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일상이었다” 박원순 피해자의 추가 폭로…반성 없었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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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측 “서울시 비서실이 ‘기쁨조’ 역할 강요”
미투 이후 성폭력 매뉴얼 강화했지만 작동 안 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고소한 피해자 측이 추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은 시청 비서실 여직원들이 박 시장의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요구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피해 여성의 인사이동 요청을 묵살하는 등 성 비위를 방조해왔다고 폭로했다. 피해자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을 뒤흔든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서울시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 처리 제도를 강화했지만 정작 시장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16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실과 비서실은 일상적인 성차별로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고 폭로했다.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비서실 여직원의 주요 업무이고, 그런 업무가 평가와 교체 여부에도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피해자 지원단체는 서울시 비서실이 피해자에게 가한 ‘일상적 성차별’의 사례를 공개했다. 박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옆에 있으면 더 빨리 뛴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주말 새벽에 출근하도록 요구하거나, 샤워하러 들어간 박 전 시장에게 새 속옷을 갖다주는 것을 강요하거나, 낮잠을 자는 시장을 깨우는 것을 남자 수행비서가 아닌 여성비서에게 요구한 것 등이다.

지원단체는 비서실뿐만 아니라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던 다른 여성 공무원들의 피해 사례도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회식 때마다 노래방 가서 허리 감기, 어깨동무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 준다며 택시 안에서 일방적으로 뽀뽀하고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하며 다리 만지기 등 피해가 일상적으로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원단체는 서울시가 성폭력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성폭력 사안이 발생해 검찰이 기소할 경우 엄중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으나, 올해 4월에 있던 행정직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서울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이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으나, 서울시는 해당 비서관 인사 조치를 미루다가 나중에서야 직위 해제 조치를 내렸다. 

서울시는 2018년 3월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강화했다. 박 시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었다. 피해자가 여성권익담당관이나 인권담당관에게 신고를 하면, 서울시장 지휘를 받지 않는 시민인권보호관이 30일 이내 조사를 마무리한 뒤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2차 가해를 ‘신분상 불이익’ ‘집단 따돌림’ 등으로 분명히 정의했으며 1차 가해에 준해 징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뉴얼은 피해자 앞에서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지원단체는 “서울시는 인권침해 신고 처리와 성폭력 사안 등에 대해서 어느 지자체나 공공기관보다 앞서 있는 정책과 매뉴얼 등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라면서도 “‘말할 수 없었던’ 피해와 성폭력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향해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 자료를 확보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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