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데 기름 부었나…이준석‧홍준표 ‘대사면’ 일파만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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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洪 “관심 없다” 사면 거부에 與 “자중하라”…갈등 격화
1호 혁신안부터 삐걱…‘이준석 묶어두기’란 분석도
사진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통합을 위해 띄운 ‘중징계 대사면’이 되레 당내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모양새다. ‘대사면’의 대상으로 지목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즉각 반발하자 당에서 “자중하라”고 맞서며 양측 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야심차게 내놓은 ‘1호 혁신안’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활동에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대사면’을 1호 혁신 안건으로 채택했다. 혁신위의 발표가 있은 직후 당사자들은 일제히 불쾌함을 드러내며 공개 거부에 나섰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 ‘사면’을 꺼내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이런 혁신위의 생각에 반대한다. 재론치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지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징계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받아주겠나”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다. 총선까지 배제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라며 “총선 후 바뀐 정치 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라고 썼다.

 

“이준석 신당 창당 명분 없애기 위한 화해 제스처”

이들의 반발에 당초 혁신위의 안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3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각각의 얘기들을 뱉어내듯 쏟아내는 건 자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댓글에 ‘홍카콜라인 줄 알았더니 쉰카콜라구나’라는 글이 있었다”며 “홍 시장은 지난 7월 수해가 심했던 상황에서 골프 쳤던 걸 이제 와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당시 윤리위원들의 의견도 들어봤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를 향해서도 ‘반수생’에 빗대며 “다시 시험을 봐서 다른 학교로 갈지, 지금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학기에 교수가 평점을 안 줬다거나, 조교가 학사 지도를 잘 안 해줬다고 불평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당 일각에선 혁신위의 이번 ‘대사면’을 둘러싼 갈등이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정인에 대한 대사면 추진이 현재 정부‧여당의 위기를 타개할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그 기저에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출마를 예고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에 “탈당 후 신당 창당설이 커지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창당 명분을 깎아내리기 위해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이준석 묶어두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가 당과의 ‘갈등’에 못 이겨 신당 창당을 결단했다는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함이란 것이다.

실제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차릴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2030세대의 이탈은 물론,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트리는 ‘고춧가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등이 방송에 출연해 ‘이준석 탈당 효과’에 대해 미미하게 평가했지만, 실제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탈당 및 창당 움직임을 적잖이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노원병 공천 주고 떨어뜨리기 전략?

이번 혁신위의 화해 제스처를 둘러싼 의혹은 최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발(發) 이른바 ‘이준석 노원병 공천설’과도 맞물리면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우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정진석‧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해외 국정감사에 다녀오는 길에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이 전 대표에게 서울 노원병 공천을 줘 탈당의 명분을 없애고, 향후 선거에서 떨어트리면 된다는 것이 대화의 골자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27일 YTN에 출연해 “노원병을 마치 유배지, 남미의 수용소 같이 쓰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우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기본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사자들의 ‘대사면’ 거부에도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를 관철시킬 전망이다. 혁신위는 이날 당 지도부에 이를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징계 해제 여부는 다음 달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최고위의 최종 사면 결정에도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등의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혁신위가 내세운 ‘당 통합’ 효과는 끝내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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