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文정부 기관장 씨 말린다? 현실화 가능성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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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여름, 늦어도 총선 전 文 기관장 전부 교체 전망
與, 전현희에서 노태악·정연주로 타깃…野 “정치 탄압”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급 이상 공공기관 및 공기업 인사인 (왼쪽부터)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급 이상 공공기관 및 공기업 인사인 (왼쪽부터)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 현 정부의 문재인 정부 출신 공공기관장 솎아내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까지 ‘자녀 특혜 의혹’에 휩싸여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르면 여름 내 남아 있는 전 정부 출신 기관장들을 하나 둘 지워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됨과 동시에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왔다. 국민의힘이 최근까지 직접 실명을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한 기관장은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4명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들이 자리에 ‘알박기’를 하고 있는 탓에 정부와 해당 기관 사이 ‘정책 엇박자’가 심해지고 있다며 맹렬히 비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달 초 이들을 향해 “양심에 털 난 사람들”이라며 “정부 기관은 전 정권 충신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숙주가 아니다”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상혁‧전현희 위원장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무회의 참석에서 줄곧 배제됐으며 윤 대통령에 대한 기관 업무보고도 서면으로 대체돼왔다.

하지만 당사자들과 야당은 법적 임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이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맞서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한상혁 위원장 면직을 두고서도 30일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 놓은 한 위원장을 무리하게 쫓아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그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현행법도 무시하고, 검찰의 억지 수사와 부실 기소만으로 한 위원장 면직을 밀어붙인 건 결국 ‘언론 장악을 위한 검은 의도’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방통위가 TV조선의 일부 항목 점수를 고의로 깎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지난 2일 검찰은 그를 불구속기소 했으며, 그보다 앞서 같은 혐의로 방통위 국‧과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이 이번 면직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그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7월 말까지 양측의 법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사퇴 의사 없다” 與는 국정조사 만지작

여권에선 면직된 한 위원장 다음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대상으로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선관위는 전·현직 고위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5일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처장이 동반사퇴하면서 선관위 수장인 노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도 격화했다.

노 위원장은 선관위 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쇄신’에 나서고 있다. 31일 대책 마련을 위한 선관위 긴급위원회의에 참석한 노 위원장은 자녀 특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사무총장직을 외부로 개방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현재로선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에선 “노 위원장의 사퇴야말로 선관위 쇄신의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대상으로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고 있어 노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최일선에서 공세를 받아 온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오는 6월27일 임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위원장은 선관위 특혜 의혹 및 국회의원 가상자산에 대한 조사를 새롭게 추진하면서, 임기 종료일까지 권익위 업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전 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근태와 업무 관련해 감사원의 유례없는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 전 위원장과 관련한 문제적 내용은 아직 뚜렷히 나온 바가 없다. 이에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 행위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며 임기 끝까지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롭게 임명된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이 전 위원장의 업무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어 임기 끝까지 편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여당의 ‘전 정부 솎아내기’ 최종 타깃은 결국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는 정연주 방심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은 KBS‧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왜곡을 지적하며 정 위원장에 대한 직‧간접적인 공세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달 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에서 “KBS, MBC, YTN 등 언론사들이 이념적으로 좌편향됐다. 이는 방심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한 탓”이라며 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당은 공영방송의 라디오 패널 구성이 편향적이라며 방심위에 심의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당의 공세에 맞서 야당은 “총선에 앞서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이명박 정부 때와 흡사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측근들을 요직에 임명했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자 줄줄이 해직과 징계 조치를 해 갈등이 장기화된 바 있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전 정부 기관장 압박에 대해 한 중도 성향의 원외 인사는 “문재인 정부 출신 기관장들을 콕콕 집어 문제 삼는 행위는 표적 수사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면서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와 전 정부 출신 기관장 사이 불미스러운 충돌이 반복되는 데 대해선 이번 기회에 여야가 함께 해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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