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인터뷰] “민주당, 조국 사태 이후로 변한 게 없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2 08: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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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흑서’로 돌아온 ‘진보 저격수’ 진중권
“민주당, 법적 잣대 뒤에 숨어 도덕적·정치적 책임 회피”

지난해 벌어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진보진영에 가장 날카로운 ‘저격수’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6월 이후 다시 한번 시사저널 독자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나왔다. 바로 얼마 전 발간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이른바 ‘조국 흑서’다. 조국 사태를 조망한 일명 ‘조국 백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제작된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9월14일 시사저널과 만난 진 전 교수는 여전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조국 사태 이후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여전히 법적 잣대만을 들이대며 도의적·정치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기소된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놓고 모든 지지자가 그쪽만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그는 이낙연 당 대표 체제를 구축한 민주당의 앞날에 대해 “여전히 이해찬 전 대표가 수렴청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586 운동권 세력이 득세한 민주당 내에서 중도 성향이 강한 이낙연 대표가 나설 공간은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 내 586 기득권 세력이 이 대표를 흔들 것”이라며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사태에서도 소위 ‘완장파’들이 나서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최근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꾼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외부의 뇌’를 이식한 효과를 조금씩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대선주자급 인사를 당 외부에서만 수혈하려 할 것이 아니라 당 내부에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내에서 일고 있는 ‘김종인 대망론’에 대해서는 “본인도 생각이 없는 것 같고, 가망이 있는 계획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선 시점이 돼서는 뛰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분여 동안 진행된 진 전 교수와의 인터뷰는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시사저널TV》로도 공개된다. 진 전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여야 정당에 대한 평가, 대선 전망, 정치권 내 이슈 등으로 나눠 정리했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추미애·윤미향 사태

“민주당, 모든 것을 ‘음모’로 치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특혜 의혹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제보자들의 기억에 부분적 오류나 사소한 오해가 있지만 실체적 진실은 제보자들의 말이 맞다고 본다. 추 장관과 민주당 쪽에서는 이것을 적법·위법 프레임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 사안에 따른 도덕적·윤리적·정치적 책임은 모두 다 없애는 전략이다.”

추 장관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데.

“추 장관 측에서는 관여한 적 없다고 하지만, 모든 의혹은 추 장관의 존재를 빼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전체적인 의혹을 본다면 권력형 비리라고 본다. 재미있는 점은 본인들은 이것을 비리라고 생각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 측은 “법적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조국 때와 마찬가지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논리다. 사실 이 사안은 법적으로는 힘들 수 있다. ‘밑에서 알아서 처리한’ 형식을 빌렸기 때문에 법적 증거를 잡기 어렵다. 거기에 적용할 법도 마땅치 않다. 기껏해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정도다. 그렇다 보니 추 장관과 민주당 쪽에서는 ‘위법이냐, 불법이냐’는 잣대를 들이대고 거기에서만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본인만 빠져나가면 모든 것이 다 ‘기레기들의 음모’ 내지는 ‘정치권의 음모’라며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윤리적인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과 같은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법무부는 특히 한 나라의 정의를 관장하는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다. ‘추 장관이 이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추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러나야 한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는 도청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거짓 해명을 했기 때문이다.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그냥 넘어간다면 한 사회의 공직 윤리가 망가지게 된다. 사회를 유지하는 데는 법만이 아니라 ‘윤리’도 필요하다. 이 ‘공직 윤리’라는 것을 얘기해야 하는데, 이 거대한 영역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당의 경우 “없는 얘기를 야당이 꾸며내고 있다”는 입장인데.

“여당 의원들도 국민의 대표다. 추 장관이나 추 장관 아들에게 세비를 받는 것이 아니다. 국민한테 세비를 받지 않나. 이것이 공직 윤리의 문제라고 한다면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더 강력하게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 보면 추 장관 편들어주기에 열중하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정국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조국 때나 윤미향 의원 때와 마찬가지다. 소위 ‘꼬리 자르기’는 안 하는 대신에 아무 잘못도 없다는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온 국민을 거기로 몰아가고 있다.”

윤미향 의원도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됐다.

“원칙적으로는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이 사안은 혐의가 상당히 중하다. ‘강요미수’로 기소된 채널A 기자도 구속되는 상황에서 죄질이 더 나쁜데 불구속 기소가 됐다는 점은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윤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보나.

“당연하다. 기소가 됐고,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윤 의원을 잘라내고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 깔끔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꼬리 자르기’가 안 된다. 앞서 말했듯 ‘꼬리 자르기’는 안 하고 대신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아직도 윤 의원의 무죄를 강하게 믿고 있고, 혐의 자체도 검찰의 횡포로 생각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 체제’ 구축한 민주당

“민주당 ‘이낙연 체제’ 쉽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이해찬 전 대표의 수렴청정”이란 표현을 썼던데.

