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집값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2 08: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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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급”

대한민국은 지금 ‘부동산 카오스’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4일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고강도 후속조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시장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야당은 의석수 열세를 이유로 정부·여당의 독주를 비판하기만 할 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국민은 혼란스럽다. 부동산 보유(임대인-임차인), 거주 지역(강남-비(非)강남, 서울-비(非)서울) 등에 따라 여론이 극명하게 쪼개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여당이 ‘1가구 1주택 실거주 시대’에 대한 확신을 국민들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어차피 부동산 가격은 뛸 것이기 때문에 정부 대책만 믿고 있으면 ‘나만 바보가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89년 창립 이후 부동산 문제에 천착해 왔다. 경실련과 시사저널은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1989~2019년의 부동산 실태를 기획보도하기도 했다(2019년 10월28일자 ‘임금 46년 모아야 강남 아파트 산다’ 기사 참조). 이에 따르면, 30년간 임금은 5.5배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강남 아파트 가격은 20배 폭등했다. 부동산 가격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 경실련은 청와대 참모진-21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실태를 고발하고, 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현황 등을 공개하면서 부동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저격수’로 불린다.

8·4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 만난 김 본부장의 첫마디는 “(8·4대책으로) 집값이 잡힐 것 같나?”라는 물음이었다. 그는 “오히려 투기를 조장해 집값 상승만 부추길 뿐”이라고 스스로 답변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권”이라면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8·4대책이 발표됐다. 서울 권역을 중심으로 ‘26만2000호+α’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졸속 대책에 불과하다. 서울 집값이 뛰는 것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2018년 기준) 주택 수는 1999만 채인 데 반해 주택 소유자는 1299만 명에 그쳤다. 700만 채는 다주택자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상위 1%로 한정하면 1인당 7채를 가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듯이 ‘1가구 1주택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 채를 시장에 내놓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 폐지, 재벌법인 토지 보유세 강화, 분양가 상한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투기근절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 9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이 집을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은 저렴한 공공주택밖에 없다.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전체 집값의 거품 역시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8·4대책에서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일부(약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공기업과 건설업계의 먹잇감일 뿐이다. 이는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며 결국 집값 폭등을 또다시 유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기업이 땅장사를 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과 건설업계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기업은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강제수용권, 독점개발권, 용도변경권 등 특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은 강제수용한 토지임에도 원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민간업자에게 택지를 매각하거나 소비자에게 주택을 분양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판교 신도시 개발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그린벨트까지 파괴해 가며 판교 신도시 개발에 나섰다. (경실련이) 정부가 공개한 개발비용을 토대로 산정한 조성원가는 평당 530만원이다. 그러나 당시 토지공사는 평당 1270만원에 민간에 되팔았고, 주택공사는 평당 1210만원에 바가지 분양을 했다.

이와 같은 ‘장사’를 통해 공기업은 6조1000억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는 ‘1000억원의 수익만 남기고 시민과 입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개발하겠다’고 서면으로 경실련과 시민에게 공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공기업도 장사다. 장사는 10배를 남길 수도 있다’는 인식은 문재인 정부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공기업의 땅장사를 막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나.

“공기업의 장사를 막고,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 말 그대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때 실제로 반값 아파트가 현실화된 적이 있다.

오 전 시장은 토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하지 않고,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했다. 지금은 어떤가. 오 전 시장 때 3억5000만원에 분양됐던 아파트 옆에는 문재인 정부가 지은 7억~8억원 하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 정권 말인 2007년에 법개정이 됐을 뿐 시행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졌고, 2014년 결국 폐지됐다. 이 때문에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철저히 시행하면서 반값 아파트를 대거 공급했고, 이로 인해 민간 아파트가 미분양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집값 상승 곡선이 꺾였다. 현재 경실련은 LH와 SH를 상대로 원가 공개 소송 중이다. 1심에서 승소했지만, (LH와 SH는) 공개하지 않고 항소한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월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월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연합뉴스

8·4대책에서 공공재건축도 언급됐는데.

“정부는 L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 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향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할 방침인데, 아주 미흡한 수준이다. 공공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이익 환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경실련 분석 결과, 세운재개발 사업에서 토지주에게는 3조6000억원, 민간사업자에게는 5000억원의 막대한 불로소득이 돌아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상가세입자 대다수는 재정착하지 못한 채 내쫓겼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임대차 3법에 따라 세입자는 최소 4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받고, 갱신 시 임대료도 직전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된다. 여기에 보증금 의무보증제 도입이 시급하다. 전세든 월세든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임대보증금 보호제도(전세권 설정, 확정일자 설정 등을 통한 최우선변제, 우선변제권)는 보장금액의 비현실성, 절차의 복잡성, 비싼 등기비용, 임대인의 비협조 등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서울 지역의 경우, 보증금 1억1000만원 이하는 3700만원을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강력 추진하고 있는데.

(행정수도 이전은) 뜬금없다. 집값을 잡을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갑자기 ‘천도’를 운운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강 변에 늘어선 아파트단지를 보며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했다. 그래놓고 8·4대책에서 아파트를 50층까지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까지 옮기자고 해 놓고, 수도권 주택공급으로 수도권 집중을 유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수도권 인구는 2600만 명으로 전국의 50%를 넘어섰다. 면적은 전국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88% 면적의 지방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따라서 수도 이전은 국토균형개발의 큰 그림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 정부는 수도 이전에 앞서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구체적 이행 로드맵과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은 필요하지만, 이를 빌미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묵인하거나 공급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규제를 유지하는 게 우선돼야 하고, 그 후에 행정수도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전월세신고법이 8월4일 국회를 통과하며 이른바 ‘임대차 3법’ 입법이 완료된 가운데 8월6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아파트 매물 정보가 비어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전월세신고법이 8월4일 국회를 통과하며 이른바 ‘임대차 3법’ 입법이 완료된 가운데 8월6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아파트 매물 정보가 비어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경실련과 정부는 아파트 가격 산정부터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경실련은 KB 주택가격 동향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 3년 동안(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전체 집값이 5억3000만원에서 7억1000만원(34% 상승)으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중 아파트 값은 6억1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52% 뛰며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값이 14% 올랐다고 하고, 또 김현미 장관은 11%라고 했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아파트 값 통계 근거 제시를 요구하는 공개질의를 했으나, 국토교통부는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 값이 11% 오르는 데 그쳤다면, 문재인 정부는 왜 23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020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하며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65.5%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 분석 결과, 2019년 거래된 고가 빌딩의 2020년 시세반영률은 40.7%, 서울시 자치구별 25개 표준지 아파트의 2020년 현실화율은 33%에 불과했다. 국내 최고가 필지인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의 경우, 국토교통부 발표에 3.3㎡당 6억원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인근 필지들은 이미 2018년부터 3.3㎡당 10억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통계 조작은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통계 근거를 국민에게 공개해야만 한다. 가장 먼저 공시지가를 2배 이상 인상해야만 한다.”

여당의 부동산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권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죽으면 다른 산업도 침체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애초부터 부동산 가격을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서민을 위한다며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업계와 투기세력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김현미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 당시 투기적 가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지 공급 부족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을 번복해 공급 확대책을 주도하고 있다.

경실련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장관의 경질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 나갈 역량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래통합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부동산 가격을 잡은 경험이 있다. 대안 없는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이때의 경험을 살려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경실련이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후분양제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주택업자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주택을 다 짓고 판매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을 잡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투기세력을 막는 것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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