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자 곡소리’ 들린다…영끌족 울리는 섬뜩한 ‘高금리’ 경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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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 사라지고 ‘고금리’ 장기화 전망 우세
韓 ‘영끌족’은 엇박자…부동산 회복세 전망에 가계 빚 증가

글로벌 시장에 ‘고금리’ 경고등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반기부터 기준금리 동결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기조는 하반기 들어 오히려 ‘인상’으로 돌아선 상태다.

문제는 늘어날 대로 늘어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 부담을 키워 소비 위축을 유발한다. 임계치를 넘어선 가계 부채는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뿐더러 한국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동시에 번지고 있어, 가계 빚은 여전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 예상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장 예상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비둘기가 사라졌다”…“당분간 고금리 지속”

4일 시장 분위기 종합하면,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자리 잡는 흐름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미셸 바우먼 연준 이사,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등 연준 간부들이 줄지어 “수차례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양적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의 존재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자조도 나온다. 일각에선 현 5.25~5.5%인 연준의 기준금리가 7%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시장은 이미 ‘고금리 장기화’의 충격파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8%를 넘으며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과 달리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기가 긴 국채 보유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움직임과 상관없이 미 국채 금리를 따라 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083%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4.17~7.121%로, 상단이 7%대로 올라섰다.

한국 또한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2%포인트 차로 이미 역전된 상태다. 금리 격차가 이보다 더 벌어지면 외국계 자금이 이탈할 수 있어,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융당국 또한 “연내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연일 선을 긋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7%대로 높아졌지만, 8월 기준 국내 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2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7%대 금리에도 “일단 사자”…‘영끌’ 부추긴 부동산 정책

그러나 당국의 경고가 무색하게 가계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달 전보다 6조9000억원 증가한 1075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7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났다. 한은은 향후 3년간 적절한 정책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가계부채가 매년 4~6%씩 증가해, 2년 뒤 2093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이 지목된다. 8월 은행 주담대 규모는 사상 최대인 7조원 증가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인 6조원대를 웃돌았다. 정부가 주택 매수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해제한데다, 정책 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을 확대 시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이에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빠르게 번지면서 다시 ‘영끌’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환경에서 가계 부채 확대는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는데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 성장세와 안정성을 저해해 거시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주택시장 연착륙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라는 정책 목표는 상충되지만, 정교한 정책 운용으로 균형을 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확대되는 데 대해, 필요 시 안정화 조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변수 및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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