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인터뷰] “기본소득이 퍼주기? 지금은 너무 안 퍼줘서 문제”
  • 송창섭‧구민주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8 14: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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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2위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
“난 좌파 아냐, 질서‧합의 중시”

7월1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재명 경기지사의 머리색은 백발에 가까웠다. 평소 자주 염색했기에 대중은 그의 머리색이 원래 이런지도 몰랐다. 정치적 운명을 가를 선고를 앞두고 염색조차 하지 않는 것에서 이미 마음을 비운 듯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무죄 취지 파기환송. 대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커다란 고비를 넘겼는데도 머리색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이 지사가 추석 연휴를 끝마치고 작은 변신(?)을 시도했다. 연휴 직후인 10월5일 경기도청에서 만난 이 지사는 “이발하고 왔는데 미용사가 물어보지도 않고 이렇게(연한 자주색) 염색했다”며 쑥스러워했다. 포털사이트를 뒤져보니 바이올렛 색(연한 자주색)은 이상과 현실을 일치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인정받고 싶을 때 많이 쓴다는 설명이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 도정(道政)부터 대한민국 미래 비전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이 지사와의 대담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어 2시간가량 이어졌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효과, 미래 어젠다가 이끌고 강한 팬덤이 밀고

이 지사는 현재 우리 정가에서 이단아이자 승부사 기질이 엿보이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강한 팬덤(Fandom)이 만들어진 것은 당연하다. 지지층(손가락혁명군)의 결집력만 놓고 보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못지않다.

여기에 이 지사는 묘한 매력을 하나 더 갖고 있다. 리더 자신이 미래 어젠다(의제)를 제시하는 데 적극적이다. ‘대중경제학’을 주창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중요시한다. ‘기본소득’ 논란이 여야를 넘나드는 의제로 떠오른 데는 이 지사의 공이 컸다. 이 외에 기본주택·기본대출·지역화폐 등은 모두 이 지사가 선점한 정책 이슈다. 너무 앞서 나가서 그런지 그에게는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그는 현안에 대해 에둘러 말하지 않고 돌직구로 자신의 뜻을 설명한다.

또 미사여구가 붙은 화려한 말보다 서민들이 가장 쉽게 이해하는 용어를 쓰길 좋아한다. 내용도 간결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자 “대통령이 양지를 찾아다니면 국민들은 음지에서 고생한다”고 한 것이나 “왼손이 하는 걸 마구 자랑해야 오른손이 따라 한다”고 말한 것이 좋은 예다. 도청에서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한 이 지사의 가슴 왼편에는 경기도 1호 공무원답게 ‘도지사 이재명’이라고 쓰인 명찰이 달려 있었다. 이 역시 실용을 중시하는 이 지사의 아이디어다.

 

혁신적인 여러 정책을 발표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기본소득이다. 국가적 의제로까지 됐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지금까진 경제문제 해결에 있어 전통적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충분히 잘 작동해 왔다. 지금은 질적 전환을 할 때다. 답은 기본소득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모두 주장하는 바다.”

기본소득에 대해 여전히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핵심은 ‘국민에게 퍼준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국가의 가계 지원이 가장 낮다. 가계 부채율은 가장 높고. 정부가 인색하니 국가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것이다. 객관적 팩트다. 국민 가처분소득 늘리는 방법으로는 노동 소득의 분배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건 기술혁명으로 사실상 어렵지 않나. 지금은 너무 퍼줘서가 아니라 너무 안 퍼줘서 경기 침체가 왔다. 지금까진 정부가 경기 조절 목적으로 재정 지출을 벌였으며 그랬기에 경제가 선순환됐다. 그런데 앞으론 통화량을 늘려도 생산량이 늘지 않는 희한한 세상이 온다. 결국 소비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 비겁하다…복지 확대 위해 증세 불가피”

선별지급이냐 보편지급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지 않나.

“선별지급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하는데 부분적으론 맞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기존에 있는 재원에서 더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 세금도 늘려야 하고 복지 지출도 늘려야 하는데, 어려운 사람만 골라 지원하면 사람들이 세금 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증세(增稅)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맞다. 증세는 반드시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증세를 언급하면 손사래부터 치는데 그건 기만이다. 4대강 사업이나 멀쩡한 보도블록 고치는 데 돈 쓰지 말고 개인 가처분소득 늘려주는 방식으로 소비를 늘리면 저항은 줄어들고 국가 재정은 늘어날 것이다. 모두에게 도움 되는 지역화폐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하면 경제 선순환이 일어나고 저항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은 얼마나 올려야 할까.

“국민이 동의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설득할 수 있는 범위 말이다. 기본소득으로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경제가 나빠질 거라는 것은 기우(杞憂)다. 앞으로는 국민이 가난할 것이냐, 국가가 가난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자금까지 우린 국가가 부유하고 국민이 가난한 길을 택했다. 대전환이 필요하다.”

☞ [이재명 인터뷰] “정부·여당에 부담 주는 소수 목소리 분명 있다”(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121) 기사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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