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죄 존치’에…여성단체 반발, 정치권도 들썩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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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부 ‘낙태 허용범위 늘리되 낙태죄 유지하는’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
권인숙 “낙태죄 처벌 아닌, ‘여성 자기결정권’ 보장한 대안입법 필요”
정부의 ‘낙태죄 존치’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연합뉴스
정부의 ‘낙태죄 존치’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연합뉴스

정부가 7일 입법예고한 ‘낙태죄 유지’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성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반발하는 양상이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지 않고, 낙태 허용 범위만 늘렸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정부가 입법예고한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고,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임신 중기에 해당하는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4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의 개정안 입법예고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판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4월11일 헌재는 낙태에 대한 처벌조항을 명시하고 있는 형법 제269·270조에 대해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잉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올해 12월31일까지 해당 법 조항의 개정을 권고하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재의 판결 이후 여성단체는 꾸준히 낙태죄 전면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즉, 낙태를 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조항의 폐지를 주장해온 것이다.  

지난 9월28일 여성계 인사 100명은 서울 광화문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그 어떤 여성도 임신 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도록 ‘낙태죄’는 전면 삭제돼야 한다”면서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 임신 중지 접근성 확대, 안전한 의료지원 체계 마련 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9월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이날 정부의 입법예고 직후에는 정치권도 들썩이는 모양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낙태죄 유지’ 입법예고안에 대해 전면 반대하는 글을 남겼다. 정의당도 정부안에 반대하는 당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권 의원은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개정을 법무부에 권고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편입해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처벌이 아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대안입법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안전한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와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국민인식 변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진하지 못하는 현실인데, 임신주수와 허용사유를 그대로 고수한 정부안은 실효성 있는 입법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수많은 여성이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외쳤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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