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죽음에 갇힌 엄마와 딸·아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6 08: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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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락인의 사건추적] 2016년 대구 수성구 일가족 변사 사건

지난 2016년 9월13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는 빈자리를 주시했다. 류정민군(11)이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류군은 홈스쿨링을 진행하다 학교 측의 권유로 2학기부터 4학년으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부 발진 등을 이유로 조퇴와 결석이 잦았다. 9월9일부터는 무단으로 결석했다. 담임교사는 수차례 류군의 집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결국 학교 측은 경찰에 류군의 실종신고를 했다.

관할 대구 수성경찰서는 류군의 행적 파악에 나섰다. 류군이 살던 수성구 범물동의 아파트 현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인터폰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은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 일러스트 오상민
ⓒ 일러스트 오상민

어머니와 아들의 마지막 외출

엘리베이터 CCTV에서 9월15일 오후 5시쯤 류군이 어머니인 조아무개씨(52)와 외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은 아파트 인근 CCTV를 모두 뒤지며 류군과 어머니 조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두 사람은 외출 당일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타고 20여km 거리인 대구 서구 북부정류장으로 이동했고, 버스로 갈아탄 뒤 팔달교 주변에서 내리는 장면이 인근 상점 CCTV에 잡혔다. 이후 행적은 끊어졌다. 경찰은 팔달교를 중심으로 탐문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을 본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모자가 행방불명된 지 5일째인 9월20일 오후 3시20분쯤 경북 고령군 성산면 오곡리 고령대교와 달성보 사이 낙동강변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낚시꾼이 강변 5m 앞까지 밀려온 변사체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시신은 나무 조각과 풀에 뒤엉킨 채,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현장에 급파된 경찰은 강물에 표류하던 중년 여성의 시신을 확인했다. 시신은 퉁퉁 불어 있어 외형상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소지품 중에 신분증과 휴대전화가 있었다. 지문분석과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류정민군의 어머니 조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사망원인은 익사였고, 외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스스로 강물에 뛰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다음 날인 9월21일 유족에게 연락하기 위해 조씨가 살던 아파트에 찾아갔다. 여전히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은 조씨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판단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집 안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관리가 안 돼 있었고, 여기에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집 안을 둘러보던 경찰은 베란다 붙박이장에 눈이 쏠렸다. 안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는 표시라도 하듯 투명테이프가 요란하게 붙어 있었다. 테이프를 뜯어내고 문을 열자 예상치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그 안에는 라면상자 2배 정도 크기의 종이상자가 있었다.

상자를 열자 이불과 비닐에 싸인 백골 시신이 나왔다. 백골은 두툼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사망 당시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살점 하나 없이 완전히 썩은 상태였다. 시신 주변은 살이 썩어가면서 흘러내린 체액으로 얼룩져 있었다. 육안으로는 신원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경찰 과학수사팀은 뼛조각을 맞춘 후 골반뼈와 뼈의 상태를 보고 20대 여성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주변 탐문 결과 등을 종합해 시신의 주인은 이 집에 함께 살던 조씨의 딸 류아무개씨(26)로 결론을 내렸다. 2015년 겨울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따라 사망 시기도 이때쯤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별다른 외상 흔적은 없고 부패가 심해 사인 추정은 어렵다”는 소견을 냈다. 타살인지, 자살인지 아니면 병사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류씨는 왜 숨진 채 붙박이장에 유기된 것일까. 점점 의문은 쌓여갔다. 이 미스터리한 의문을 풀어줄 유일한 열쇠는 실종된 류정민군이 쥐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집 안을 살펴보다 식탁 위에서 이상한 봉투 하나를 발견한다.

겉봉에는 ‘유서’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은 “내가 죽거든 십자수, 색종이 접기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필적 확인 결과 류정민군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내용대로라면 모자의 외출은 동반자살을 위해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우선 류군을 찾는 게 시급했다. 경찰은 누나의 시신을 발견한 뒤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류군의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배포했다. 이어 헬기와 보트, 수색견까지 동원해 팔달교를 기점으로 낙동강 하류 방향으로 수색해 나갔다.

그렇게 13일이 지난 9월28일 오전 대구 달성군 낙동강 사문진교 하류 2km 지점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찾던 류정민군이었다. 각종 생활쓰레기와 뒤엉켜 있던 류군의 시신은 집에서 나온 옷차림 그대로 바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와 누나의 죽음에 대해 증언해 줄 마지막 목격자까지 시신으로 발견되자 경찰은 당황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외상은 없으며 부패 등으로 강물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부검만으로는 사인을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실종 전에 유서를 작성한 점, CCTV 분석 결과 조씨 곁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걸어간 점, 시신에 외상이 없는 점을 들어 류군이 어머니와 함께 동반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강물에 뛰어들어 사망한 상태에서 어머니의 시신은 고령군 쪽으로, 류군의 시신은 달성군 쪽으로 흘러가서 발견된 것으로 봤다.

