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가맹점주들 상대로 갑질했다” 공정위에 피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6 14: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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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례적으로 공정위 고소…본사, 일부 가맹점주와 무더기 소송

경기도 용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BBQ’ 가맹점을 운영했던 양아무개씨는 지난해 말 BBQ 가맹본부(BBQ)로부터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관련 업계에선 양씨가 지난해 1월부터 ‘전국 BBQ 가맹점사업자협의회’(점주협)에서 지도부로 활동해 온 것을 이유로 BBQ가 계약해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점주협은 필수 구매품목 최소화와 마진 공개 약속을 지켜줄 것을 BBQ 측에 요구해 왔다. 동시에 현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법)이 보장하는 ‘가맹점주 단체의 거래조건 협의’도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BBQ는 점주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BBQ가 1998년 자체적으로 만든 ‘BBQ동행위원회’를 가맹점주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제너시스BBQ 본사 ⓒ시사저널 포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제너시스BBQ 본사 ⓒ시사저널 포토

점주협 “말 안 듣는 점주 집중적으로 괴롭혀”

점주협에서 활동하는 가맹점주들은 “BBQ가 10년 계약갱신권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가맹법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10년이 지나면 계약연장을 위한 가맹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기자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법률상 계약해지 사유에 준하는 문제가 없다면 장기점포 가맹점의 갱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 올 4월에는 ‘즉시 해지 사유의 정비, 계약갱신 거절의 기준 구체화’를 골자로 한 가맹법 시행령을 개정·고시했다.

판촉활동의 주체와 비용 부과의 적법성을 놓고도 논란이다. 가맹점주들은 현재 “BBQ 본사가 전단지와 올리브오일 등 부자재를 밀어넣기 하는 것도 모자라, 지속적인 판촉물 강매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점포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BBQ는 “강압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으며 공정위 표준약관 규정을 성실히 지켰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점주협 소속 가맹점주들은 “점포환경 개선에 필요한 돈을 가맹주가 일방적으로 부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결국 공정위는 2018년 3월 “5명의 가맹점주에게 5억3200만을 지급하라”며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동시에 과징금 3억원을 본사에 부과했다. 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대법원마저 최종적으로 가맹점주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BBQ와 가맹점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점주협 소속 가맹점주들은 시사저널에 “회사의 일방적인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체행동조직을 결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단체행동의 결과는 참담했다. BBQ는 가맹계약을 근거로 해당 가맹점주와의 계약갱신을 거부했다. 생계가 걸렸기에 회사의 강압적 조치에 대다수 가맹점주는 꼬리를 내렸다. BBQ의 보복성 갑질은 계속돼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하던 점주협 공동의장 두 명을 비롯해 운영진 대부분은 계약갱신 거절로 문을 닫았다. 공개적으로 올리브오일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서울 A점은 회사가 제기한 민형사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또 BBQ는 영업비밀 누설·상표권 위반·영업방해·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일부 가맹주를 상대로 형사(5건)·민사소송(2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은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앞서 양씨에게 제기한 업무방해·신용훼손·명예훼손 형사소송도 검찰이 올 4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지만 BBQ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신청했다. 동시에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냈다.

점주협 소속 가맹점주들은 BBQ의 이러한 행위가 ‘가맹본사가 가맹점주의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가맹법(제14조의 2 제5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비롯해 경기도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BBQ에 중재 및 시정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기도는 6월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도내 점주의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등 보복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자 경기도가 가맹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청이 배표한 보도자료에는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 프랜차이즈는 BBQ였다. 보도자료에서 경기도는 “지방정부가 불공정행위를 지속적 감시·감독할 수 있는 조사권과 처분권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이 6월23일 치킨 프랜차이즈 갑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이 6월23일 치킨 프랜차이즈 갑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BBQ “법원, 계약갱신 거절 적법했다 판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동등한 관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허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공정위는 가맹점주의 대항력이 커지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소속 서보건 변호사는 “BBQ가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하면서 점주들의 단체활동이 위축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당한 주장마저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Q는 “10년 계약갱신 거절에 문제가 없다고 1, 2심 가처분소송 재판부가 이미 결정한 바”라면서 “경기도의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치킨 브랜드 BHC도 가맹점주와 갈등

또 다른 치킨 브랜드 BHC도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BHC는 점주협의회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1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형사소송의 경우 1심 재판부는 무혐의 판결했다. 점주 대표를 제외한 5명의 집행부 임원과 1명의 일반점주에게는 즉시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한 가맹점 관계자는 “1000명이 넘던 SNS 밴드 가입자 수가 800여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그마저도 소수만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본사의 계약갱신 거절을 다들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HC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BBQ와 비슷하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편의점 업체들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생협약을 맺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는 점주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BHC 관계자는 “신뢰가 중요한데 일부 가맹점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1500여 명의 다른 가맹점주와 브랜드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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