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유가, 한국 경제 뿌리 흔들라
  • 장건│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
  • 승인 2011.02.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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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 사태의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1.75포인트 하락한 2월24일 한 증권사 트레이딩룸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제3차 오일 쇼크가 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국제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라비아 반도 왕정 국가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친다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가 2008년 고점인 1백47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19.8%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일 생산량도 9백71만 배럴로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2.1%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의 최대 경제 강국으로 2008년 기준 GDP(국내총생산)가 4천7백50억 달러에 달한다. 아랍 경제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와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는 막강한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석유수출국기구)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이다.

 2월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동산 두바이유가 전날 대비 3.36달러 상승한 1백3.7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9월8일 1백1.83달러를 기록한 이후 30개월 만의 최고치이다. 우리나라 도입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2010년 9월21일 배럴당 76.46달러에서 2011년 2월21일에는 100.36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5개월 동안 31%나 급등했다.

 중동 지역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 지역임과 동시에 세계 최대 원유 생산 지역이다. 중동 지역의 석유 매장량은 2009년 기준 8천2백22억 배럴로 전세계 매장량 1조3천3백31억 배럴의 약 61.7%를 차지하고 있다. 1일 생산량은 2천9백10만 배럴로 전세계 1일 생산량 7억9천9백48만 배럴의 3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의 유가 급등을 불러온 리비아는 석유 매장량이 4백43억 배럴로 전세계 매장량의 3.3%, 중동 전체 매장량의 5.4%를 차지하는 북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이다. 또한 1일 석유 생산량이 약 1백63만 배럴로 세계 18위 산유국이며 중동 지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쿠웨이트, 알제리에 이어 7위를 차지하는 주요 산유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번지면 ‘최악’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의 유가 급등은 GDP, 물가 수준, 경상 수지 등 거시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산업별로 볼 때 유가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택배·화학·항공·해운·자동차 부문 등과 같은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기준 글로벌 주요 국가의 명목 GDP 대비 원유 소비액이 OECD 30개국은 물론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과 비교해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기준 한국의 석유 소비액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이다. 반면에 OECD 국가들은 3.6%, BRICs 국가들은 6.6%로 한국보다 낮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해당 연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0.12% 끌어올리고, GDP와 민간 소비를 각각 0.21%와 0.12% 끌어내린다. 또한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GDP 대비 국내 무역 수지는 1% 정도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중동 민주화 바람은 단기적으로는 중동과의 교역 관계 및 해외 건설 수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은 우리나라의 3대 교역 지역으로 수출입을 합계한 교역량은 우리나라 총 교역량의 12.3%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수출 2백83.7억 달러, 수입 8백8.2억 달러로 대중동 교역 규모는 1천91.9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대상국으로 이들 지역으로 민주화 시위가 번진다면 그 영향력은 상당하리라고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액의 33.3%인 2백29억 달러,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액의 14.7%(대중동 수주액의 22.3%, 1백5억 달러), 총 수출액의 1.0%(대중동 수출의 16.1%, 46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란도 원유 수입액의 8.1%(56억 달러), 총 수출액의 1.0%(대중동 수출의 16.2%, 46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건설 차질 따른 손실도 ‘발등의 불’

 또한 중동 핵심 지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건설업계에도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중동 지역은 지난해 수주액 4백73억 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액 약 7백16억 달러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수주 지역이다. 지난해 수주액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수주액 7백16억 달러 가운데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가 각각 2백56억 달러(35.7%), 1백5억 달러(14.7%), 49억 달러(6.8%)로 전체 91개 수주 국가 가운데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비아도 수주 금액이 약 20억 달러(2.8%)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1/4분기 시공 상황에 따르면 한국 건설업체는 중동 20개국에 3백7개 업체가 진출해 4백2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공 잔액만 1천3백7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대부분 건설업체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24개 업체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합화력발전소와 철도·호텔·병원·주택 건설 등 5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총 24개의 건설업체에서 한국인 직원 1천3백43명이 파견되어 있으며 공사 금액은 총 1백8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시공 잔액만 82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해 말 누계 기준으로 볼 때 2백95건의 공사 건수에 3백66억 달러를 수주함으로써 전체 누계 수주액의 8.6%를 차지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누계 수주액 기준에서 사우디아라비아(1천6백14건, 8백45억 달러), UAE(2백17건, 5백86억 달러)에 이어 3위 수준이다.

 중동 민주화 바람이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도 있다. 향후 중동의 각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주요 원인인 청년층의 실업과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일부 부유층에 집중되어 있는 국부를 활용해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플랜트 발주를 늘리는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중동 산유국 집권층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자국민의 실질적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향후 산업 다각화와 인적 자원 개발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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