“다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내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현실이 그렇다. 민주당을 장악한 사람들은 586세대들이다. 나머지 의원들 같은 경우에는 약간 공무원 같다. 관료주의 사회 공무원처럼 의원 자리 보존하는 것을 최고로 알고 있어서 자기 목소리조차도 함구한다. 친문 세력이 장악한 것이다. 반면에 이낙연 대표 같은 경우에는 소위 ‘정통 라인’이 아니다. 다만 친문 진영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무너지다 보니 ‘플랜B’가 없었던 것이다.”

이른바 ‘조국 프로젝트’가 무위에 그치면서 이낙연 대표 체제가 구축됐다는 것인가.

“맞다. 플랜B 역할을 할 사람이 김경수 경남지사 정도인데, 아직 재판도 안 끝난 상태다. 그다음인 김두관 의원은 좀 약하다. 그렇다 보니 마지못해 ‘이낙연 체제’를 인정해 준 것이다.”

김경수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생기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것이 저들(친문 세력)이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솔루션일 것이다. 어느 주자가 되더라도 지난 정권과는 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데, 훗날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김경수 지사가 가장 안심되는 PK(부산·경남) 출신의 친문·친노 인사다”

이른바 ‘친문 적자에 의한 정권 재창출’인가.

“맞다. 사실 그래서 ‘이낙연 체제’에 대해서도 처음에 걱정했다. 저 사람들(친문 세력)이 이 대표를 흔들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속마음이 지금 드러난 것이다. 이 대표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점잖은 사람임에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더 큰 불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지사 같은 경우에는 친문 세력과 한 번 붙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한 측면이 있다 보니 김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그쪽으로 확 달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황희 의원이나 정청래 의원, 김종민 의원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었는데.

“‘완장파’들이 있지 않나.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들을 막 했는데, 이들은 콘크리트 지지층만 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이 대표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거기에 머물러 있지는 않고 전체를 보기 때문에 발언을 자제시켰지만 통하지 않았다. 다음 날 이해찬 전 대표가 나와서 오더를 내린 것이다. ‘추미애를 지키라’라고 말이다. 그러니 결국 이 대표도 따라가게 되지 않나.”

이낙연 대표는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을까.

“차별화가 힘들 것으로 본다. 이재명 지사조차 결국은 추 장관을 옹호하지 않나. 당 자체가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친문에 의해 장악돼 있기 때문에 일단 자신들이 대권주자가 되려면 그들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최고위원을 보면 죄다 친문 일색이다. 결국 민주당의 사실상 상왕은 이해찬 전 대표가 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지 않나.

“현재 여권 대선주자 2명(이낙연·이재명)에 대해서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 대권주자로서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추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짜증이 났지만, 두 명 모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장점들이 있나.

“이 대표는 총리 시절부터 험한 말들도 잘 받아넘겼다.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모든 걸 무난하게 넘어가고 모든 것에 엄중하게 침묵하는 것은 단점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지사 같은 경우에는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가 아주 뛰어나다. 정책적 상상력도 좋고 아이디어가 많다. 하지만 약간 포퓰리즘적이다. 대통령은 도지사와 또 다른 자리라 모든 국민을 아울러야 한다. ‘갈라치기 리더십’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재능과 장점들을 살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반등할 수 있을까

“‘보수 집권 플랜’ 만들어낼 수 있어야”

‘김종인 체제’가 100일을 넘겼다.

“최소한 ‘빨갱이’란 얘기 없이 설득력 있게 자신들의 입장을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소위 ‘수구꼴통스러운’ 모습에서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얼마나 저항을 뚫고 아래까지 제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결정할 것 같다.”

당의 체질을 바꿔내야 한다는 얘기인가.

“야당으로서 여당을 견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국민에게 줄 수 있느냐다.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대선을 신경 쓰지 말고 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국민은 일단 인물로 평가하게 될 텐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안에서 누군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자꾸 외부에서 데려오려고 하지 말고 시스템 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야 한다. 제대로 된 경선판이 만들어진다면, 누군가 감춰졌던 재능들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 구심점이라는 것은 결국 차기 주자다. 차기 주자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시화된다면 상황이 확 달라질 수도 있다.”

이른바 ‘김종인 대망론’도 나왔었는데.

“그 부분은 가능성이 낮다. 김 위원장이 나이도 있을뿐더러 본인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가망이 있는 계획도 아니라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세력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 586세대도 ‘꼰대’가 되지 않았나. 이제 보수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20대·30대를 잡아야 한다. 조국 전 장관이 ‘진보 집권 플랜’을 썼듯이 보수는 ‘보수 집권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탈바꿈해야 한다’는 말의 연장선상인가.

“그렇다. 보수는 여전히 이데올로기가 없다. 과거의 보수는 극우 반공주의와 자유 지상주의, 시장 만능주의, 권위주의 등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것으로는 안 된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소위 ‘아스팔트 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변화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아직까지 그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왜냐하면 대개 수도권 의원들은 여론에 민감하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하지만 현재 수도권 의원들은 거의 다 낙선했다. 분명히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을 텐데 저항을 어떻게 꺾어내느냐가 문제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내지는 합당 가능성도 나오는데.

“안철수 대표가 대선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다음 대선판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 쪽에 뛰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형식이든 국민의힘과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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