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중독’이 당신을 노린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9 10:00
  • 호수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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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염(禁鹽) 또는 절염(節鹽) 필요…하루 소금 섭취는 밥숟가락 1개 이하로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망 위험요인을 파악해 본 결과 1위는 고혈압으로 조사됐다. 고혈압이 흡연과 음주보다 사망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고혈압의 1등 공신은 나트륨 과다 섭취다. 우리는 나트륨을 주로 소금으로 섭취한다. 소금 섭취만 줄여도 금연할 때보다 사망률을 더 낮출 수 있다. 금연은 어렵지만 금염(禁鹽) 또는 절염(節鹽)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입원해 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저염식이 제공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의사 몰래 조미김이나 장조림 등 짠 음식을 가져다 먹는다. 소금 때문에 신장이 망가졌는데도 소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소금 중독 때문이다. 전문의들이 “사망원인으로서 소금 중독은 알코올 중독보다 비중이 더 크다”고 말할 정도로 과한 소금 섭취는 건강과 직결된다.

소금을 먹으면 단맛은 더 강해지고 음식에서 깊은 맛이 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쾌락물질을 분비한다. 이는 마약을 할 때 느끼는 쾌락과 같다. 이 때문에 짠 음식을 계속 찾는 소금 중독의 악순환에 빠진다. 소금을 먹지 않아도 금단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금을 중독 물질로 분류하지 않을 뿐이다.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와 호주 멜버른대학 공동 연구팀은 2011년 동물실험을 통해 소금 섭취와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소금 섭취 직전에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마약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일치하며 소금이 중독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WHO는 2025년까지 소금 섭취량을 30% 줄일 것을 권고했다. 소금의 과량 섭취가 100세 장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소금은 혈관질환·신장질환·위암 위험 높여

소금을 과하게 섭취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무엇보다 사망과 직결되는 뇌경색과 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 소금을 먹으면 혈액에 나트륨양이 증가해 우리 몸은 본래 농도를 유지하려고 주변의 수분을 혈관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짠 음식을 먹으면 물을 찾게 되는데 이 때문에 혈액량이 증가한다. 그러면 심장은 펌프질하느라 부담을 느끼고 혈관 벽은 터지지 않으려고 두꺼워지면서 혈압이 오른다. 이 고혈압이 생기면 뇌경색과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또 신장에도 부담을 주므로 만성 콩팥병에 걸릴 수 있다.

우리 몸에서 사용하고 남은 나트륨은 오줌과 땀으로 배출된다. 이때 뼈 형성에 필수 성분인 칼슘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 위험이 커진다. 특히 아이들에게 짠 음식을 주는 것은 키 성장을 막는 셈이다. 아이 키 성장 때문에 고민이라면 가장 먼저 소금 섭취량부터 줄여야 한다. (상자 기사 참조)

또 소금은 위벽을 자극해 위염을 일으킨다. 건강검진에서 흔히 발견하는 것이 위축성 위염인데 이는 위암 전 단계라고 할 만큼 위암과 관련이 있다.

이런 모든 건강상의 위험을 막는 방법은 소금 섭취량을 하루 5g(나트륨 2000mg)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소금에서 나트륨은 약 40%를 차지하므로 일반적으로 나트륨양에 2.5를 곱하면 소금양이 된다. WHO 하루 소금 권장량인 5g은 대충 밥숟가락 1개 분량이고 라면 한 개를 섭취하는 양이다. WHO는 소금 섭취를 권장량 이하로 줄이면 해마다 250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추산한다.

한국인은 김치, 젓갈, 국, 찌개 등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즐기는 문화여서 소금 섭취량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약 8g이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권고량보다 많은 수치이고 현실에서는 소금을 더 많이 먹는다. 아침에 식빵(소금양 0.2g), 점심에 짬뽕(10g), 저녁에 된장찌개(5g)를 먹는다면 하루 소금 권장량의 2배에 육박한다.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마시지 말아야

