 국민당의 지지 기반을 잠식하고 있어 허우유이 시장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민진당 라이칭더 주석, 국민당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민중당 커원저 주석(왼쪽부터)ⓒ라이칭더 SNS·허우유이 SNS·커원저 SNS
민진당 라이칭더 주석, 국민당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민중당 커원저 주석(왼쪽부터)ⓒ라이칭더 SNS·허우유이 SNS·커원저 SNS

“중국 국민 55%, ‘대만 침공’ 지지” 

게다가 허우 시장의 개인 인지도와 매 력도가 낮아 좀처럼 반민진당 성향의 세력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허우 시장은 1980년에 경찰이 되어 오랫동안 형사로 재직했다. 2010년에 중앙경찰대학 교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해 신베이 부시장이 되면서 정계에 투신했다. 이때 허우 시장을 지명한 이가 당시 신베이 시장이었던 주리룬 주석이다. 주 주석은 자신의 신베이시 당조직을 고스란히 물려주면서 2018년 시장에 당선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허우 시장은 경찰과 시장 재직 시 여러 논란을 일으켰고, 법과 원칙만 내세울 뿐 정치력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반해 라이칭더 주석은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했던 의사로, 1998년부터 입법위원이 되어 두각을 드러냈다. 2010년에 타이난 시장에 당선됐고 2017년 행정원장(총리)이 됐으며 2020년에는 부총통까지 올랐다. 입법과 행정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하버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미국통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정계에서 대표적인 대만 민족주의자로, 독립 성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의 강력한 비토를 받고 있다. 라이 주석도 이를 의식한 듯, 5월16일 “대만이 주권국가이기에 차기 총통이 되더라도 대만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 7주년 기념일이었던 5월20일에 군용기 24대와 군함 5척을 대만 주변에 투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4월에는 군용기 25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 이는 3월(122대)보다 112%나 급증한 수치다. 이런 중국의 무력 압박에 중국인들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중국’이 온라인으로 중국인 18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5월15일 발표됐는데, 응답자의 55%가 “대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개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양상은 향후 중국과 대만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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