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지상전 ‘진격’, 이란은 “선 넘었다” 경고…이‧팔 전쟁 ‘새 국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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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남쪽으로 대피하라”…‘지상전’ 최후통첩
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를 포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할 것을 다시금 촉구했다. ⓒ EPA=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를 포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할 것을 다시금 촉구했다. ⓒ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촉발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을 확대하자, 이란은 “선을 넘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임시로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이는 주민의 개인 안전을 위한 것으로 매우 긴급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부터 가자지구에 투입하는 지상군 규모를 늘려왔다. 가자지구 북부지역 일부를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지하터널 등에서 나온 하마스 대원들과 교전을 벌이며 공세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이 나오면서, 사실상 “대규모 작전이 임박했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하마스와 ‘전쟁 2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26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주위에 모여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교전이 벌어진 뒤 양측에서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 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주위에 모여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교전이 벌어진 뒤 양측에서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을 확대하자,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미국을 겨냥해 대립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격화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국제사회는 잇따라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은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인도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의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며 “안전하게 피할 데가 없는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 피난처, 의료서비스의 접근이 차단된 채 끊임없는 폭격에 노출돼 있다. 이 사태에 책임 있는 모든 주체가 벼랑 끝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누적 기준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8000명을 넘어섰다. 전날 오전에 집계된 누적 사망자 7703명과 비교할 때 빠르게 급증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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