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 포탄 수십만 발 美 거쳐 우크라에 전달”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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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상 무기 지원 주저해 온 한국 정부 입장 급반전”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항공기 팔레트에 155mm 포탄이 실리는 모습 ⓒ AP=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항공기에 155mm 포탄이 실리는 모습 ⓒ AP=연합뉴스

한국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위해 포탄 수십만 발의 이송을 진행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비밀 협의에 따라 미국에 포탄을 이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차례로 우크라이나에 보내도록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WSJ은 한국에서 보낸다고 하는 이 포탄의 출처가 어디인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가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과 한국 정부 모두 WSJ에 이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풍산 그룹이 포탄을 생산해 계약하는 것은 있지만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선 한·미 간 협의는 하고 있다”며 “저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미국이나 폴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는지 묻자 “폴란드를 통해서 우회하는 것도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WSJ은 미 국방부가 어떤 방식으로 포탄을 이송 중인지, 이송이 언제 완료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절했으나 한국 정부와 포탄 구매를 두고 협의해왔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는 살상 무기 지원을 주저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 급반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WSJ은 앞서 지난해 11월 한·미간 비밀 무기 합의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군에게 갈 포탄을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가 미국이라는 조건으로 아직 협의 중이라며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그대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날 WSJ은 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지난해 처음 우크라이나로 보낼 포탄 제공을 요청했고 비밀 합의를 두고 노력했으나 언론 보도 이후 한국 정부가 냉랭한 태도로 돌아섰다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한국의 탄약 공급과 관련한 돌파구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지난달 26일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한 직후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선언 이틀 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대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관련해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황에 따라서 저희가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또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국 정부가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달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지뢰제거 장비, 긴급후송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200만 발 넘게 지원했고 물량 고갈이 시작되자 전 세계에서 포탄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미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은 미 국방부가 재고 부족을 메우기 위해 독일, 이스라엘, 쿠웨이트, 한국에 있는 미군 포탄 비축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올해 4월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미 정부 기밀 문건에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보낼 경우 비살상 지원만 가능한 국내 정책에 반하고, 동맹국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아 고심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문건 중 하나에는 한국 당국자들이 미국의 요청에 응할 경우 포탄 제공이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위한 거래인 것처럼 보일까 봐 더 우려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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