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충돌한 헌법기관…선관위 ‘부분감사 수용’에 감사원 ‘NO’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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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만 감사 수용…감사원 “우리가 결정”
與 규탄대회 열고 “자성도, 쇄신도 없는 국민 무시 그 자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월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월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이 정면 충돌했다. 전·현직 임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인 선관위가 진통 끝에 '부분 감사'를 수용했지만, 감사원은 '범위는 우리가 정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헌법재판소로 확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두 헌법기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파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 선관위에 따르면,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9명은 전날 오후 회의를 열고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정한 감사원 부분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감사를 거부한 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선관위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독립된 헌법기관을 명분으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던 선관위가 입장을 바꾼 것은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는 데다 여권의 총공세와 압박이 상승하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감사원은 선관위의 '부분 감사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정한 감사를 받겠다고 하자 "신속하게 감사팀을 구성해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도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와 규모 등 모든 사안은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지,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으로 한정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현재 논란이 진행 중인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보안 시스템 구축·관리 부실 등으로 감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선관위가 헌법재판소에 감사 관련 헌법적 판단을 구하면서 감사원과 또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는 부분 감사를 수용하면서도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선관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에 대한 최종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했다. 

감사원과 선관위의 충돌이 헌법재판소로 이어진 데다 정치권도 감사와 노 위원장 사퇴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어 파열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9일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9일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맹폭 쏟은 與 "청산해야 할 적폐"  

국민의힘은 전날 선관위 규탄대회를 열고 "반쪽짜리 결정"이라며 맹폭했다. 

김기현 대표는 "대명천지에 상상할 수도 없는 아빠찬스, 형님찬스, 근무지 세습, 공직 세습 등을 저질렀는데 하루 종일 논의해 나온 결과가 이건 받고 저건 안 받겠다는 것"이라며 "선관위는 헌법 위에 있고 법률 위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범위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헌법재판소는 이미 정치재판소로 전락한 지 오래된 곳"이라며 "그런 데 기대서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보겠다고 하는 노태악 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야말로 가장 빨리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성토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선관위 결정을 놓고 "명백한 불법 의혹들에 대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하지만 선관위가 보여준 태도는 자성도 없고 쇄신도 없는 국민 무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선관위 지도부 전면 교체와 감사원 (전면) 감사는 선관위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더 이상 꼼수와 책임회피는 더 큰 공분을 가져올 뿐이란 점을 명심하고 전면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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