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업고 꽃길만? 영남 향하는 ‘용산 낙하산’에 고심 빠진 與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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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수석급, ‘텃밭’ 영남 출마 쏠려…수도권 인재난 여전
김기현 ‘낙하산 없다’ 공언에 힘 안 실려…2016년 재현 가능성도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9월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9월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이 앞다퉈 출마 채비에 나서는 가운데, 대부분 당선이 비교적 용이한 영남권을 노리고 있어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여당이 수도권 인재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른바 ‘윤심(尹心)’을 업고 꽃길만 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발(發) 낙하산 공천’은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용산과 여의도 사이 공천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둬 온 대통령실 참모들의 ‘1차 러시’가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행정관급(2~5급)에서 이미 여럿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말까지 이어질 국정감사가 끝나면 내년 1월까지 비서관급(1급) 이상 참모들 역시 하나둘 용산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출마에 나설 대통령실 참모진만 4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심을 등에 업은 용산발 낙하산들의 종착지는 대부분 PK(부산‧울산‧경남), TK(대구‧경북) 등 영남권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관급에선 이동석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충북 충주), 이승환 정무수석실 행정관(서울 중랑을) 등 일부가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부산‧대구 등 영남을 택한 이들이 다수다. 추석 연휴 직전 사표를 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행정관(부산 서구·동구)을 비롯해 배철순(경남 창원 의창)‧이창진(부산 연제) 행정관 등이 꼽힌다.

비서관급 이상에선 이른바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인물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이진복 정무수석은 아직 출마 의지가 불분명하지만 부산 동래에서 3선을 지낸 만큼 부산 지역 출마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 윤 대통령 검찰 라인인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부산 수영,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무게감 있는 용산 참모들이 지나치게 ‘쉬운 길’로만 향하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4일 시사저널에 “지금 당은 수도권에서 승리를 가져다 줄 인재 찾기에 여념이 없는데 ‘대통령실’ 명함을 달고 선거에 뛸 사람들이 전부 꽃길만 가려 한다”며 “선당후사 정신까진 바라지 않지만 당으로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016년 3월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 도착한 뒤 영도다리를 걸어가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의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고 후보등록 만료일(25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016년 3월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 도착한 뒤 영도다리를 걸어가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의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고 후보등록 만료일(25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용산-여의도 공천 무게추는 강서구 선거 결과에 달렸다?

이미 영남 지역 정가에선 용산 참모들로 현역 국회의원이 대거 교체될 거란 ‘물갈이설’이 파다하다. 김기현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검사 출신 등 용산발 낙하산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거듭 일축했지만 지역 내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대표의 의지와 무관하게 당내 ‘세력’이 부족한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을 기회로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 치러진 전당대회 국면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졌던 점도 ‘총선 낙하산설‧물갈이설’에 따른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향후 용산과 여의도 사이 ‘공천 갈등’이 발생할 거란 관측도 자연히 커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30%대 후반~40%대 초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용산발 공천 압박이 당에 가해질 경우 김기현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저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선거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을 경우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두며 선거를 치러왔다.

하지만 역시나 윤심을 등에 업고 당 대표 자리에 오른 김기현 대표가 용산과 제대로 맞서지 못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당장 김 대표 리더십부터 크게 휘청일 전망이다. 벌써부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환설에, 새로운 친윤 비대위원장 추대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분위기가 흘러갈 경우 당 주도의 공천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권 내에선 자연히 2016년 이른바 ‘옥새 파동’의 악몽이 소환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당대표 간의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다 선거에 참패한 바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제2의 옥새 파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김기현 대표가 그대로 (용산 뜻대로) 공천해서 공천 파탄나 자신이 죽느냐, 아니면 뭐라도 저항을 하느냐(의 고민이 있을 것)”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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