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과 IT 묶은 새로운 생태계 온다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30 08: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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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영업 생존 전략은 이것

전염병과 경제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기간만큼 경제는 후퇴한다는 뜻이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은 심각하게 나타난다. 다음은 KB국민은행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19가 6개월간 지속되면 자영업 매출은 20~30% 감소한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3개월째인 4월 매출액은 서울이 전년 대비 -15% 하락했고, 제주도는 -23%까지 추락했다. 이렇게 되면 매출 하위 20~30%는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간 지속되면 경기는 U자형 회복을 하지만 자영업은 최고 -38%까지 추락할 수 있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고정비가 들어가는 자영업 특성상 회복기간까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달이 어려운 로드숍(Road shop) 업종의 경우 하위 40~50%까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 거리 ⓒ시사저널 박정훈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 거리 ⓒ시사저널 박정훈

정형화된 자영업종만으로는 한계

팬데믹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경기는 L자형으로 장기불황을 맞게 되고, 혁신하지 못한 자영업종은 폐업해야 한다. 중위값 이하는 최저임금 수준보다 못한 한계소득 아래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업자는 상위 30% 이상을 제외하고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재난지원금 같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가정 아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것이다.

통상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득격차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보자.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자영업자들은 중산층이었다. 그러나 저성장기를 겪으면서 구중산층으로 전락했다. 말이 구중산층이지 중하층 계급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실제로 2019년도 일본의 자영업자 연평균 소득은 303만 엔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평균소득은 상위 30% 이내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하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장기불황으로 드러난 4계급 중 제3계급에 속하는 중소기업 근로자(370만 엔)보다도 소득이 낮다. 앞으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일본의 자영업 비율은 12.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일본의 두 배 수준인 24%나 되는 만큼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이 거의 확실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자영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업태별로 대응 방법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우선 음식업은 드라이브 스루 혹은 워킹 스루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도입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분류할 수 있는 71개 음식업종 중 커피, 제과점, 치킨 등 불과 12~13개 업종에서만 전환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들 업종의 상당수는 워킹 스루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최근 스타벅스도 캐나다의 1600여 점포 가운데 200여 곳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인도어(Indoor) 테이블을 치우고 픽업(Pickup) 스토어, 즉 워킹 스루 모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팬데믹 상태이던 지난 4월 매출이 63%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워킹 스루 등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지 못하는 쌈밥, 매운탕, 불고기와 같은 음식업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쉽지 않겠지만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예약제로 운영해야 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 로봇을 빠르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소매업에서는 로드숍 시대가 가고 온라인 시장이 주류로 올라섰다. 따라서 인터넷 가게를 열거나 오픈마켓을 활용하는 등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써야 한다. 인터넷 가게는 독자적으로 개발해도 되지만 네이버가 제공하는 스마트 스토어를 무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오픈마켓은 소규모 소매업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중개몰, 즉 온라인 장터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쿠팡, 인터파크, 11번가, G마켓 등이 있다.

앞으로 소매업은 더욱 빠른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R코드나 RFID 기술을 활용한 자동결제 방식에다 비콘, NFC, IoT 기술을 통한 원격 구매 시스템 등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와 MR 기술을 활용한 가상쇼핑 빌보드도 선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소규모 입지 소매점은 온라인몰과의 상생모델인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 즉,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서비스 정도로 명맥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업태는 서비스업이 될 것이다. 대부분 대면 서비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해외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사례로 헬스클럽을 보자.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펠로톤(Peloton)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집에서 탈 수 있는 인도어 사이클링 구독 서비스로 인기가 높다.

잠깐 비즈니스 모델을 깊게 들여다보자. 우선 메인 스튜디오에서 트레이너가 사이클을 탄다. 이 영상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구독자 가정으로 연결된다. 구독자들은 이 트레이너와 동시에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사실 이 정도 서비스는 우리나라에도 많다. 하지만 다음 서비스가 차별화 요소다.

지난 6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 고용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 고용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야

단순히 트레이너와 구독자가 함께 타는 것을 넘어 구독자끼리 연결해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마치 스크린 골프장에서 원격으로 게임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더 나아가 운동 중 흘린 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 줄 날도 머지않았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요가, 명상, 유산소운동 등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예측에서 느꼈겠지만 정형화된 자영업종만으로는 한계상황이 왔다. 이제는 전혀 다른 업종인 IT를 묶어 진화해야 한다. 이런 혁신 없이는 이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방역은 생명을 지키는 데 선제적 수단이다. 그러나 방역이 완성됐다고 해서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만 기댈 게 아니라 하루빨리 혁신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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