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 “연상 배우와 진한 멜로물 찍고 싶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8 16: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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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첫 사극 영화 도전한 연기 장인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다. 이유는, 연기를 잘해서. 화면 밖의 모습은 의외다. 허당끼 많은 옆집 아저씨 같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 연기가 더 놀랍다. 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BS 수목극 《저스티스》의 막바지 촬영 중이고,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 감독 김주호, 제작 영화사 심플렉스) 개봉을 앞두고 홍보 중이다.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게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다. 극 중 손현주는 풍문조작단의 기획자 한명회를 연기한다. 한명회는 조선 최고의 실세로 세조를 왕위에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하늘의 뜻이 임금에게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조선 팔도의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 5인을 섭외하고 거대한 판을 기획한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근황부터 알려달라.

“드라마 《저스티스》 촬영이 한창이다. 다른 스케줄을 하면서도 짬짬이 대본을 읽고 있다.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좋다. 그래서 더 아쉽다. 후반부로 갈수록 촬영 일정에 쫓기다 보니 여유가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6회를 찍고 방송에 들어갔는데, 일정이 촉박하더라. 주 52시간제다 보니 환경은 좋아졌지만 방송 일정에 쫓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일도 일이지만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쁘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스템이 정착되는 과정에선 늘 잡음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배우를 포함한 전 스태프들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광대들》의 촬영 현장은 어땠나.

“부드러웠다. 다 친한 배우들이라 재미있었고, 편안했다. 개인적으로 조진웅과는 평소에도 안부를 묻고 만나는 사이다. 드라마 《솔약국집 사람들》에 같이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됐다. 영화는 드라마와 또 다르기 때문에 회식을 자주 했다. 주로 지방에서 촬영을 했던 터라 아침에 막걸리 회동을 많이 했다. 각 도의 막걸리를 섭렵했다. 가평의 잣막걸리를 좋아한다(웃음). 안주는 주로 편의점을 애용했다. 고백하건대 내가 편의점 마니아다. 편의점 메뉴 중에 끝내주는 술안주가 있는데, 진공 포장된 족발과 편육이다. 꼬들꼬들한 그 맛이 일품이다.”

건강은 괜찮나(웃음).

“그래서 전자담배를 피우고 소주보다 막걸리를 즐긴다. 막걸리가 여러모로 좋은 술이다. 밥 대용으로 먹어도 든든하다. 모든 술이 그렇지만 첫 잔이 그리 구수하고 시원하다. 작년 여름에 영화 촬영을 했는데, 그 계절에 시원한 막걸리, 누가 첫 잔을 안 비우겠는가. 사극이다 보니 분장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분장을 한 채로 며칠씩 지냈는데, 그 몰골로 그렇게 편의점에 가서 막걸리를 사왔다(웃음).”

후배들이 잘 따르는 선배 중 하나다.

“내가 즐거우면 그들도 즐겁지 않겠나. 스스로 젊게 산다고 자부하고, 외모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지 않나. 아닌가? 하하. 나이 차이 많은 후배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냥 친구 같은 생각이 든다. 세대 차이가 났다면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수 보아도 그렇다. 어른스러운 친구다. 오히려 내가 많이 배운다. 어떨 땐 그냥 나한테 반말을 해 줬으면 좋겠다. 하하. 혹시 보아 콘서트에 가본 적 있나?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 어떻게 작은 체구의 친구가 저 큰 무대를 꽉꽉 채우지? 특별 게스트도 없이 혼자 2시간을 뛰어다니는데, 대단하더라. 나는 후배들에게 늘 감동하고 배운다.”

전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평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조건 가는 편이다. 애초에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던 사람이라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최근엔 뮤지컬 고전극 《안나 카레니나》를 4번 정도 봤다. 감동이 대단했다. 김성령, 김상중, 안재욱이 출연하는 연극 《미저리》도 보고 싶다.”

공연을 보는 이유가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겠나. 자꾸 봐야 낯설지가 않다. 서서히 눈에 익숙해져야 스스로 어색하지 않고 친숙하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일부러 무대 위에 올라가보기도 한다. 중앙에 우두커니 서보기도 하고, 발성을 해 보기도 한다. 느낌이 굉장히 신선하다. 동시에 작아지는 기분도 든다. 예전엔 그렇게 많이 섰던 무대인데 작아지는 그 느낌은 뭘까. 다양한 느낌과 감정이 교차하는 곳이 무대다.”

29년간 연기를 했는데, 《광대들》이 생애 첫 사극 영화 출연이라고 들었다.

“데뷔 초창기에 4부작짜리 사극을 해 봤다. 1인 40역을 할 때다(웃음). 정식 사극은 처음이다. 그때의 아픔이 있었나 보다. 섭외가 와도 어떠한 이유를 대서라도 피했던 것 같다.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늘 사극 앞에서는 한심스러웠다.”

한데 이 작품은 선택했다. 그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이제 사극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 작품의 섭외가 들어왔고, 기존과는 다른 ‘한명회’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이 매력적이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들었던 김주호라는 감독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도 궁금했다. 그 안에 녹아 있는 내 모습도 궁금했다. 얼마 전에 사극 분장을 한 내 모습을 스크린으로 처음 봤는데, 어색하지 않더라. ‘잘 놀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주호 감독의 장점은 뭔가.

“시끄럽지 않고, 조곤조곤 할 말 다 하는 스타일이다(웃음). 현장에 가기 전 충분한 대화를 하지만 그럼에도 현장은 변수가 있다.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좋다. 설득하든 설득당하든 시끄럽지 않게 잘 푼다. 아닌 말로, 영화에 관해 나보다 전문가 아닌가. 배우들은 자기 영역에서 조금 넓혀 알 뿐이지, 감독보단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 수긍하는 편이다.”

‘연기 장인’ ‘연기 신’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른다.

“그저, 그 안에서 놀 뿐이다. 그 ‘안’은 ‘시나리오’다. 감독과 마음이 맞은 상태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왔다면 그 촬영장은 결국 내 세상인 것이다. 판 깔아준 그 세상 안에서 잘 놀면 된다. 그럼 그게 내 것이 되더라.”

애드리브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스타일인가.

“숨소리 정도만 애드리브로 왔다 갔다 하는 편이고, 그 외는 대본 그대로 연기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써준 대본 안에서 놀지 그 대본을 내 입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한데 그 대사 안에서 놀 수 있는 게 의외로 많다. 또 다른 습관 중 하나는, 대본을 통으로 보는 거다. 찢어서 들고 다니거나 자기 대사만 보는 후배들이 있는데, 나는 늘 후배들에게 통째로 들고 다니며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럼 흐름이 보인다. 통으로 대사를 외우게 되면 내 대사는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몇 년간의 행보를 보면 대부분 남자들 사이에서 연기를 했다. 멜로물, 도전 의사가 있나.

“한 번도 멜로를 해 본 적이 없다. 하물며 상대가 여자인 적도 거의 없었다. 지금 촬영 중인 《저스티스》나 《광대들》도 남자들 사이에서 촬영 중이다. 아, 영화 《더폰》에서 엄지원씨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데,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이라 실제로 같이 촬영한 건 두 번이다. 그래서 멜로를 해 보고 싶다. 한데 연상의 누님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고 남자는 남자다. 사랑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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