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전북일보 ‘쌍끌이’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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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전북에서 각각 ‘지역 대표 언론’으로 우뚝…지역 매체 영향력, 타 지역보다는 약한 편

 호남 지역 주민들의 언론사 선호도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하나는 진보 성향 매체를 더 선호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앙 언론의 영향력이 지역 언론보다 더 강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5월21~22일 실시한 호남 지역 민심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반영되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 호남 지역 통합 1위는 MBC(15.4%)로 나타났다. 2위는 KBS(14.7%), 3위는 한겨레(12.6%) 순이었다. 지역 언론의 몫은 그 다음 중위권이었다. 전북일보(10.6%), 광주일보(9.1%), 전남일보(6.4%), KBC(광주방송, 3.8%)가 4~7위에 자리 잡았다. 그 뒤를 동아일보(3.3%), 경향신문(3.1%), 조선일보(2.3%) 등이 이었다.

전남에서는 중앙 매체가 1~3위

호남언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용준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호남 지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 수에 비해 너무 많은 매체가 난립하는 과잉 경쟁에 있다. 전북과 광주·전남에 각각 10여 개의 지역 일간지들이 있다. 발행 부수가 1만부도 안 되는, 그저 이름뿐인 일간지도 많다. 지방지가 많다는 것은 지역 언론이 활발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격이 안 되는 매체들이 난립해서 저질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고, 이에 식상해 있는 지역주민들이 지방지를 외면하고 중앙지에 관심을 돌리는 경향이 짙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교수는 “호남 지역 언론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여러 가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지역 언론사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해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광역시에서는 광주일보가 24.8%로 1위를 차지했다. MBC(23.3%)를 1.5%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따돌렸다. 한겨레(17.0%)와 KBS(13.7%)가 뒤를 이었고, 전남일보가 12.9%로 5위를 차지했다.

전라남도에서는 MBC(13.3%), KBS(12.6%), 한겨레(12.3%) 등 중앙 언론이 강세를 나타냈다. 전남일보(7.4%), 광주일보(6.6%)가 그 뒤를 이었다. 광주일보와 전남일보는 모두 광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매체 이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광주일보는 광주에서 특히 지목률이 높게 나타났고, 전남일보는 전남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높게 나왔다. 

광주일보의 전신은 옛 전남일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1980년 언론 통폐합 조치 때 전남매일과 합쳐져서 지금의 광주일보로 제호를 변경했다. 따라서 옛 전남일보(1952년 창간)의 역사를 승계한 광주일보는 올해로 창간 59주년을 맞는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의 전남일보는 지난 1988년 새롭게 창간된 매체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ABC 발행 부수 공개에서 광주일보는 약 4만5천부로 호남 지역 전체 신문 매체에서 1위를 기록했다.

조경완 광주일보 편집국장은 “한때 15만부까지 발행했던 과거에 비하면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호남 지역 1위를 지키기는 했지만, 영남 지역의 부산일보나 매일신문 등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으로 멋쩍은 1위인 셈이다. 이 부분이 호남 지역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광주에만 치우치는 소극적인 마케팅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 앞으로는 여수·순천·목포 등 전남 지역의 각 지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북 지역은 그나마 지사마저 폐지했다가 올해부터 다시 몇 개를 부활시켰다. 올해부터 매일 ‘전북판’을 넣고 있다. 전남과 전북까지 아우르는 호남 언론의 종가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라고 밝혔다.

▲ 5월27일 낮 광주 구 전남도청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아래쪽은 광주일보와 전북일보 지면 ⓒ시사저널 유장훈
“매체 난립 따른 과잉 경쟁은 문제”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전북일보가 27.1%로 1위를 차지했다. 2~4위는 KBS(17.6%), MBC(11.5%), 한겨레(9.5%)였다. 동아일보(3.5%)가 5위로 나타난 것이 눈길을 끈다. 1950년 창간된 전북일보는 오는 6월1일 창간 61주년을 맞는다. 호남 지역 신문 매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김재호 전북일보 편집국장은 “전북의 인구 수가 약 1백75만명인데, 전북에서만 발행되는 매체가 무려 13개나 된다. 호남 전체로는 25개 신문사가 난립하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일보는 언론의 정도를 지키고자 애쓰고 있지만,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신생 언론사들로 인해 광고 시장이 매우 혼탁해지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전북일보는 철저히 전북 지역 현안에 충실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래서 지난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광주·전남 지역에 운영하던 지사를 다 폐지하고 전북에만 집중해왔다. 그런데 최근 광주일보가 전북을 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어 좀 불편하기는 하다. 아무튼 호남 지역의 유력 매체로서 전북일보와 광주일보가 좋은 경쟁자 관계를 유지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제주도 지역 주민들은 ‘제주를 대표하는 언론사’로 제주일보를 단연 첫손에 꼽았다. 47.4%의 압도적 다수였다. KBS(27.3%)와 MBC(17.7%)가 그 뒤를 이었고, 한라일보(16.9%), 제민일보(13.5%), JIBS(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 5.8%) 등 지역 언론이 각각 4~6위를 차지했다. 제주일보의 송용관 편집국장은 “올해로 창간 66주년을 맞는 역사와 정통성을 도민 여러분들께서 평가해주신 것으로 보인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제주일보가 특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중앙 뉴스를 과감히 포기하고 철저히 로컬화를 꾀한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송국장은 “현재 16면을 발행하는 제주일보는 전 지면을 철저히 로컬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도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연합뉴스 등을 인용해서 중앙 뉴스를 지역 뉴스와 혼재했으나, 어차피 중앙 뉴스에서는 중앙지와 경쟁이 안 된다. 따라서 아주 큰 이슈가 아닌 다음에는 중앙 뉴스를 과감히 포기하고, 철저히 지역 소식만 담고 있다. 즉, 제주일보를 보지 않으면 제주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게끔 지역 소식은 세세한 것 하나라도 절대 빠뜨리지 않고 다 담고 있다. 이 점이 오히려 제주일보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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