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매 둘러싼 창녕군의 ‘부적절 행정’ 논란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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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 마스크 28만5000장 구매하면서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여부 확인조차 안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군민에게 마스크를 배포한 경남 창녕군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전 판매 승인받지 않은 유통업체 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마스크 유통 과정에서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지자체가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가 지난 2월 군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 대군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창녕군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가 지난 2월 군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 대군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창녕군

20일 식약처 등에 따르면, 창녕군은 지난 4월 24일 의약외품 제조업체인 ‘에이치디메디스’ 등 20여 곳이 만든 보건용 마스크(KF94) 28만5000장을 경남 김해의 A 마스크 판매업체로부터 7억1250만원에 구매했다. 

창녕군은 사흘 후인 4월 27일부터 이 마스크를 군민 1인당 5장씩 배포했는데, A 업체는 이 마스크 중 27만954장에 대해 식약처의 사전 판매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당시 A 업체는 식약처에 창녕군 판매 예정 마스크 28만5000장에 대한 사전 판매 승인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그 중 일부인 1만4046장만 판매 승인했다. 식약처가 창녕지역 기초생활수급자 2909명, 차상위계층 1525명, 사회복지시설 거주자 248명 등 모두 4682명에게 3장씩 나눠줄 수 있는 물량만 승인한 것이다. 

하지만 A 업체는 식약처의 사전 판매 승인을 받지 않은 마스크 27만954장을 창녕군에 판매했고, 창녕군은 이를 군민들에게 고스란히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A 업체가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어기고 마스크 판매한 것은 법령 위반 소지가 높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6일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식약처 신고·승인이 필요한 마스크 거래 기준 등을 공고했다. 공적판매 마스크 외에 마스크를 1만 장 이상 판매하는 판매업자는 식약처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골자였다. 판매업자가 이 조치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벌칙을 정했다. 또 정부는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식약처·공정위·국세청·관세청·경찰청·지자체로 구성된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한다고 했다. 

전직 경남 김해시의원인 김아무개 A 업체 대표이사는 “28만5000장 전량에 대해 식약처에 사전 판매 승인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로부터 일부만 승인 받았다”며 “창녕군과 체결한 계약을 이행해야 했기 때문에 27만954장은 1만 장 이하로 분할 납품했다”고 털어놨다. 

마스크 구입에 급급한 나머지 판매업자의 긴급수급조정조치 준수 여부를 챙기지 못한 창녕군의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창녕군은 지난 5월 15일 ‘창녕군, 민·관의 합심으로 마스크 대란 극복’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마스크를) 배부해 군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왔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정부와 합동단속을 실시해야 할 창녕군은 어찌된 영문인지 마스크 판매업자의 식약처 사전 판매 승인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창녕군 마스크 구매 책임자였던 김아무개 사무관은 “마스크 유통에 관한 부분은 (행정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며 “창녕군은 당시 제품 사양 등 규격과 갯수만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마스크 판매업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창녕군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미련 창녕군의원은 “창녕군이 당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하지만 판매업자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 준수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에서 판매업자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 미준수 사례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원서부경찰서는 지난 3월 11일 식약처 사전 판매 승인없이 하루 1만 장의 마스크를 유통한 혐의(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 유통업체 외국인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 외국인은 마스크 생산업체로부터 마스크 26만장을 구입한 뒤 1만 장을 판매했지만, 식약처에 별도로 사전 판매 승인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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