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 화석 주인은 ‘코리스토데라’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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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4족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
발자국 화석으로는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확인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발견된 동물 화석의 주인공은 약 1억 년 전 활동한 수생 파충류로 나타났다. 2018년 울산 울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인근 암반에서 발견된 4족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은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활동한 파충류 ‘코리스토데라(Choristodera)’로 밝혀졌다. 코리스토데라 발자국 화석이 확인된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다.

‘노바페스 울산엔시스’ 발자국 화석ⓒ문화재청
‘노바페스 울산엔시스’ 발자국 화석ⓒ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코리스토데라는 1억 7400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중기에 출현해 1600만 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전기에 멸종한 수생 파충류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발자국 화석이 처음 보고됐지만, 매우 불완전한 2개의 발자국으로 앞발과 뒷발을 식별하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반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확인된 것은 보존 상태가 뛰어난 18개의 발자국(앞, 뒷발자국의 평균 길이는 각각 2.94cm, 9.88cm)이 하나의 보행렬로 발견됐다.

조사지역 항공사진. 발자국 화석(a)과 반구대 암각화(b) 위치ⓒ문화재청
조사지역 항공사진. 발자국 화석(a)과 반구대 암각화(b) 위치ⓒ문화재청

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4족 보행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들(공룡, 익룡, 거북, 악어, 도마뱀과 기타 포유동물의 발자국 화석)과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다.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코리스토데라의 보행 특성과 행동 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화석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에 발견된 코리스토데라 발자국은 화석이 발견된 울산의 지역명을 넣어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로 명명됐다. ‘울산에서 발견된 새로운 발자국’이라는 뜻이다.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를 남긴 코리스토데라는 앞뒤 발가락이 5개에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몸길이는 약 90에서 100cm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뒷발에는 물갈퀴가 있어 물에서도 잘 적응해 살았던 것으로 보이며, 보행 특성은 공룡이나 도마뱀과는 달리 악어처럼 반직립한 걸음걸이로 다녔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노바페스 울산엔시스’ 발자국 화석을 남긴 코리스토데라 복원도ⓒ국립문화재연구소
‘노바페스 울산엔시스’ 발자국 화석을 남긴 코리스토데라 복원도ⓒ국립문화재연구소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 중생대에는 공룡·익룡·새·도마뱀·악어·거북·포유류 등의 척추동물들과 함께 새로운 수생 파충류 ‘코리스토데라’가 서식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일원은 탁월한 가치를 가진 문화유산 외에도 빼어난 자연경관과 중생대의 공룡·새·수생 파충류 화석 등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공존하고 있는 복합유산 지역임이 증명된 셈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일원의 자연유산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내년에 공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는 중국의 전기 백악기 지층에서 보고된 골격화석 ‘몬쥬로수쿠스’의 발 골격구조와 형태 및 크기가 일치하고 있어 유사한 종류의 코리스토데라가 남긴 발자국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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