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총선보다 대선 전후 방향성 더 뚜렷
  •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4 14:05
  • 호수 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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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역대급 폴리코노미의 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해외주식 투자자는 인도 증시에 관심 가질 필요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에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 명 이상이 투표소로 향한다’고 전하며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가 참여하는 선거가 이루어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2월 인도네시아 대선·총선,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 이란 대선, 4월 한국 총선, 5월 인도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 10월 브라질 지방선거에 이어 11월5일에는 전 세계적 관심사인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24년이 역대급 ‘폴리코노미의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리코노미’는 폴리틱스(Politics·정치)와 이코노미(Economy·경제)의 합성어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선거 승리에만 초점을 맞춘 정당이 선심성 공약을 내걸고 재정을 지출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점을 지적한 용어다.

2024년 국내외에서 잇달아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통합관제실 모습 ⓒ연합뉴스

정치 이벤트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주목

선거에서 경제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특정 국가의 선거 결과가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경험해 왔다. 지난 10년간을 뒤돌아보더라도 유럽 극우정당의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와 재정 위기,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와 EU 약화, 미국 트럼프 정부 이후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등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2024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올해 예정된 정치 이벤트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해 보고자 한다.

우선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는 푸틴 대통령의 연임이 확실시되며 장기집권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러시아 경제는 성장률, 실업률, 실질임금 등 주요 지표가 반등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중국, 인도와의 교역량을 늘리는 등 서방 제재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 결과로 보인다. 국제정치 측면에서는 미·중 양극 체제에서 다극화가 한층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사회주의 맹주로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다소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월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은 전쟁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국 집권체계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전쟁 장기화와 맞물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월에는 이란 대선도 예정돼 있다. 현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란이 군사적 개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중동 지역에 전반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이 재연될 위험도 내재돼 있어 유가 충격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인도에서는 4월과 5월 두 달에 걸쳐 총선이 치러진다. 전통적인 네루, 간디 지지층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집권여당 모디 총리의 3연임은 무난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도는 지난 2차례 모디 총리의 집권 동안 ‘모디노믹스’를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인도는 2023년에 홍콩을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4위로 올라선 바 있다.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인도 증시에 긍정적이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 외교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주의가 확산되면서 선진국들이 해외 공장을 자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정치·군사적 긴장감으로 해외 생산 및 운송도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14억 인구를 갖고 있고 내수 비중도 꾸준히 60%를 상회하는 지역으로 대외 민감도가 낮아 이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중국의 약진을 나타내던 ‘팍스 시니카’ 대신에 ‘팍스 인디아나’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주식 투자자라면 신흥국 증시 중에서 인도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유럽에서는 난민, 이민 문제와 관련해 극우 후보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2022년 촉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폴란드는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으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헝가리 등은 이민이나 난민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이민·난민 문제는 유럽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인구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14.6%로 2010년 8.8%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독일의 경우 자국인들의 고령화와 지나치게 빠른 이민자 유입으로 핵심 인력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네덜란드의 EU 탈퇴, 카탈루냐의 독립 등 유럽연합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요인도 잠재돼 있다.

미국은 1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11개월에 걸친 대선 장정에 돌입한다. 민주당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양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미미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핵심 접전지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 민주주의 측면에서 지지율이 높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국가안보, 이민정책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외교정책 및 경제정책이 기존 연장선상에서 유지될 것이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다.

 

美 대선 결과 따라 국내 기업 셈법도 복잡해져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기존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IRA 세제 혜택 폐지, 보편적 관세 부과, 필수품의 중국 수입 중단 등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외교적 변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에 투자한 국내 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물가도 안정되면 현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펼쳐지고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4월에 실시되는 국내 총선은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열리는 선거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향후 국정 동력을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총선보다 대선의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역대 총선 전후로는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의 경우에는 정책 기대감을 반영해 증시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요인을 제외하면 대선 후 평균 20%에 가까운 상승 흐름을 보여줬다.

정치 이벤트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올해와 같이 횟수도 많고 영향력이 큰 선거가 많은 상황에서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울 때는 투자 의사결정이 매우 힘들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섣부른 예측에 의한 투자보다는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린 상황에서 결과가 나왔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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