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쟁자 견제하며 “인격 이식 필요, 불충스러운 사람”
미국 공화당의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주지사가 24일(현지 시각)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경쟁자들과 맞붙게 됐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당내 2위를 달리고 있어 향후 양강구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 선언은 트위터의 음성 대화 플랫폼인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일론 머스크 트위터 및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대담 직전에 올린 1분짜리 영상에서 “우리는 이끌어 나갈 용기와 승리할 힘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론 디샌티스다. 나는 위대한 미국의 복귀(Our Great American Comeback)를 이끌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고 출마 사실을 공식화했다.
그는 “승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린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을 감염시킨 패배의 문화를 끝내야 한다”며 “과거의 진부한 교리는 활기찬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 우린 뒤가 아닌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거 패배의 아이콘’으로 규정하면서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13일 아이오와주를 방문해서도 “최근 몇 년간 우리 당에 퍼진 ‘패배 문화’를 거부해야 한다”며 트럼프를 공격한 바 있다.
그는 또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서 이민자 및 범죄 급증, 연방정부의 경제 처리 상황 등 바이든 정부가 마주한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분별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진행된 디샌티스 주지사와 머스크의 출마 대담은 기술적인 문제로 초반부터 끊김 현상을 반복하다 약 25분간 송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AP통신은 “반복적인 끊김 현상 때문에 실시간으로 발표를 청취하는 게 대부분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전날 “소셜 미디어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출마 행사가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자랑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가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엔지니어를 비롯해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 점을 지적, 이날 진행상의 문제점이 이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 출마를 ‘불충’(不忠)이라고 주장하면서 초반부터 강하게 견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그(디샌티스)는 인격 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아는 한 그것은 의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불충스러운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무명’의 하원의원이던 디샌티스가 2018년 대통령이던 자신의 지지로 주지사에 당선됐음에도 이젠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작년 말 한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기도 했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에 대한 검찰 조사 등이 오히려 트럼프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지면서 현재는 크게 뒤지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기업가 비백 라마스와미 등과 당내 경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