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이재명은 2015년 문재인의 길 따를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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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코인’ 사태 민주당, 혁신기구 띄워 반전 모색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 소환…이재명 권한 놓고 충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대혼란을 극복할 혁신기구 구성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혁신의 방향, 그리고 혁신위의 권한과 위상을 두고 계파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를 소환하며 이 대표가 어떤 길을 택할지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기구를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6월 중으로 혁신위를 출범시켜 그 안에서 당 쇄신 방안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혁신위 구성의 첫 단추인 위원장 인선과 권한 위임 단계서부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 있을 뿐, 세부적으로는 건건마다 시각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혁신위원장 자리에 원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래야만 혁신위의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당장 후보군조차 제대로 추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친명‧비명 의원들이 다 납득할 만한, 리더십과 당 장악력을 갖춘 인물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지금 한 번 떠올려보라.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전했다.

2015년 8월31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당 행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8월31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당 행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배제 안 돼” vs “이재명 빠져야”

혁신위원장이 임명된 후 그에게 얼마나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친명계에선 대체로 혁신위가 꾸려져도 이재명 대표의 권한을 완전히 배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되레 비명계가 혁신위라는 이름을 내세워 이 대표를 과도하게 견제하려 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혁신위는 임명, 당 지도부는 선출. 임명 권력이 선출 권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향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2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헌·당규에 따르지 않고 대의원, 국민이 선출한 당 지도부의 권리를 혁신위에 함부로 위임하게 되면 안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면 비명계는 혁신위에 전권을 넘겨줘 확실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윤건영 의원은 전날 SNS에 “당 지도부의 (혁신위에)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비롯, 의원 모두가 현재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혁신의 범위를 제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가 생각하는 혁신위의 ‘모범 사례’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출범한 ‘김상곤 혁신위’다. 당시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문재인 지도부는 당 안팎에서 총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문 대표는 위기 타개 방안으로 계파색이 옅은 당 밖 인사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에게 혁신위를 맡기고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혁신에 있어 사실상 전권을 부여 받은 김상곤 혁신위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출직 공직자평가위를 구성,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그 밖에도 10여 차례에 걸쳐 혁신안은 만들어 실제 당헌당규에 반영해냈다. 문재인 지도부에서 혁신위 안 대부분을 수용한 결과였다. 실제 현재 민주당의 윤리 관련 조항과 공천 시스템 상당 부분이 이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김상곤 혁신위를 기억하는 한 비명계 의원은 “당시에도 혁신위 결정들에 대한 당내 반발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가 한 발 떨어져 혁신위의 권한과 결정을 존중해줬고, 이듬해 총선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며 “그 결과 당이 위기를 돌파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꾸려질 혁신위가 국민적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재명 대표의 입김은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전권 내어줄 리 만무…분란만 더 커질 것”

혁신위를 둘러싸고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자신의 권한을 두고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오히려 친명계가 주장하는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의 방향으로 설정해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혁신위 만들겠다는 것이 곧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시키겠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며 “이 대표가 전권을 주는 기구를 만들 리도 없고 자기 통제 아래 두려고 할 텐데, 지금은 혁신위 만들어봐야 오히려 내부 분란만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혁신위 관련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던 이날 의원총회에선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해 혁신위 관련해선 구체적인 토론이 진행되지 못했다”며 “별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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