김규남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적절한 소금 섭취가 인체에 유익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WHO가 제시한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인 5g 이상을 섭취한다. 소금의 과잉 섭취는 궁극적으로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위암, 골다공증의 위험을 높인다. 이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선 음식에 소금을 넣어야 맛있다는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소금양을 약간 줄인다고 음식 재료 자체의 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혀의 미뢰가 소금이 적은 음식에 적응하면 음식 본래의 다양한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음식을 싱겁게 먹기 어렵다면 음식에서 소금을 줄이는 대신 식초나 레몬 등으로 신맛을 더하는 방법이 있다. 신맛은 짠맛을 강화하므로 적은 양의 소금을 넣어도 입맛에 맞는 간을 맞출 수 있다. 맛이 너무 싱거워 식욕까지 잃을 정도라면 음식 종류에 따라 고춧가루, 마늘, 파, 후추, 레몬즙, 매실청, 겨자, 카레 등을 대신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음식에 감미료나 양념을 적게 넣는 것도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감미료나 양념이 많은 음식은 소금을 많이 넣어도 그렇게 짜지 않기 때문에 소금을 계속 넣게 된다. 소금은 음식의 단맛과 감칠맛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때 혀는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으로 간을 맞추다 보면 생각보다 소금을 많이 넣게 된다. 소금 간이 필요하다면 조리 후에 음식을 먹을 때 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이 소금을 주로 섭취하는 대표적인 음식은 김치나 된장이다. 이들 음식은 건강에 이로운 면이 있으므로 전혀 먹지 않는 것보다 조금 적게 먹는 게 좋다. 찌개나 국은 소금 대신 멸치, 양파, 다시마, 새우, 표고버섯 등으로 간을 맞추는 방법도 있다. 또 이런 국물 음식을 먹을 때는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마시지 않는 것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습관이다.

무엇보다 음식 재료를 살 때 영양 표시를 보고 나트륨양이 적은 것을 고를 필요가 있다. 영양 표시에 구연산나트륨 등 ㅇㅇㅇ나트륨으로 표기된 성분도 소금의 일종이다.

나트륨은 땀과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평소 물을 많이 자주 마시면 염분 배출에 도움이 된다. 칼륨도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감자, 우유, 콩류, 양배추, 미역, 귤, 버섯 등이 칼륨이 풍부한 음식이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저나트륨 소금을 찾기도 한다. 저나트륨 소금이라고 안심하고 더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2009년 동물실험을 통해 일반 소금(정제염)이나 저나트륨 소금이나 많이 먹으면 혈압을 올리기는 마찬가지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해서 일부러 천일염을 물에 타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특히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린 후 일부러 소금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소금기가 피부에 생길 정도로 땀을 흘렸더라도 추가로 소금을 먹을 필요는 없고 추가로 섭취할 정도로 우리 몸에 미네랄이 부족하지 않다.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건강에 이롭다는 기능성 소금이 시중에 많다. 그러나 특정 소금이 건강에 좋다고 검증된 바는 없다. 어떤 소금을 먹느냐보다 소금 섭취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소금 섭취를 줄이면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 나트륨이 없으면 혈압이 떨어지고 쇼크 반응도 생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나트륨 부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소금을 적게 먹는 것이 오히려 어렵기 때문이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하루 소금양은 약 2g인데 이 정도는 소금을 전혀 넣지 않은 밥, 상추, 토마토 등 자연식품만 먹어도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아이 키 성장이 고민이라면 소금부터 줄여라

성장기 어린이를 둔 부모는 아이 키 성장에 관심이 많다. 특히 또래보다 키가 작다 싶으면 아이에게 우유나 멸치 등 뼈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인다. 이들 식품에는 뼈 성장에 필수 성분인 칼슘이 풍부하다. 그런데 이들 식품과 함께 짠 음식도 자주 먹이면 아이의 키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아이가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사용하고 남은 나트륨이 오줌과 땀으로 배출된다. 이때 칼슘을 끌고 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더에 있는 성조지병원은 2000년 소금이 어린이 칼슘 대사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성인기까지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또 소금 섭취가 100씩 증가할 때마다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슘은 약 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약 1%씩 뼈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다이어트까지 하는 여자아이들은 칼슘 결핍까지 생겨 뼈 건강이 더 위험해진다.

2015년 기준 국내 어린이·청소년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2세 3g, 3~5세 5g, 6~11세 7g, 12~18세 10g 등으로 이미 15세 이상의 충분 섭취량 3g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충분 섭취량은 소금을 이 정도만 섭취해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이상이 없다는 의미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성인에게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 5g 이하라는 기준보다도 많다.

라면 1개에 약 5g, 햄버거 1개에 약 1.7g의 소금이 있다. 아이들에게 햄버거, 라면, 치킨 등 염분이 많은 음식을 주는 것은 아이 키 성장을 막는 행동이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 이동훈 원장은 “인도 칼슘처럼 뼈 성장에 필수 성분이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패스트푸드에는 인이 많은데 섭취 후 쓰고 남은 인이 배출될 때 칼슘을 끌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국제건강단체인 ‘소금과 건강을 위한 세계 행동(WASH)’은 “소금 과다 섭취는 성인에게 고혈압을 일으키듯이 어린이들도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오른다. 장기적으로 골다공증,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위암, 비만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아이 키 성장이 고민이라면 소금 섭취량부터 줄이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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