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5G, 잔치보다 ‘잔소리’ 먼저
  •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17 08: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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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우선모드’가 5G 시대 현주소…과기정통부의 부실 심의도 도마에

5세대(5G) 네트워크 통신이 국내에서 상용화된 지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불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5G 이용자들이 LTE 우선모드를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고가인 5G 통신 요금제와 5G 단말기를 사용하면서도 LTE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5G의 현주소인 것이다.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던 5G는 지난 4월3일 밤 11시 한국에서 극적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같은 달 5일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개통 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상용화 소식에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기습적인 상용화가 이뤄졌다.

4월3일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됐지만, 통신 끊김과 즐길거리 부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EPA 연합
4월3일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됐지만, 통신 끊김과 즐길거리 부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EPA 연합

매력적인 소구거리 없이 돈벌이부터 시작

하지만 시작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최초 타이틀에만 집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초반의 잡음으로 그칠 줄 알았던 이 지적은 상용화 100일을 맞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6월10일 상용화 69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과거 LTE가 상용화 후 81일 만에 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보다 빠른 속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5G 가입자를 견인한 것이 5G 통신의 매력도라기보다는 거액의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이었다는 점이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5G 단말기가 공시지원금과 불법보조금을 더해 0원에 부지기수로 팔리는가 하면 오히려 돈을 추가로 받고 단말기를 구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출고가가 더 저렴한 LTE 단말기보다 5G 단말기의 실구입가가 훨씬 더 저렴해지자 구매자들은 5G 단말기로 몰리게 됐다. 그러면서 5G 가입자가 늘어나게 됐다.

당장 단말기 값이 부담돼 지원이 많은 5G 단말기를 구입은 했으나 즐길거리가 부족하고 요금은 비싸 기존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다. 또 5G 불통으로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5G 가입자의 빠른 확대를 5G의 성공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졌다. 이통사들이 5G 통신 판매에 성공했다기보다는 단말기 판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더 타당할 정도다.

고가의 최신 프리미엄급 5G 단말기를 구입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얻기 위해 고가의 5G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5G 사용을 막아두는 LTE 우선모드 사용자가 지금도 많다. 5G에서 LTE로 데이터가 전환되면서 버벅거리는 증상이 나타나자 사용자들은 5G에 대한 기대를 접고 LTE 우선모드로 마음을 굳혔다. 5G 단말기와 5G 요금제를 쓰지만 포기하고 LTE를 사용하는 셈이다. 여전히 5G 커버리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5G 사용 가능 지역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LTE 우선모드를 택한 이들의 마음이 좀체 열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이동통신사 모두의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통신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5G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 1차적으로 정부가 잘못했고, 서비스가 잘되지도 않으면서 고가 요금제를 내놓은 이통사에 2차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커버리지는 물론 킬러 콘텐츠도 확보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물론, 관련 요금을 받아 챙기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새로운 통신 세대가 거듭될수록 성능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정도이기 때문에 가치 증가 그래프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매력적인 소구거리 없이, 돈벌이부터 시작했다는 얘기다.

5G 상용화 후 불안정한 서비스 초반에는 요금을 받기보다는 프로모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엇을 서비스할지 정하지도 않고 요금만 먼저 정해진 것은 다시 생각해 봐도 순서가 틀렸다.

이통사 “연말까지 5G 네트워크 80% 확보”

새로운 통신세대에 맞게 새로운 요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요금체계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데이터 제공량에 따른 요금제 외에 5G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서비스당 요금을 받는 방식 등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5G 요금제는 LTE 요금제와 데이터 제공량만 달라졌을 뿐 대체로 유사한 형태다.

담당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소홀했다는 의견도 있다. 7월4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가 권한을 가진 과기정통부가 자체 분석을 하지 않고 부실하게 심의했다고 주장했다. 법적 기구가 아닌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통해 심의가 진행됐고,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를 별도 검증 없이 자문위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 직무 소홀 의혹을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과거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에서 통신정책을 연구했던 한 관계자는 “예전에 과기정통부는 이통사는 물론 시민단체와도 자주 만나 협의를 했다.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며 “지금 과기정통부는 문을 닫고 있는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이번 감사 청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과기정통부가 5G 요금제와 관련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 규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통사들은 연말까지 인구와 트래픽 기준으로 80%의 5G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연내에 7만 개 기지국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상반기 내 5만 개 이상, 연내 8만 개를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 연말이 돼야 5G 서비스가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끊김 없이 고감도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년 말이 돼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은 모빌리티 보고서를 통해 5G 가입자 수가 올해 연말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5G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24년이면 누적 기준 가입 19억 건을 돌파하며 LTE 가입자 수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올해 안에 5G 가입자가 300만 명은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국은 전 세계 증가 추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300만 명을 훨씬 더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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