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빚어낸 광우병 참사, 다시 어른거리는 이유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6 16: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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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으로 몰아가면 안 돼
정부, 진정성 있는 ‘리스크 소통’ 필요

지금의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는 자동적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사태를 연상케 한다. 광우병 사태는 한마디로 불통이 빚어낸 참사였다. 먹거리 문제는 논리적으로 이해되거나 과학적으로만 설득되지 않는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광우병 사태는 우선 과학적인 설명에 갖가지 음모론과 정치적인 색깔론까지 덕지덕지 달라붙어 객관적인 판단과 해석을 막아버린 불통의 참사였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세대 불문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 많아

일본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하고 냉각수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발생하자 그로부터 2년 후인 2013년 3월30일 오염수 정화처리 장치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운전 개시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오염수 처리에 대해 방류 외에 5가지 방법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렇지만 결국 2016년 6월 전문가 회의에서 ‘방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일본의 결정 배경에는 비용과 시간이 감안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오염수 방류 의사결정 과정에 등장한다. 2020년 2월26일 그로시 사무총장(현재도 사무총장직 유지)은 일본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그다음 해인 2021년 3월23일에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에 대해 전폭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알려진다. 이 그로시 사무총장의 직전 사무총장이 일본인인 아마노 유키야인데, 그는 10년간 국제원자력기구 총장으로 재임했다. 그로시 총장의 적극 협력 발언 직후에 일본 내각의 방류 결정이 나오게 된다.

과연 우리 국민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 의견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5월8~1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 결과로 ‘IAEA와 한국 시찰단이 문제 없다고 결론 낼 경우 방류에 찬성’ 의견이 응답자 4명 중 1명 수준인 25.7%로 나타났고, 응답자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8.4%는 ‘한국민의 안전에 심대한 위협 및 수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방류 반대’로 나왔다(그림①).

사실상 방류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관리해야 하는 2030 MZ세대에서 ‘방류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30대는 무려 73%나 된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핵심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압도적으로 방류 반대 의견이 높다. 선거 박빙 지역에서 중요한 무당층은 방류 반대가 71.3%나 된다. 국정 운영 기반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여당은 후쿠시마 ‘괴담’을 막아야 한다.

후쿠시마 이슈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사태’처럼 번지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치명적이다. 윤 대통령은 5월 한 달 내내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정기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5월2~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3%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 정서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고위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 등의 내부 분열 양상이 지지율을 끌어내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셔틀외교 차원에서 5월초 방한했고 곧이어 윤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초대국으로 참석해 안보·경제 외교활동을 펼친 모습에 주목도와 관심도가 높아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5월16~18일 조사에서 지지율은 37%로 껑충 뛰어올랐다(그림②).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상승세인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치명적인 사안으로 부각되고 만다.

광우병 사태 때 불통의 상징 된 ‘명박산성’

빅데이터는 후쿠시마와 광우병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5월18일부터 23일까지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후쿠시마와 광우병의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후쿠시마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로 ‘안전’ ‘반대하다’ ‘과학적’ ‘우려’ ‘괴담’ ‘피해’ ‘비판’ ‘논란’ ‘반발’ ‘오염되다’ 등이 올라왔다. 광우병에 대한 연관어로는 ‘괴담’이 가장 비중 있게 나타났고, ‘오염되다’ ‘깨끗하다’ ‘내로남불’ ‘비판하다’ ‘과학적’ ‘불안’ ‘우려’ ‘위기’ ‘피해’ 등으로 나왔다. 후쿠시마와 광우병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은 자칫 잘못하면 괴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된다. 후쿠시마와 관련한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은 33%, 부정은 63%로 각각 나타났고, 광우병은 긍정 24%, 부정 73%로 나왔다(그림③).

후쿠시마 오염수 또는 처리수 관련 사안이 마치 광우병 괴담처럼 왜곡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최선이고 비단 주머니가 될까. 첫 번째는 정확한 리스크 측정(Risk Assessment)이 필요하다. 광우병 당시에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측정 방식이 동원되면서 괴담의 범위는 더 넓어졌었다. 유국희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처리에 대한 실사단장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정확한 측정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포괄적인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가 필요하다. 아무리 과학적 검증과 측정이 제대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겪는 심리적 불안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리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했었나. 국민 갈등을 봉합하는 데 앞장서기보다 갈라진 국민 정서를 더 찢어서 정치 쟁점화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국회 다수당과 집권여당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이슈가 광우병 괴담으로 변질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리스크 소통(Risk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 광우병 사태 당시 정부의 다른 대응보다 ‘명박산성’(광화문 집회를 막는 방식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놓았던 대응) 자체가 불통의 상징이 되었다. 현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괴담’으로 몰아가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노련한 제도로 처리해 나가는 ‘3R(리스크 측정, 관리, 소통)’이 절실히 요구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파장이 최소화되고 2008년 광우병 사태처럼 전락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정치권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결에 ‘원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노력이 없다면 광우병 사태보다 더 치명적인 사회적 혼란 사태가 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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