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 교체 등 ‘김종인 vs 反김종인’ 힘겨루기 예고
  • 김도형 아주경제 기자·구민주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2 14: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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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원장 의사 결정 방식에 불만 속출
국민의힘 헤게모니 싸움, 이제부터 시작

국민의힘 내부가 심상찮다. 지난 정강·정책 개정 당시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움트던 불만들이 당명 변경 등의 과정에서 좀 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선적 의사 결정에 대한 비판인데,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주도권 다툼의 성격이 짙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김 위원장 측과 ‘공정한 관리자’ 역할을 바라는 중진들 간에 파열음이 생기는 중이다. 당내에선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갈등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불만의 핵심은 김 위원장의 의사 결정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첫머리에 배치했다. 의사 결정은 빠르게 이뤄졌다. 결정에 대해 당시 의원총회에서 반발이 거세게 나왔지만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한마디로 정리됐다. 김 위원장의 뜻이 대부분 관철된 것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9월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인 당무가 이뤄져야 할 의총에서 의원들과 ‘협의’를 하지 않는다. 비대위 자체도 당의 대표기구라기보다, 일종의 태스크포스(TF)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충분한 의견수렴도 안 된 상태에서 불쑥불쑥 이뤄진다.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기준대로 품평 후 ‘나를 따르라’ 식”

중진들은 김종인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이 서울·부산시장 보선 공천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당내엔 김 위원장이 특정인을 민다는 식의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주로 거론되는 인물은 윤희숙(서울 서초갑), 박수영(부산 남갑) 등 초선 의원인데, 각각 서울·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9월14일 윤 의원을 높게 평가하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빗대기도 했다. 최근엔 김선동 사무총장 얘기도 나온다. 기존 후보들을 평가절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접근 방식이 문제다. 누가 (자신으로부터) 낙점이 됐다는 식의 태도가 깔려 있다”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그리고 대선후보를 자기가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강한 거 같다”고 했다. 이어 “후보는 우리 ‘당’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특정인은 되고 특정인은 안 되고, 자신의 기준으로 정하고 그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식이다. 그러니 넓은 공감대를 만들기 힘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갈등이 가장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지점 중 하나는 ‘안철수 연대(혹은 합당)론’이다. 김 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치적 연대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2011년 청춘콘서트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고, 2015년엔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만류하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당시엔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은 없다. 김 위원장은 가까운 인사들에게 안 대표를 ‘정치적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수차례 겪어본 만큼 별다른 효용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인데, 반면에 당내에선 안 대표와의 연대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9월14일 “(안 대표와의 합당은)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보기에 따라 합친다고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당내 혼란을 야기한다”며 “당분간은 국민의힘의 역량을 확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합당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에 안 대표와의 연대를 주장해 온 주호영 원내대표는 바로 다음 날 “정치는 가급적 통합하고 연대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에서 김 위원장과 가장 크게 각을 세우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자기의 생각과 이념에 맞지 않으면 배척하겠다는 것 아니냐. 우리가 반드시 연대해야 할 대상인 안철수를 자기가 관심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며 “그런 게 독선이 아니면 뭐가 독선이겠나”라고 저격했다. 김 위원장이 경선을 흥행시킬 수 있는 룰을 만들기보단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품평’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권영세 의원은 통화에서 “이랬다저랬다 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출마 뜻을 나타낸 서병수 의원 역시 한 라디오에서 “당이 좀 정비가 됐으니 이제 경선 룰이 정해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재촉했다.

 

‘친김’으로 원외 당협위원장 물갈이 가능성

김 위원장이 초선을 띄우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 103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58명, 56%에 이른다. 당내 별다른 기반이 없는 김 위원장이 초선 의원들을 우군으로 삼아 당 장악력 확대를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은 관련된 질문에 “내가 중진이라 그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당을 화합시켜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소외시키고 ‘나를 따르라’ 식”이라며 “(김 위원장) 자기가 빛나는 게 아니라 선수가 빛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불협화음은 현재 진행 중인 당무 감사를 계기로 전면에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박근혜 비대위’ 당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를 당무 감사위원장에 임명했다. 김 위원장이 이 위원장을 내세워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일부 강성 원외 당협위원장을 정리하고 ‘극우 선긋기’를 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또는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서울·부산시장 경선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 중진 의원들과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

통상 총선 직후엔 당무 감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한 원외 위원장은 “총선이 끝난 지 4~5개월밖에 안 됐는데 뭘로 감사를 하나. 원외 위원장들은 화가 잔뜩 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지금 감사를 한다는 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김 위원장의 속내다. 김 위원장의 부인에도 이러한 의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욕심 혹은 소명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보궐선거를 바탕으로 대선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가져가겠다는 것. 한 비대위원은 “김종인의 이름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 어떤 사람을 세워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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