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는 모르는 청년 취업의 현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0 15: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저널] “요즘 기업은 스펙보다 경험을 본다더라”…현실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지난 6월24일~28일 조사(리얼미터, 오마이뉴스 의뢰) 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7월 1일~5일 조사(리얼미터, YTN 의뢰)에서 한국당 지지율도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인 27.9% 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 이유는 황 대표가 최근 들어 자주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달 뜬금없는 아들 자랑에 청년층의 비난을 받은 것을 기점으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했는데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 자랑’을 했다가 소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늘하다의 준말)’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더라” “학점은 3점이 안 되고 토익점수는 800점인데 KT에 취업한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내 아들”이라고 말한 건데요.

공기업인 KT는 채용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 점수로 KT에 붙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아버지가 황교안인 게 스펙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면서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황 대표는 곧바로 “사실은 아들 학점은 3.29였고, 토익성적 925점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KT가 어떤 기업입니까. 김성태 한국당 의원 딸의 부정채용 의혹도 불거진 곳이죠. 게다가 황 대표 아들이 입사한지 1년도 안 돼서 마케팅부서에서 법무부서로 인사이동을 하게 된 점, KT 임원들의 변호를 맡아왔던 법무법인 태평양에 당시 황 대표가 고문변호사로 있었던 점 등이 알려지면서 결국 황 대표와 그의 아들은 특혜채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황 대표가 여론의 질타를 맞게 된 건 이런 의혹 때문만은 아닙니다. 황 대표가 실업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인데요. 황교안 대표는 모르는 청년 취업의 실태. 시사저널이 점검해봤습니다.

 

1. 취업 스트레스에 자살 생각까지

ⓒ 잡코리아
ⓒ 잡코리아

우선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올해 5월 기준 9.9%입니다. OECD 평균이 11.7%인 걸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사정이 더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실제 취업 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취업 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업체인 알바몬이 구직자 30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83.5%가 “취업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응답했습니다. 

ⓒ 시사저널 양선영
ⓒ 시사저널 양선영

심지어는 취준생 7명 중 1명은 극심한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5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중 39.5%는 우울증을 경험했고, 15.3%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 스펙보다 역량?

황교안 대표는 말했습니다. “요즘은 스펙보다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더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우선 맞습니다. 요즘 ‘블라인드 채용’이다 ‘무스펙 전형’이다 해서 학력이나 영어 점수 같은 스펙을 안 보는 기업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22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7%가 ‘올해 채용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사람인
ⓒ 사람인

그런데 실제 합격한 사람 스펙을 보면 어떨까요? 시사저널이 잡코리아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0개 대기업의 합격자 스펙 평균을 내보니까, 학점은 3.68, 토익은 850점이 나왔습니다. 자격증이나 인턴, 봉사활동, 각종 수상경력도 1회 이상입니다.

ⓒ 시사저널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직자 입장에선 ‘뭐라도 준비해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필요 없는 거 아는데, 이거라도 없으면 안 되겠다” 싶은 거죠. 그리고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런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불신도 높은 편입니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신입직 취준생 9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2%가 “불안한 마음에 취업스펙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3. 역량 키우기도 하늘의 별 따기

그리고 청년들이 직무 역량을 ‘안’ 키우는 건지, ‘못’ 키우는 건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직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인턴을 경험해보는 건데, 인턴 경쟁률. 웬만한 신입 공채 경쟁률 못지않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시사저널 대학생 인턴 경쟁률을 보면, 2017년 1월 기준으로 80대1에 달했습니다. 당시 인턴 3명 뽑는데 240명 정도가 지원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아버지가 법무부장관에, 권한대행에, 제1야당의 대표까지 지내고 있는 황교안인 사람이 ‘무스펙’으로 그 경쟁률 높다는 KT에 들어갔다고 하니, 청년들이 뿔이 날 수밖에 없는 거죠.

청년들의 아픔을 제대로 건드려 버린 황교안 대표. 청년 취업 실태에 대해 공부 좀 더 하셔야겠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확인하세요. (https://youtu.be/mw9aIVWDWXo)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