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김종인이 독주·독단? 당내 다수 의견 아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2 14: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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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명·당색 탈바꿈 주도한 김수민 국민의힘 홍보본부장
"김종인-안철수 정치적 관계 발전 가능성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변화를 위한 몸부림 중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취임 이후 100일간 무너진 당을 쇄신하기 위해 쉴 틈 없이 고삐를 당겼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단연 당의 간판인 당명과 당색을 바꾼 일이었다. ‘당’자로 끝나지 않는 당명과 빨강·노랑·파랑이 모두 담긴 최초의 삼원색 당색은 공개 직후 세간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 당색과 관련해 당내 여러 진통을 겪어야 했지만, 좀체 당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 시도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 작업을 주도한 인물은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 출신 김수민 홍보본부장(35)이었다. 지난 6월 김종인 위원장에 의해 발탁된 김 본부장은 단단히 굳어버린 당의 올드하고 고루한 이미지를 깨트려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나부터 우리 당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최악이었다. 선거를 뛰면서도 ‘젊은 후보가 뛰는 성장 가능한 정당’이 아닌, ‘고루한 정당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뛰는 젊은 후보’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제품으로 비유하면 굉장히 사양은 좋은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못했던 제품이랄까. 질 좋은 정책과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의원이 많은데 그렇지 못한 소수의 의원과 사건들이 정부·여당의 선동 등에 의해 과잉 조명됐다. 그걸 당이 적절한 타이밍에 바로잡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홍보의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임명 후 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진 합격점이란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더불어민주당-’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 등 그가 만든 회의장 백드롭(배경 현수막) 메시지는 회의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최고령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정당이 이전보다 더 젊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김 본부장의 역할이 크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여당의 당명 비판, 유치한 반응”

처음 당색을 선보인 9월14일 국회에서 만난 김수민 본부장은 “특정 정치 이념을 설명하기 위해 특정한 색을 사용하는 건 이제 너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라며 삼원색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판에서 그동안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피아 식별을 하기 위한 도구로 특정 색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갈라서는 도저히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이미 다수의 미디어 브랜드들은 더 이상 특정한 색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표현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정당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의 설명이다.

앞서 바꾼 새 당명에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굉장한 개념적 변화를 이뤄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자유·민주·정의는 정치 공급자인 정치인들에 의해 정해져 전달된 이름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제껏 정치의 소비자로 취급됐던 국민을 정치의 생산자로 바꿔낸 당명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여론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는 “평소 악플까지 전부 읽어보는 스타일이다. 그중 참고할 얘기들을 찾는다. 당명 변경에 있어 당 안에서보다 바깥에서 더 활발하게 반응들이 나왔다는 데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반면에 여권에서 나온 비판에 대해선 “‘일본식 표기법’이라고 한 손혜원 전 의원이나 과거 자신이 참여한 시민단체 이름과 같다는 정청래 의원 등의 평가가 다 유치한 반응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현재 민주당의 홍보 방식에 대해선 “주목도나 그 안에서 나오는 발언의 양질을 떠나, 어쨌든 최대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국민에게 다가가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는 좋다고 본다. 민주당의 홍보가 잘못됐다고 얘기하기엔 지금 우리 당이 안 하고 있는 게 더 많다”고 평가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연합뉴스  

“김종인-안철수 정치적 관계, 발전 가능”

김수민 본부장에 따르면, 홍보본부장 임명 후 3개월여간 그가 내온 여러 아이디어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답변은 전부 ‘오케이’였다. “김 위원장님은 홍보국이 자유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고 계신다. 특히 당이 젊은 세대에게 소구할 수 있는 이미지로 변화하는 데 갈급함이 있으시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시도와 노력을 높게 평가해 주신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그는 “이 일을 하기 전까진 서로 단 한마디도 나눠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분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여러 고정관념이 상당히 많이 깨졌다”면서 “우리 당을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갖고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줄을 세우면 김 위원장은 매우 젊은 쪽에 위치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와 달리, 당내에선 김 위원장의 독단적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쏙쏙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독주·독단이라고 생각할 만한 일이 최근에 있었나 의문이 든다. 근거리에서 그와 합을 맞추고 있는 나로서는, 최소한 홍보 영역에 있어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을 운영하고 변화시키는 데 서로 우선순위가 달라 비판하는 분들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건 결코 당내 다수의 생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4·15 총선 전 바른미래당에서 현재의 당에 입당한 김 본부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의해 2016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안철수계’ 인사 중 한 명이다. 현재 꾸준하게 거론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본부장은 “지금 정치 상황에서 두 당이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이 공통점들이 더 많이 발견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두 당이 향후 함께할 가능성에 대해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 자당의 서울시장 후보 등으로 안철수 대표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데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최근 들어 우리 당 자체에서 내년 재보궐이나 차기 대선에 아주 좋은 후보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강하게 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총선 참패 후 위원장직을 수락하고 한두 달 당을 재정비하면서 우리 당이 생각보다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정당으로 변모해 나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자꾸 다른 당 얘기를 먼저 꺼내니, 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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