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산분석] 내 땅 옆에 길 내고, 농지에 집 짓고…의원들의 ‘문제적’ 땅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1 16:00
  • 호수 16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덕흠 의원, 공시지가보다 4배 비싸게 팔아
송언석 의원, 본인 소유 토지 인근 국도 확장 사업 예산 확보

209만7800㎡. 평수로는 약 63만5000평. 21대 국회의원(본인·배우자·직계가족)이 소유한 전국 땅의 규모다. 의원 300명 가운데 보유한 토지를 신고한 이는 155명에 이른다. 일반 대지부터 임야·전·답·묘지 등 용도는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는 자신의 단독 명의로 15만9000㎡(4만8000평)의 토지를 갖고 있는 의원도 있으며, 토지 재산만 강남 아파트 10여 채 값인 210억원대에 이르는 이도 있다.

올 3월과 8월에 각각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신고액 기준 토지 재산이 많은 의원 상위 10명 중 9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위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으로 보유한 서울 송파구 대지 1710㎡(520평) 가격만 200억원에 달했다. 자신 및 배우자 명의로 된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찾아가 살펴보니, 8차선 대로를 끼고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은행, 식당 등이 3~7층 규모 건물 3채에 나란히 입주해 있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소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건물 ⓒ시사저널 임준선

편법 활용해 수억원 시세차익 누려

단순히 재산이 많은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보유 토지를 활용해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례로 박 의원의 배우자 최아무개씨는 15년 이상 갖고 있던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와 구만리 일대 땅 32만㎡를 지난해 9월 한꺼번에 팔았다. 최씨는 2006년 가시오가피 농장을 만들겠다며 땅을 샀지만 정작 그 이후에는 골프장 건립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수년간 마찰을 빚었다.

문제의 땅을 최근 일제히 판 데 대해 지역에선 ‘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느꼈을 것’ ‘땅을 새로 매입한 업체들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박 의원 측은 “약 10년 전 땅을 내놓았는데 이제야 팔린 것”이라며 “오히려 그동안 대출을 받으면서 들인 비용과 인건비 등을 따지면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올 3월 재산 신고 내역과 등기부등본 등을 검토한 결과, 최씨는 약 12억원인 공시지가보다 4배 이상 높은 52억원에 토지들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대금은 박 의원과 배우자 최씨의 예금으로 들어갔다. 이러한 시세차익에 박 의원 측은 “현재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공시지가 공개 시점 등에 의해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10여 년 전 땅을 샀을 때 실거래가는 지금보다 더 비쌌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배우자 최씨가 해당 토지를 구입한 시기와 현재 공시지가를 비교해 본 결과, 거의 모든 토지가 매입 당시 최소 절반에서 최대 10분의 1가량 더 쌌다. 따라서 토지 매입 당시 거래가보다 되레 손해를 보고 팔았다는 해명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농지로 취득한 땅에 다세대주택을 지어 지역을 떠들썩하게 한 경우도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정아무개씨는 2004년 당시 지인과 공동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던 인천 계양구 다남동 논밭 3500여㎡를 샀다. 당시 공시지가 기준, 정씨는 약 2억5000만원을 들여 해당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벼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취득한 후 그린벨트에서 해제되자 해당 토지에 54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 건축을 추진했다. 전답 등 농지를 매입할 경우 농지경영계획서를 제출해 취득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후 마음대로 용도변경을 하거나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씨의 주택 건축 의지는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피하고자 18세대씩 쪼개기 건축을 계획하기도 했다. 생활하수 처리 시설과 소방도로조차 만들 수 없는 곳에 무리하게 주택을 지으려 한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정씨는 이를 무마하고자 인근에 도로를 냈다. 건축법 강화로 최종 18세대만 완공돼 분양한 이듬해인 2017년 정씨는 해당 토지를 팔았다.

2018년 유 의원의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해당 토지 매도금은 9억4000만원이었다. 유 의원은 이를 자신의 채무 상환에 썼다. 현재 배우자 정씨가 소유한 다남동 일대 토지는 주민 민원으로 만들었던 도로들만 남아 있다. 유 의원 측은 시사저널에 “해당 땅을 문제없이 모두 매도한 상태며 현재 주민들과 어떠한 분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지로 취득한 땅을 다른 용도로 활용해 시세차익을 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 발전이 곧 의원 소유 땅값 상승 요인?

국회의원으로서 갖는 높은 정보 접근성과 영향력을 이용해 혜택을 얻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 또한 발견됐다. 바로 ‘이해충돌’ 문제다. 다량의 토지를 소유한 의원이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하거나, 자신의 토지 인근에 역·산업단지 등을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서는 모습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국도가 지나는 경북 김천시 구성면 일대에 1만8000㎡(약 5400평)가량의 토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국도는 20대 국회 때부터 송 의원이 줄곧 강조해 온 국도 3호선 확장사업에 해당하는 곳이다. 2018년 송 의원은 관련 사업비 265억원을 따냈다며 이를 자신의 대표 치적으로 홍보했다. 해당 토지는 국도 진입로와 인접해 향후 인구 유입에 따른 땅값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다. 이러한 의혹에 송 의원은 “오래전 부친 때부터 갖고 있던 토지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예정된 사업을 추진했을 뿐”이라며 사익 추구와 무관함을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 역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충남 천안시 직산읍 토지 인근에 부지 33만㎡에 이르는 직산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이 결정돼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직산 도시첨단산단은 오랜 기간 지역의 최대 숙원사업이었기에 박 의원 역시 지난 총선 공약에 단지 조성을 포함하는 등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산업단지 부지와 박 의원 소유 땅은 직선거리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에 박 의원 측은 시사저널에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땅이며,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땅값의 변동이 없었다”면서 “(소유 토지와 단지 간) 물리적·심리적 거리도 그리 가깝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박덕흠 의원은 2015년부터 6년간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재산을 73억원가량 늘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이 기간, 강남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꼽는 ‘부동산 3법’ 찬성표를 던져 수십억원의 이득을 본 것을 두고, 상식선의 재산 증식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 의원은 “잘못이 없다”면서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상임위를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겼다.

의원들의 이번 재산 공개 이후 국회 주변과 시민단체에선 이해충돌방지법을 바꿔 의원들의 부동산 역시 주식과 같이 엄격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9, 20대 국회 때에 이어 이번에도 관련 입법 추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줄곧 계류돼 있다가 끝내 폐기된 것처럼, 이번 국회에서도 법 적용 당사자인 의원들이 적극 추진해 법안이 쉽게 통과될 거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