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옮기는 통합당의 운명은…‘왕기’ 받을 수 있을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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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2년 만에 여의도 복귀
여의도 둘러싼 정당의 흥망성쇠

미래통합당이 2년 만에 서울 여의도로 당사를 옮긴다. 직접 매입을 기준으로 하면 16년 만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에 ‘왕의 기운’이라도 있는 걸까. 당사 위치별 정치권의 흥망성쇠를 짚어봤다.

미래통합당이 매입한 새 당사 ⓒ네이버지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매입한 새 당사 ⓒ네이버지도·연합뉴스

국회와 가까우면 ‘흥’하고 멀면 ‘쇠’한다

통합당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의도 국회 앞에 중앙당 당사를 마련했다”며 “국회와의 업무 접근성, 언론인의 취재여건, 경영 합리화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새로 이사하게 되는 곳은 과거 통합당 서울시당이 있었던 여의도 남중빌딩이다. 매입가는 400억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통합당에서 배출한 3명의 대통령은 모두 여의도에서 탄생했다.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 당시 민자당의 당사는 국회 앞 극동VIP빌딩이었으며,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는 여의도 한양빌딩을 당사로 사용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당세가 기울거나 당에 문제가 생기면 당사를 여의도 밖으로 옮겼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차떼기 파동’을 겪으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찾아오자 당시 한나라당은 여의도 당사를 매각했다. 이후 2004년 강서구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기고 3년간 있었다. 또 박 전 대통령 탄핵과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당시 자유한국당은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곳에서 쇄신하겠다”며 영등포 당사로 이전했다.

과거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왼쪽)와 자유한국당 영등포 당사 ⓒ 연합뉴스
과거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왼쪽)와 자유한국당 영등포 당사 ⓒ 연합뉴스

민주당에서도 3명의 대통령이 모두 여의도 당사에서 배출됐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시절 1995년 여의도 한양빌딩 매입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에도 여의도 당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후 2004년 열린우리당 당시 영등포로 당사를 옮겼다가 2016년 여의도로 돌아온 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한편 통합당은 당사 매입 사실을 밝히며 “2004년 여의도 천막당사에서 풍찬노숙을 시작한 지 16년 만에 전국의 330만 당원 동지의 염원을 담아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산실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8월 새 당사로 입주할 계획이며 이에 맞춰 당명도 개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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