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여도 서울이면 6000만원 ‘프리미엄’…김포 민심 ‘들썩’?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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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서울 편입’ 띄운 與…광명‧구리 등 확산 조짐
‘집값 상승’ 호재 기대 속 혐오시설 조성‧교통난 가중 우려도

국민의힘이 띄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논의에 경기도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편입 추진안이 김포시를 넘어 서울에 인접한 광명시와 구리시 등 다른 경기 지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여서다. 행정구역 편입이 현실화하려면 주민투표와 법률 제정 등의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관심은 ‘집값’에 쏠린다. 서울 편입이 공식 추진되면 관련 지역은 집값 상승의 호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다만 쓰레기 매립지 등 혐오 시설을 떠안을 수 있는 데다, 경기도의 고질적인 교통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을 중심으로 주택 특례 대출 소득 기준이나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일대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시 김포구’ 되면 집값 오른다? 들썩이는 경기도

31일 부동산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포시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반응이 읽힌다. 네이버 포털에서 50만 명 이상이 가입한 A 카페에선 “김포시 서울 편입은 대형 호재다”, “서울 편입되기 전에 집을 미리 사둬야 하나”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부동산 실거래 어플인 ‘호갱노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광명시 철산동’과 ‘김포시 고촌읍’이 상위권에 올랐다. 단지 기준으로는 광명시 철산자이브리에르와 김포시 고촌센트럴자이가 순위권에 진입했다. 철산자이브리에르는 이날 1순위 청약 접수를 받고 있고, 고촌센트럴자이는 내주 청약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에 달린 댓글을 보면 “김포시 서울 편입 기사 떴다. 얼른 사라” 등이 달렸다.

실제 같은 아파트 단지여도 행정구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사례는 빈번하다. 수락리버시티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경기도 의정부시에 속한 수락리버시티1단지 전용 84㎡는 지난 8월 5억9500만원에 거래된 반면 서울 노원구에 속한 수락리버시티3단지는 같은 면적인데도 같은 달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른바 ‘서울 프리미엄’이 6000만원가량 붙어있는 셈이다.

현재 여당이 공식화한 서울 편입 논의는 김포시에 한정돼 있는 상태다. 다만 해당 논의는 향후 광명‧구리‧하남 등 다른 경기도 도시로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권이 세운 기준인 행정구역상 서울에 인접하고 생활권이 같은 인구 50만 명 이내 중소 기초단체에 이들 지역이 속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안이 추진될 경우 현재 인구 940만 명인 서울시는 최대 1170만여 명으로 늘어나 ‘메가시티’가 될 수 있다.

14일 오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포골드라인으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의 모습 ⓒ 연합뉴스

혐오시설‧교통난이 관건…김포시 주민은 ‘편입 반발’ 기류

그러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행정구역을 변경하려면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당장 김포 주민 커뮤니티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포 지역 ‘맘카페’ 등에선 “혐오 시설 몰아주는 것 아니냐”, “서울 편입 이야기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 다수다. 서울시가 김포시를 편입하는 대신 쓰레기 매립지 등 혐오 시설을 김포시 외곽에 설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서울 편입은 현실 가능성 없다. 표몰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김포와 서울을 잇는 김포골드라인이 ‘지옥철’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경기도 교통난이 고질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교통 인프라 개선 논의가 병행되지 않으면, 행정구역상 서울이 되더라도 물리적 입지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관련 지역의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포 서울 편입은 선거용’이란 지적에 대해 “선거용 전략이라기보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바람직한 결론”이라고 했다. 교통난 해결 요구와 관련해선 “편입과 교통 문제를 다 같이 해결해야 한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포시의 행정구역을 서울시로 공식 변경하기 위해선 김포시민은 물론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주민투표를 거쳐 동의를 얻거나, 김포시의회‧경기도의회‧서울시의회의 등 기초‧광역의회 차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에는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한다. 김포시는 다음 달 서울 편입과 관련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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