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항쟁’과는 양상 다르다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1.02.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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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보다 차이점 더 많아…부의 집중도·사상적 기반·문맹률 등에서 격차 보여

도미노처럼 일어나는 아랍의 민주화 흐름이 1980년대 말 폴란드 등 동구권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흐름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장기 집권에 대한 시민의 반발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 전환은 쉽지 않을 듯

첫째, 국제 정치와 경제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2차 대전 이후 영국이나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중동 국가들 가운데 리비아 같은 산유국은 오일에 의존한 수출 주도 경제를 키워왔다. 반면 미국과 소련이 주도한 국제 질서인 양극 체제에서 공산 소련 진영에 흡수된 동구 국가들은 계획 경제로 상징되는 공산주의를 경험한 국가들로서 중공업 중심의 산업 기반을 형성해왔다. 중동의 경우 장기 집권을 해 온 통치자가 국부를 장악해서 분배를 해 온 것에 비해 동구는 집단 지도체제에 의한 분배가 이루어졌다. 때문에 부의 집중도 면에서 중동이 동구보다 훨씬 더 불균형을 이룬다.

둘째, 2차 대전 이전에 역사적 시민의 자주적 혁명 경험에서 동구는 프랑스 혁명 이래로 많은 계몽주의 사상가에 의해서 다양한 철학과 이념에 노출되어왔다. 반면, 민주화의 열기에 휩싸인 중동은 오토만 제국의 분권적 통치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에 이슬람교의 종교적 교리인 코란 이외에는 다른 인본주의적 사상이나 철학을 접하지 못한 지역이다. 더불어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 팽창주의에 대한 항거 이외에는 자발적 시민 혁명의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셋째, 국민의 교육 정도 측면에서 중동은 동구에 비해 높은 문맹률(illiteracy rate)을 보이고 있다. 동구 국가들의 식자율(literacy rate)은 99%가 넘는 반면, 바레인 88%, 리비아 86%, 튀니지 77%, 알제리 75%, 이집트 66%, 예멘 58%, 모로코 55%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동 지역의 문맹률에서 남녀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오만의 경우 남자 문맹률은 20%이지만, 여자는 40%나 된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구시대적 잔재는 민주화를 위한 시민 혁명에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볼 때 중동 시민 혁명의 결과는 서구식 입헌군주제나 의회민주주의 체제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중동에서는 노조 지도자였던 바웬사 같은 인물이 폴란드 대통령에 오르고, 문학가이자 반체제 인사였던 하벨이 체코 총리가 되는 것 같은 진정한 시민이 정권을 잡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중동 지역의 민주화 열망과 새로운 체제 도모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 왼쪽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장벽 위에 올라선 독일 청년들. 오른쪽은 지난 2월18일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군중을 향해 국기를 흔드는 이집트 여인.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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