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메시지 실장으로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박 실장은 당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대표의 대국민 및 대언론 메시지를 가다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이번 당대표 수락 연설문은 박 실장의 작품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 고통은 얼마간 더 커질 것입니다. 실업자는 늘고,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약 10초간 정적) 고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 화제가 됐다.
박 실장은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30년 경력의 언론인이다. 지난 2월 경향신문 사장 선거에 나서 17표 차이로 낙선했다. 올해 6월까지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서 기명칼럼을 썼다.
이 대표와 인연은 박 실장이 정치부 일선 기자로 일하던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시절 그 대변인을 맡았는데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취재하던 박 실장과 자주 마주쳤다고 한다. 이후 여권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린우리당과 그렇지 않은 민주당으로 갈라지고 이 대표가 민주당을 선택했을 때 박 실장이 민주당 출입기자로서 이 대표를 취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실장 영입은 이 대표 주변에선 의외 또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총리 시절부터 이 대표의 연설문을 담당한 이제이 보좌관이 이 대표 메시지를 총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실장을 등용한 건 변화를 주고 싶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에도 기자 출신을 자신의 비서실장(차관급)으로 기용한 바 있는데, 그만큼 기자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향신문 노조가 편집국장을 지낸 박래용 전 논설위원의 더불어민주당행에 유감을 표했다.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메시지실을 신설하고 실장에 박 전 논설위원을 임명했다”며 “조합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편집국장, 논설위원, 사장 후보까지 역임한 막중한 중량감을 고려하면 경향신문이 추구해온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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