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회담’ 제안 거절한 중국…속내는?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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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中, 리상푸 국방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원해”
지난 4월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의 모습 ⓒ AP=연합뉴스
지난 4월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의 모습 ⓒ A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국방장관 회담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현안을 논의할 미·중 간 안보 대화 채널 복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중국의 제스처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6월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을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난 2월 ‘정찰 풍선’ 사태를 계기로 미·중 간 안보 대화는 사실상 끊겼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중 관계에 대해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미국은 최근 양국 간 대화 복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각)에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회담함으로써 미·중 국방장관 회담 개최 기대감도 고조됐다.

그러나 중국은 국방장관 회담 불원 의사를 미국 측에 공식 통보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워싱턴DC와 베이징 간 군사적 연락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리 국방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싱가포르 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중국이 거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간 주요 핵심 인사들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이 중국의 이번 국방장관 회담 거부로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당국은 미·중 국방장관 회담 거부 이유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미국이 리상푸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리 국방부장 제재 공방의 뒤편에는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 국방부장은 과거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 재임 중에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방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구매한 것이 확인돼 2018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보란 듯이 2019년 리상푸를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上將·대장급)으로 진급시켰다. 이어 지난 3월에는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더 올려 중용했다.

이는 중국이 ‘리상푸 카드’로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도 해석됐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리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음에도, 미 행정부가 아직 제재 해제를 결정하지 않은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미 행정부는 리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면 대중국 포위망의 고삐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반면 중국은 리 국방부장 제재 해제를 미국의 압박을 풀어갈 실마리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평론가 쑹중핑과 인터뷰를 통해 리 국방부장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대만 문제와 외국 정부 관계자들의 대만 관련 발언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남중국해 ‘행동규범’의 조기 서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영유권을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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