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 속 보복카드 주고받는 美-中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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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국 대사 초치해 보복대응 경고
美, 화웨이 인사 비자제한하며 추가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 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 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내놓은 '홍콩 특별대우 박탈'이 현실화 했다. 각종 무역과 세제 등 경제혜택을 내려놔야 하는 홍콩에선 벌써부터 세계적 기업들의 '탈홍콩' 조짐이 감지되며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강력한 보복으로 응수하겠다고 경고했고, 미국은 화웨이 인사들의 비자제한 제재를 부과하며 추가 대응에 나섰다.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베이징에서 테리 브랜스태드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미국의 홍콩 제재에 대해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정쩌광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홍콩 보안법을 악의적으로 헐뜯고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취소했으며 중국의 기관과 개인에 대해 제재를 위협했다"면서 "이는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으로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관련 기관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필요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관심은 홍콩 인민의 '민주'나 '자유'가 아니라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억제하려는 것으로 이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면서 "미국은 홍콩 자치법안과 행정 명령을 시행하지 말고 내정 간섭을 하지 말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 대사 초치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중 미국 대사 초치를 공개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 연합뉴스
주중 미국 대사 초치를 공개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 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이 시행되고 미국의 특별대우 박탈이 공식화 되자 다른 나라로 이전을 준비하는 기업과 시민들의 이민 문의가 급증하며 홍콩은 큰 혼란에 빠졌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홍콩보안법으로 홍콩 내 취재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면서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주홍콩 미국 상공회의소가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등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0%가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홍콩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동방일보는 해외 이민 컨설팅 업체에 상담을 요청하는 시민들이 3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달 홍콩 경찰이 발급하는 '양민증'(良民證)으로 불리는 무범죄 기록 증명서를 발급한 건수는 2782건으로 전월보다 63% 급증했다. 양민증은 주로 해외 이민을 준비할 때 갖추는 서류 중 하나다.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도 지난해보다 70% 가량 급증하는 등 이민과 유학을 통한 탈홍콩 움직임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경고에 아랑곳 않고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조치를 즉각 이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각)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 인사들이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며 비자 제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이 소유한 앱 '틱톡' 금지 여부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인의 정보가 중국 공산당 수중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검토를 진행중"이라며 "미국인의 정보가 중국공산당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일련의 결정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종식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에도 서명했다. 이날 행정명령 및 제재법안 서명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른 후속 보복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명령 서명에 대해 "홍콩은 이제 본토 중국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없고 특별한 경제적 대우도 없고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는 박탈됐다. 홍콩은 더이상 자유 시장들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홍콩을 떠날 것으로 나는 의심해 마지않는다"고 주장했다.

홍콩 시민들이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진을 벌이며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 모여들자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한 여성을 제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진을 벌이며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 모여들자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성조기를 들고 있는 한 여성을 제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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