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대 제안 없었지만, 文 심판 위해 힘 합쳐야”
  • 송창섭·이원석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4 10:33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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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년 재보선 앞두고 주가 오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정부가 진짜 ‘문제’인 정부다”

21대 총선 직전인 지난 4월8일 충남 금산-대전에서 진행된 마라톤 유세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야기다. 한국 정치사에서 안 대표는 좀 특이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역과 이념에 기반한 정치를 배격한다. 그렇기에 반대편에 있는 세력들은 “총론에선 딱히 틀린 말이 없지만, 현실정치에서 볼 때 딱히 맞는 말도 없다”고 혹평한다. 그런데도 확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우리 정치판에서 확실한 ‘빠(지지세력)’ 없이 8년간 살아남았다.

독일·미국에서 연수를 끝마치고 1월19일 귀국한 안 대표는 올해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귀국 후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을 뛰쳐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한 그는 사상 첫 국토 종단 마라톤 유세를 선택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대구로 내려가 의료진과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봉사하던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 하지만 실제 총선에선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안철수의 정치인생도 끝났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사저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사저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우리와 치열하게 혁신 경쟁하자”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주가가 오르고 있다.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라는 큰 선거에 직접 나서본 그의 경험은 야권엔 분명 큰 자산이다. 의석수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안 대표를 향해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반(反)김종인계’ 선두주자인 장제원 의원은 자신이 주도한 포럼의 강사로 초청했다.

안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가 정치에 입문한 지 만 8년이 되기 딱 하루 전인 9월18일 있었다. ‘국민의당’ 대표인 안철수는 ‘국민의힘’과 손잡을 것인가.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또다시 안 대표를 주목한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시사저널에 “내년 재보선(출마)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국민의힘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것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폭정에 맞서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전까지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후 안 대표는 올 초 펴낸 책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를 취재진에게 선물하면서 “유럽에서 직접 목격하고 생각한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썼는데, 맨 마지막 문장 하나를 쓰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은 “미래는 피하고 싶은데도 다가오는 두려움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의 생각으로 만드는 가능성이며 희망이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였다.

최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인 국민들의 키워드는 독선·불공정·오만 등으로 요약된다. 안 대표 역시 평가가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내 친문세력과 잠시나마 정당 생활을 함께 해 봤기에 그는 오히려 지금의 문제를 일찍부터 제기해 왔다. 이른바 올 초 SNS에서 화제를 모은 ‘안철수 3대 예언’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대선 때 그는 유세 현장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전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 3년 내내 싸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우리 편만 쓰니 아주 무능한 정부가 될 것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세상에서 가장 뒤처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우려는 일정 부분 현실이 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사저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사저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금 여권의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어떤 점을 가장 지적하고 싶은가.

“현 정부가 ‘문제’인 정부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문제인 정부다(웃음). 크게 무능·위선·비상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남들한테 적용했던 원칙을 정작 자기들한텐 적용 안 하고 있지 않나. 정의를 수호해야 할 임무를 가진 법무부 장관에 지난번 조국, 이번에 추미애 장관을 뽑으면서 오히려 정의를 파괴하고 있다. 옛날에 그런 말이 있지 않았나.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한다고. 지금은 정상의 비정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추 장관 논란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이 해임시키든지. 봐주기 없이 철저히 수사하는 게 이번에 마음에 상처받은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예전에 함께 정당 활동을 할 때도 이런 문제를 예상했나.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해 달라.

“평가보다 이런 점을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선 인재를 골고루 쓰시라고 말하고 싶다. 협치도 해야 한다. 혹시 무조건 여당에 협력하는 정치를 협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유럽의 국가 지도자들은 항상 미래 담론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한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과거 분열의 이야기만 되풀이해서 되겠는가.”

안 대표는 안랩을 창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료인이었다. 1980년부터 2년간 단국대 의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최근 ‘조국 흑서’라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공동집필한 서민 단국대 교수와는 같은 서울대 의대,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 출신이다. 대학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서 교수는 9월20일 유튜브 ‘안철수 채널’에 출연해 “국민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은 기생충과 같다”며 “기생충은 숙주인 사람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데, 이번 정부는 기생충보다 훨씬 못한 짓을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철수연구소(안랩 전신) 시절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안 대표도 이 자리에서 “정치 바이러스는 훨씬 심각하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V4, V5를 만들어야겠다”면서 “나는 팔자가 바이러스를 잡을 팔자”라며 함께 여권을 성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사저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사저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국민적 비호감 줄여야 산다”

취임 100일을 넘긴 국민의힘 김종인 체제를 향해서는 선의의 경쟁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한 국민적 비호감부터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혁신 경쟁밖에 답이 없다. 우리 국민의당은 의원수는 적지만 던지는 담론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야당끼리 혁신 경쟁하는 게 지금으로선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민의힘 당명 교체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내일이면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만 8년이 된다. 지난 8년간 한길로 갔던 것이 실용정치의 길이다. 제1야당이 당명에 ‘국민’이란 단어를 썼다는 건 내가 간 길이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만 김종인 위원장이 과거 새누리당·민주당 비대위 때 당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종인 위원장도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긍정적으로 보나.

“직접 조사가 많고 응답률이 높은 한국갤럽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아직도 20%가 안 된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비호감을 벗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해 본 적이 없고, 고려할 때도 아니다. 지금 두 당이 따로 후보를 내도, 반대로 연대를 해도 선거에서 진다. 야권에 대한 비호감도가 여전히 높다. 당장 10월 국정감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당들은 내년 재보선에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갖는 사람은 출마 희망자와 언론뿐이다. 아마 정치권은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고민에 들어갈 것이다.”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는가.

“혁신 경쟁을 하면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생긴다.”

지지자들 중엔 안 대표가 또다시 거대 야당에 흡수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생각해 본 적 없다(웃음). 그런데 그 전에 분명히 할 것은 지금 정부·여당을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절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힘을 기르면서 정말 고민해야 될 시기가 왔을 때 ‘어떤 것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데 최선인가’, 저는 그걸 판단할 것이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갈 생각인가.

“고민해 본 적 없다. 전혀 없다.”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될까.

“선거는 그때 돼보고 판단해야지, ‘지금부터 미리 뭘 어떻게 하겠다’ 이런 건 없다. 그리고 장제원 의원 포럼에 나가 강연하게 됐는데, 그건 두 달 전에 요청받은 것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간 게 아니다. 저쪽(국민의힘)에서 부탁한 것이다. 난 가만히 있었다.”

안 대표는 합당·연대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소통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몇 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도덕적으로 정부·여당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것을 주문했다. 막말·성추행·부정부패가 없는 정당을 만들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과 같은 고강도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여권을 뛰어넘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패거리 정치도 국민의힘이 뛰어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바른미래당의 ‘영·호남 중도 통합’ 실험 아쉬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바른미래당 실험은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옛 국민의당 의원들을 향해 지역패권주의라며 자신이 만든 당을 뛰쳐나와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 전 의원과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세웠다. 하지만 여기서도 다시 탈당하면서 그의 중도 실험은 만 2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그는 “역사적으로 영·호남이 손잡는 것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잇따른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결과적으로 아쉽게 끝났다”면서 “의도는 좋았지만, 시기가 참 불운했던 게 바로 바른미래당”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새정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고 공익봉사라는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그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앞으로 자신이 바꿔야 할 새정치의 거대한 적임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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