2016년 9월28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 사문진교 인근에서 경찰과 소방 당국이 실종 초등학생 류정민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9월28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 사문진교 인근에서 경찰과 소방 당국이 실종 초등학생 류정민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붙박이장에 유기된 백골 시신

도대체 이들은 왜 무슨 이유로 이런 죽음을 맞이했던 것일까. 특히 딸인 류씨가 숨진 상태에서 붙박이장에 장기간 유기된 것에 의문이 증폭됐다. 경찰은 일가족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야만 했다. 이를 위해 주변을 집중 탐문했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학습지 교사였던 조씨는 결혼해 1남2녀를 낳았다. 2008년쯤 이혼하면서 둘째 딸은 전남편과 살고 나머지 자녀들은 조씨와 함께 범물동 아파트에서 살았다. 조씨는 이때부터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헤어진 남편과 둘째 딸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

함께 살던 자녀들의 학업도 중단시켰다. 딸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직장에도 다니지 않았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어쩌다 밖에 나와도 말없이 구석진 곳에 혼자 앉아서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대인관계를 전혀 맺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과 단절된 것은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정민군은 2013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에만 참석했을 뿐 그 뒤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조씨는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류군이 계속 결석하자 학교는 그해 6월 ‘정원 외 학생’으로 분류했다.

학교 측은 몇 차례 아이를 학교에 보낼 것을 권유했지만 조씨는 홈스쿨링을 고집했다. 그러던 2016년 1월 류군이 아동학대 의심 학생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다 큰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주민이 신고했다.

경찰이 아동 보호 전문기관과 함께 확인한 결과 집 안이 깨끗하고 아이에게 학대나 방임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거듭 류군의 등교를 요청했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조씨는 9월2일부터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 학력 이수 인정평가 결과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류군은 학령에 맞게 4학년에 배정됐다.

그러나 류군은 분리불안장애가 있었는지 어머니 조씨와 떨어져 있으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다 9월9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 것은 어머니 조씨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조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조회해 보니 한 달 발신통화가 3~4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여동생과 통화한 게 거의 전부였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과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조씨는 2011년 3월부터 이 아파트에 살았지만 아파트 주민들 중 조씨와 대화를 나눈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조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탐문수사에서도 일가족 죽음의 원인을 밝혀줄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조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3개월이 지난 2016년 12월23일, 조씨를 숨진 딸의 사체 은닉과 아들에 대한 승낙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사건을 검토한 뒤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결국 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아무것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채 미제로 남고 말았던 것이다.         

엄마는 왜 딸의 죽음을 숨겨야만 했을까

일가족 세 명의 사망 중 최대 의문은 딸이다. 정황상 어머니 조씨와 아들은 동반자살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모자가 이런 선택을 한 배경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여기에는 딸의 사망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숨진 류양에게는 지병이 없었고, 이와 관련한 병원 기록이 없어 병사했을 확률은 낮다. 이럴 경우 사인은 ‘자살’이나 ‘타살’ 둘 중 하나다.

부검 결과 뼈에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도의 외상은 없었다. 독극물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 설골이 절단돼 있었으나 뼈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디가 분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났고 시신이 백골 상태여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붙박이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통해 테이프에서 쪽지문을 검출했다. 조씨의 지문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다른 사람의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조씨 혼자 딸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정황이다.

그런데 조씨는 왜 딸의 사망을 외부에 알리거나 장례 절차를 밟지 않았을까. 대신 비닐과 이불로 꽁꽁 싸맨 뒤 종이상자에 넣어 치밀하게 유기했다. 타살이 아닌 이상 굳이 시신을 상자에 담아 붙박이장에 장기간 유기할 이유가 없었다. 딸의 죽음을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되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조씨가 아들과 동반자살을 감행한 시점도 석연치 않다. 조씨는 아들에 대해 홈스쿨링을 고집했지만 더 이상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게 됐다. 계속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조씨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연휴 이틀째인 추석날 함께 죽음을 선택했다. 아들이 학교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봐야 한다. 딸의 죽음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비밀을 아는 세 명 모두 사망하면서 이런 의문은 영원히 풀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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